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우선매수 '딜레마' 7월 중순 안에 의사 밝혀야, 현정은 회장 의중 관심
김창경 기자/ 윤지혜 기자공개 2017-06-21 06:43:00
이 기사는 2017년 06월 16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이하 연지동 사옥) 우선매수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연지동에 터를 잡은 지 10년이 지난 시점이다. 재무적으로는 연지동 사옥 매입이 불가능하지 않다. 결국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의중에 건물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오는 7월 중순 안에 연지동 사옥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코람코자산운용(이하 코람코)은 2012년 현대그룹으로부터 건물을 매입하며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최근 코람코는 연지동 사옥 매각 입찰을 진행해 JR투자운용을 잠정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현대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JR투자운용이 연지동 사옥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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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동 사옥 우선매수권 행사 주체는 현대엘리베이터다. 현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6.13%를 들고 있다. 지난 1분기 개별 기준 현대엘리베이터는 2800억 원을 웃도는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2016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담보대출을 제외하고 연지동 사옥 매입에 1000억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물 매입이 가능하다.
관심은 현 회장의 의중이다. 연지동 사옥은 삼성카드 사옥으로 사용되다 2008년 현대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현대그룹은 2010년 약 200억 원을 들여 전기 공사, 엘리베이터 공사, 설비 공사 등 대수선을 마쳤다. 2012년 유동성 마련 차원에서 건물을 매각하기는 했지만 현 회장이 연지동 사옥에 애착을 보일만 한 부분이다.
2017년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한 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현대상선의 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의 당기순손실로 이어졌다. 현대엘리베이터만 두고 보면 매년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그룹 재건의 관점에서 연지동 사옥을 되찾는 일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산업은행 역시 현대엘리베이터와 관련된 여신이 없어 부동산 매입 등 경영활동에 참여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현대그룹은 2013년 말 3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구계획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2016년 출자전환으로 현대상선 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고 현대증권을 KB금융그룹에 매각하고서야 구조조정이 일단락됐다. 현대그룹이 연지동에 자리를 잡은 10년 중 절반의 시간이 고단했다. 현 회장이 연지동 사옥에 아쉬움이 없을 것이라 추론되는 배경이다.
사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연지동 사옥 전체가 필요하지 않다. 연지동 사옥은 동관(지하 4층~지상 12층)과 서관(지하 4층~지상 16층) 2개 동으로 구성돼있다. 현대상선의 주인이 채권단으로 바뀌고 동관은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열사가, 서관은 현대상선이 분리해 사용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연지동 사옥을 매입한다면 현대상선이 사무실을 옮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연지동 사옥을 매입한다고 해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직후여서 주변의 시선이 따가울 것"이라며 "욕심이 있다면 JR투자운용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설립할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후순위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등 연지동 사옥을 되찾을 기회를 남겨두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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