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건설 분할매각?…현실성 낮다 '굿-배드' 나눠 성공률 높이기, 부실 장기간 안고갈 가능성 '부담'
김장환 기자공개 2017-07-25 10:39:08
이 기사는 2017년 07월 24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의 분할 매각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산업은행이 매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최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실현 가능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다.24일 건설사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분할 매각할 가능성이 업계를 중심으로 최근 거론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주택사업 부문에서 강점을 지닌 업체다. 따라서 주택사업부와 토목·건축 등 나머지 사업부를 분할해 별도로 팔게 되면 매각 성사 가능성이 그만큼 올라갈 것으로 점쳐진다. 산업은행이 이를 고려해 대우건설 분할 매각을 실현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우건설의 분할 매각 가능성은 사실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던 사안이다. 특히 2015년 10월 펀드 만기가 도래하기 직전에도 이 같은 얘기가 업계를 중심으로 지속해 돌았다. 정작 산업은행이 당시 펀드 만기를 연장해 매각 시점을 미루면서 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해 10월 펀드 만기가 재차 도래했고 산업은행은 어떻게든 대우건설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생각이다. 인수가 대비 낮은 주가가 이어지고 있고 펀드 만기 연장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올해 또 매각을 미루면 장기간 대우건설과 결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분양 경기 위축과 회장 교체 가능성 등이 엇물려 있다는 점도 반드시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생각을 품은 이유로 거론된다.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회계법인과 증권사 등 주관사 선정 절차도 곧 완료된다. 21일 매각 주관사 선정 입찰이 완료됐고 크레딧스위스(CS)와 EY한영, 광장 등을 선정할 것이란 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CS와 EY한영은 산업은행 PE실이 그동안 각종 거래를 단행할 때 단골처럼 선정해왔던 곳이란 점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맡게 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대우건설 분리 매각설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은 최근 마무리 단계에 놓인 맥킨지의 경영진단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 성공률을 높일 목적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지난달 맥킨지에 관련 경영진단 실사를 맡겼다. 맥킨지는 관련 최종 보고서를 이미 내놨고 피드백을 받아 완결본을 곧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과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위한 경영진단을 실시했을 때 회사를 분할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조선업 등 본연의 사업을 '굿컴퍼니', 풍력 및 자원개발 등 나머지 부실사업을 '배드컴퍼니'로 분리해 구조조정과 매각 등을 실시하는 방안이었다. 대우건설 경영진단에서도 이 같은 구상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이로 인해 나오고 있는 셈이다.
정작 맥킨지의 대우건설 경영진단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업본부 조정과 각종 사업의 장기 성장 전망 등은 있지만 대규모 인력 감축을 비롯한 회사 분할 등 방안은 맥킨지 보고서에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며 "최종 보고서가 확정돼도 업계에서 예상하는 정도의 후폭풍이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분할 매각 방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외에도 또 있다. 이 경우 산업은행이 배드컴퍼니를 또 다시 장기간 떠안고 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주택사업부를 분할 매각하게 되면 국내에서도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의 참여가 점쳐진다. 정작 주택사업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산업은행은 펀드가 아닌 개인 소유로 부실 사업체 지분을 고스란히 떠안고 가야 한다. 이는 민간에 서둘러 대우건설을 돌려주겠다는 산업은행의 입장과도 동떨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사업을 분리 매각하게 되면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중견 건설사들이 대우건설 브랜드 가치를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수는 있다"며 "다만 이렇게 되면 나머지 절반의 자산이 넘는 토목 및 건축 등 팔기 어려운 사업부만 산업은행이 또 떠안고 가야 한다는 얘기여서 사실상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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