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이브라콤 인수부담 자회사로 넘겨 '인도 다슬' 대금지급 시기 겹쳐...현금성자산 1000억 유지 '묘수'
박상희 기자공개 2017-08-08 08:24:38
이 기사는 2017년 08월 03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이 아랍에미리트 물류업체 이브라콤(IBRAKOM FZCO)을 직접 인수키로 했다가 자회사인 'CJ로지스틱스 미들이스트 FZE'로 주체를 변경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인도의 물류회사 다슬(Darcl Logistics Limited) 인수대금 지급시기와 겹치면서 유동성 압박으로 이브라콤 인수 주체를 변경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일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20억 원이다. 지난해 말에 비해 564억 원 증가했다. 3분기 기준으로는 현금성자산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5일 다슬 지분 50% 취득에 대한 대가로 57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금성자산이 1500억 원대로 줄어든다.
CJ대한통운은 최근 활발하게 해외기업 M&A(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올해 인도기업 다슬에 이어 아랍에미리트 이브라콤 인수에 나섰다. 당초 CJ대한통운은 다슬과 이브라콤 두개 회사를 모두 직접 인수할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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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수자금 지불 시기가 겹치면서 거래 구조를 변경했다. CJ대한통운이 다슬을, 100% 자회사인 CJ로지스틱스 미들이스트 FZE가 이브라콤을 각각 인수키로 했다. 이브라콤 51.02%를 취득하는 대가는 769 억원이다. 지급기일은 이달 31일이다.
당초 6월 말로 거래 완료가 예상됐던 다슬 인수가 현지 행정업무 절차로 인해 연기되면서 보름 간격으로 570억 원과 769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2분기 말 기준 CJ대한통운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서 다슬과 이브라콤 인수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면 현금자산이 1000억 원 아래로 뚝 떨어지게 된다. 현금흐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은 계획을 틀어 아랍 지역 현지 법인 CJ로지스틱스 미들이스트 FZE가 이브라콤을 인수하는 것으로 거래 주체를 변경했다. 미들이스트 FZE의 자산 규모는 45억 원 수준으로, 700억 원이 넘는 이브라콤 인수 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안된다. CJ대한통운은 미들이스트 FZE가 차입금으로 이브라콤을 인수하고, 그 차입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다.
미들이스트 FZE는 CJ대한통운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이브라콤은 자연스럽게 손자회사가 된다. 3분기부터 이브라콤의 실적이 CJ대한통운에 반영되는 것이다. 자회사가 차입인수 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면서 대규모 현금성자산 축소 없이 이브라콤 인수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만약 CJ대한통운이 이브라콤을 직접 인수했다면 다슬 인수에 이어 대규모 현금 지출이 불가피했다. 이렇게 되면 3분기 재무제표에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에서 14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유동성에 위기가 올 수도 있었다. CJ대한통운이 자회사 차입인수라는 묘수를 쓰면서 위기를 모면한 것이다.
다만 미들이스트 FZE가 CJ대한통운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연결 기준 재무제표 상 차입금이 증가해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자회사 재무제표가 합산되기 때문에 이브라콤 인수를 위해 미들이스트 FZE가 차입한 자금이 연결기준 상 CJ대한통운의 차입금이 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CJ대한통운이 부채비율이 소폭 올라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현금성자산이 대폭 감소하는 것을 막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미들이스트 FZE가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누가 인수하든 재무제표 상 큰 차이가 없다"면서 "이브라콤 인수를 직접 하지 않고 자회사로 돌린 것은 해외 현지법인이 있는 경우 이를 활용하자는 내부 방침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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