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공업, 현대차와 '40년 동거' 종지부? [위기의 자동차 부품사]②'포니' 소음기 첫 공급 인연...中 상하이기차와 손잡아 '글로벌 노크'
길진홍 기자공개 2017-09-26 08:30:50
[편집자주]
완성차업계 부진 속에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 내수 침체에 이어 수출길이 막히면서 매출 감소와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자금 줄인 현대기아차의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생사 갈림길에 섰다. 이제는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삼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미래 생존 키워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7년 09월 22일 14: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종공업의 실적 부진 원인은 과도한 현대기아자동차 의존도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주력인 자동차용 소음기(머플러)와 정화장치(컨버터)를 독점 공급하다시피 하면서 성장을 구가했으나 예기치 못한 '사드'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수익 안정성 제고를 위한 거래처 다변화 등을 모색하고 있으나 단기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1976년 현대차에 첫 소음기 공급...부품 '완전 국산화'
세종공업은 1976년 문을 열었다. 당시 국산 최초 자동차인 '포니'의 소음기를 생산하면서 현대자동차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듬해 현대자동차 '코티나'와 포터 1톤 차량의 소음기를 추가로 생산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인기가 치솟으면서 40여년간 덩달아 성장가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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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주문이 넘치면서 1983년 공장을 이전 증설한 데 이어 6년 뒤 제2공장을 짓는다. 1986년에는 미국 워커(WALKER)사와 기술제휴를 체결했다. 외형 증대와 맞물려 기업가치가 증대되면서 2002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시장에도 입성한다. 그 해 매출액이 4291억 원에 달했다. 1998년 약 2000억 원에 머물던 매출이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외형 증대와 맞물려 기술력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초기 순수 자동차용 소음기에 치중했으나 배기가스 정화기, 차체 부품 등으로 생산을 확대했다. 이후 생산품의 완전 국산화를 이루면서 현대자동차의 주요 부품사로 자리를 잡는다.
부품은 전량 현대자동차에 납품했다. 외환위기 직후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흡수한 뒤로 판로가 더욱 확대됐다. 한동안 현대기아자동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다른 완성차업체와 별도로 거래를 트지 않았다. 현대기아자동차 납품 비율이 장기간 100%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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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中 진출, 옌청·베이징 공장 설립
세종공업과 현대기아동차의 동거는 글로벌시장으로 무대를 옮긴다.
세종공업은 2002년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시장 진출과 맞물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다. 그해 옌청세종기차와 베이징세종기차를 각각 설립하고 곧바로 공장을 가동했다. 옌청세종기차는 중국 열단기아자동차에, 베이징기차는 베이징현대자동차에 각각 납품을 시작했다. 10년 뒤인 2012년 옌청세종기차와 베이징세종기차는 연간 매출액 총액이 약 4000억 원에 달하는 법인으로 성장했다. 당시 순이익으로 130억 원가량 유입됐다.
세종공업은 이후 미국과 유럽 등 현대기아자동차 진출 지역에 잇달아 공장을 설립한다. 미국에 세종아메리카(2003년), 세종알라바마(2003년), 세종조지아(2008년) 등 법인을 설립했다. 유럽에서는 세종체코(2006년), 세종슬로바키아(2006년), 세종러시아(2008년) 법인이 문을 열었다. 이후 멕시코 등으로 진출을 확대했다.
장기간 공고한 협업관계가 지속되면서 높은 현대기아자동차 의존도가 유지됐다. 신규 거래처 확보로 매출 비중이 소폭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80%를 웃돈다.
세종공업은 상반기 매출액의 53.6%인 2838억 원을 현대자동차로부터 거둬들였다.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발생한 매출 비중이 각각 22.8%, 7.33%다. 현대차그룹 주력 3사 매출 의존도 합은 83.27%다. 기타 거래처 매출 비중이 15%로 불어나긴 했으나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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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 다변화' 상하이기차와 협업
세종공업은 2011년 중대 결정을 내린다. 그 해 현대기아자동차 제조공장이 없는 중국 태창에 법인을 설립했다. 중국 로컬업체와 글로벌 기업 거래처 확보를 위한 포석이었다. 태창세종기차는 중국 기업인 상하이기차와 합작 형태로 설립됐다. 이어 사천, 중경 등에 잇달아 공장 문을 연다.
현대기아자동차만을 상대하던 세종공업에게는 상당한 모험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해마다 적잖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태창세종기차는 설립 지난 4년간 순손실 208억 원을 인식했다. 매출총액은 581억 원에 그쳤다. 사천과 중경 등에 설립한 법인들도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 들어 수주가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으나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기까지 최소 2년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 보릿고개를 넘어야 한다. 사드 배치로 촉발된 불안정한 한중관계도 변수다. 관계가 악화될 경우 언제든 매출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고전하면서 다수의 완성차 부품사가 각자 생존을 위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거래처 다변화로 가는 체질 개선 과정에서 약한 고리를 무사히 넘길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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