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10월 13일 08시3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확실히 국민은행에서 채널갈등 얘기가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지난 11일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허인 영업그룹 부행장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석해 있던 저축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런 말을 건넸다. 그는 국민은행에서 오래 근무했다가 저축은행으로 옮겨간 인물이다.
'채널'은 국민은행 임직원들 사이에서 출신에 따라 구분되는 파벌을 뜻하는 은어다. 지금의 국민은행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장기신용은행을 흡수 합병한 뒤 2001년 주택은행과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합병 전 국민은행 출신들은 1채널, 옛 주택은행 출신들은 2채널,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은 3채널로 불렸다. 회사는 하나가 됐지만 임직원들의 화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장기신용은행 출신들은 합병 후 대거 국민은행을 떠나는 바람에 소수채널로 전락했고 1채널과 2채널이 양대 파벌로 자리를 굳혔다. 이 분류기준으로 보면 허 내정자는 비주류 채널에서 처음으로 CEO 자리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다.
통합 국민은행 출범 후 십 수 년의 역사는 두 채널 간의 갈등으로 얼룩졌다. 채널균형을 핑계로 자리 나눠먹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일례로 4년 전 국민은행 노조가 당시 이건호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면서 낙하산 퇴진과 채널 간 균형을 무시한 인사 취소를 요구했다. 아예 대놓고 나눠먹기식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역대 은행장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통합 국민은행의 첫 행장이었던 A행장은 2채널로 분류돼 옛 국민은행 출신들에게 많이 시달렸다. 외부출신인 B행장은 채널갈등을 비껴가고자 외부출신을 핵심요직에 앉혔지만 그 자신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했다. C행장의 경우 1채널과 특정학연을 중용하면서 갈등을 고착화시켰다. 결국 내부에서 해결 안 되니 관료와 정치권에 줄을 대는 일이 잦아졌으며 '외풍에 취약한 KB'로 추락하게 된 요인이 됐다.
이 같은 채널갈등이 눈에 띄게 약화된 시기는 윤종규 회장 취임 후라는 게 KB금융 안팎의 평가다. 회장과 행장 간 다툼으로 불거진 KB사태 이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 회장은 채널안배식 인사관행에 얽매이지 않았다. 외환은행 출신으로 회계법인에 오래 근무했으며 합병 이후 국민은행에 합류한 그는 채널갈등에서 역대 은행장보다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허 부행장의 차기행장 내정은 달라진 KB금융 인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2채널 간 별다른 불화 없이 진행됐다. 윤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했던 지난 3년 동안 고질병인 채널갈등이 잠잠해진 덕분이다. 물론 갈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어딘가에 잠복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 수 있다.
진정한 One KB를 실현하기 위해선 지금처럼 채널갈등의 빌미를 차단하고 능력과 성과에 충실한 인사 프로세스 확립이 필요하다. 윤종규 2기 체제의 순항을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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