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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한국서 실패한 흥국생명, 해외서 통한 비결

이길용 기자공개 2017-11-09 14:53:26

이 기사는 2017년 11월 0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생명 같은 보험사가 5000억 원이 넘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나요?"

흥국생명을 바라보는 국내 회사채 시장의 시각을 잘 드러내 주는 질문이다. 흥국생명 크레딧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3월 지급여력(RBC) 비율이 일시적으로 150%를 하회해 시중은행이 흥국생명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6월부터 150%를 다시 회복했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지키지 못하는 보험사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흥국생명은 지난 3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으로 각각 150억 원과 350억 원을 조달했다. RBC 비율 150%를 지키기 위해서는 조달 규모가 작더라도 빠르게 발행하는 것이 시급했다. 이후 1000억 원 수준의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투자자가 요구하는 금리 수준이 워낙 높아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계열사들을 동원해 신종자본증권을 떠넘기는 방안까지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 채권 시장에서 자본 확충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던 흥국생명이지만 한국물(Korean Paper·KP) 시장에서는 달랐다. 지난 2일 신종자본증권 프라이싱을 실시한 흥국생명은 최대 13억 달러, 최종 유효 수요 7억 달러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찍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올해 상반기 흥국생명의 RBC 비율은 162.2%를 기록했는데 이번 딜을 성사시키면서 30% 가량 RBC 비율을 단번에 개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 수준은 은행보다 낮으면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한국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은 글로벌 투자자의 인기를 이끌 요소가 많다. 바젤Ⅲ가 도입되면서 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은 상각 조건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고 기준치가 높다. 반면 보험사는 아직 바젤Ⅰ 수준의 규제를 받고 있어 상각 조건 등이 은행보다 약하다.

RBC 비율이 150% 언저리였던 흥국생명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평정받은 등급은 BBB+다. 두 노치를 낮춘 BBB-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투자 적격 등급으로 주문을 받다보니 원화 시장과는 다르게 수월하게 딜이 진행됐다.

새로운 회계 기준 도입으로 인해 국내 생보사들의 자본 확충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국제 신용등급을 보유한 생보사는 교보생명과 흥국생명에 불과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춘 국내 생보사들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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