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시대, 노후대비 첫걸음 '은퇴설계' [WM라운지]
이 기사는 2017년 11월 16일 09: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8월, 통계청은 한국이 공식적인 고령사회(전체 인구의 14퍼센트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예상보다 1년정도 빨라진 데다가 그 기간도 과거 일본 대비 70% 불과하다. 이러다 보니 준비되지 않은 노후에 대한 불안이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저금리 때문에 저축도, 저성장 때문에 오래 일하기도 점차 어려워지는 가운데 최근 4차산업혁명 등으로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현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올해 '엠브레인모니터'라는 시장조사업체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80.3%가 노후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노후에 대한 걱정만큼 대비를 병행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올해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서 20대 이상 직장인 남녀 4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4.7%는 노후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5.5%는 하고 있지만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설문조사 결과들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걸 보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우선 심리학에서 말하는 낙관주의 편향을 들 수 있다. 이는 자신과 관련된 일은 잘 될 것이라고 해석하는 편견의 일종이다. 특히 남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데, 사실은 아주 어려운 일도 종종 '까짓것 그땐 또 어떻게든 되겠지, 천천히 해도 잘 될거야'라는 식으로 해석해 버리기 쉽다.
또 하나의 이유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과정들은 당장 현실의 귀찮음과 고통으로 나타나는 반면 결과는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강의장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그래야 하는 건 알지만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시간을 투입할 여유가 없다는 식의 거부반응을 보였다. 여기에 일부 금융기관 영업직원들이 '노부부가 40년간 자장면만 먹고 살아도 10억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공포마케팅에 대한 부작용도 이를 부추기고 있다.
그럼 이런 오류를 막고 여유로운 은퇴 후 생활 대비에 성공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 첫 걸음은 바로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은퇴설계라고 할 수 있다. 은퇴설계란 소득이 없는 은퇴 이후의 생활을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거나 부족한 자금은 얼마인지, 그리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설계해 보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은퇴설계는 살아있는 동안 꼭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평소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계획하는 데서 출발함으로써 은퇴설계를 두렵고 막연한 일이 아닌 즐겁고 행복한 작업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단순한 노후생활비 마련의 접근이 아니라 미래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복한 출발이 돼야 한다.
그 다음 미래의 나를 놓고 볼 때 현재 나의 위치가 어디까지이며 잘 해오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상황 점검이 들어가야 한다. 사람의 나쁜 습관을 바로잡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사람이 처하게 될 모습을 미리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은퇴설계를 통해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슨 일에서든 실행하기 전에 계획은 꼭 필요하다. 더군다나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은퇴 후 40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면 그만큼 계획과 준비도 미리부터 해야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옛 말처럼 다가오는 주말 중 하루 정도는 가족 또는 연인과 행복한 노후,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게 어떨까.
곽재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전문위원
KB국민은행 IPS본부 투자솔루션부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설계사(CFP)
한국FP협회 저널 편집위원
저서 : 4차산업혁명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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