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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보험영토 확장]롯데손보, '돌아가는' 매각 시계⑤퇴직연금 비중 높아 RBC비율 직격탄…'1달러 딜' 우려도 솔솔

신수아 기자공개 2017-11-27 09:31:54

[편집자주]

보험업계의 금융지주사발(發)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생·손보사에 공공연히 관심을 드러내며 인수 득실을 재고 있다. 그룹 내 존재감이 미약했던 보험 분야를 강화해 금융그룹의 입지를 확대하고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잠재적 매물 리스트에 오른 보험사의 매력도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11월 23일 1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의 불똥은 금융 계열사로 튀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23.6%의 롯데손해보험(이하 롯데손보) 지분은 반드시 매각해야한다. 롯데손보가 '롯데'와 결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10월을 기준으로 호텔롯데는 최초 2년 내 해당 지분을 처리하는게 원칙이지만 당국의 재가 아래 2년까지 연장 될 수 있다. 롯데손보의 매각 시계는 '째깍째깍' 흘러가고 있다.

롯데손보의 마음은 급하다.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롯데손보는 자본 확충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칫 취약한 재무 지표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400억 원 규모의 사모 후순위채 발행이 무산된 이후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들고 다시 공모 시장에 도전장을 낸 롯데손보는 사뭇 긴장감이 감돈다.

롯데손보가 실적 개선세를 유지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후순위채 발행이나 만기보유금융자산 재분류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강화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계열사 퇴직연금 높은 의존도…취약한 RBC비율

그간 롯데손보 사세 확장의 일등 공신이었던 퇴직연금이 도리어 애물단지가 된 형국이다. 금융 당국의 보험업감독규정 변경 여파로 퇴직연금은 도리어 재무건정성을 훼손할 수 있는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새로운 감독규정이 시행되면 특별계정으로 분류됐던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은 신용위험과 시장위험의 대상에 포함된다. 그간의 퇴직연금 대부분이 사실상 원리금 보장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퇴직연금 자산 전체가 신용위험 대상 자산에 포함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위험도가 높아질 수록 지급여력(RBC)비율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RBC비율은 예상하지 못한 손실(위험)에 대한 보험사의 대응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가용자본(보험사 대응능력)을 요구자본(예상치 못한 손실)으로 나눈 값이다.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요구자본을 줄이거나 자본을 확충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퇴직연금 리스크 측정범위가 크게 확대되면 요구자본이 크게 늘어난다. 분모가 커지니 자연히 전체 값은 감소하게 된다.

수십 개에 이르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든든한 판매처로 보유하고 있었던 롯데손보는 4조 원 이상의 퇴직연금을 팔았다. 지난 2016년 말 기준 롯데손보의 특별계정자산·부채는 각각 4조7629억 원과 4조7882억 원.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특별계정은 원리금 보장형 퇴직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요_손보사_특별계정_롯데

같은 기간 절대 금액만 놓고 보자면 4조5000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보유한 삼성화재나 3조 원 규모를 보유한 KB손해보험·현대해상과 큰 차이가 나는 수준은 아니다. 문제는 전체 자산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는데 있다. 상위 3개 손보사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현대해상의 경우 특별계정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 약 5%~8% 남짓이다. 빅4로 꼽히는 KB손보 역시 10%에 불과하다. 반면 롯데손해보험의 특별계정자산 비중은 전체의 43%로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다. 전체 자산 가운데 절반 가량이 퇴직연금을 통해 마련한 재원인 셈이다.

퇴직연금 리스크가 RBC비율 산출식에 포함된다 해도 여타 대형사는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지만 롯데손보는 충격흡수 능력이 떨어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국의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연금의 리스크는 2018년 6월 35%, 2019년 6월 70%, 2020년 6월 100%로 순차적으로 확대·반영된다.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2014년 134.7%에서 2015년 144.4%, 2016년 150.1%, 지난 3분기 기준 159.1%로 나타났다. 2016년까지 200% 대를 상회하는 손보업계 전체 RBC비율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이미 빠듯하게 유지해온 RBC비율은 퇴직연금 리스크로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법상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100%미만일 경우에는 경영개선권고, 50%미만일 경우에는 경영개선요구, 0%미만의 경우에는 경영개선명령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다만 금융감독원은 150%를 넘기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RBC비율 관리가 필요해진 롯데손보는 재빠르게 선제적 대응에 뛰어든 상태다. 앞서 지난 2012년부터 4차례에 걸쳐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중 지난 2012년 발행한 제1차 후순위채는 2019년 12월 10일 만료이고, 2013년 발행한 2차 후순위채는 2020년 11월 11일이 만료다. 1차 후순위채와 2차 후순위채의 발행규모는 각각 500억 원과 400억 원으로,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인 상황이다. 보험사 후순위채의 경우 잔존만기가 5년 이내일 경우 매년 발행금액의 20%씩이 RBC비율 가용자본에서 차감된다. 올해 11월과 12월에도 각각 후순위채 발행금액의 20%씩이 가용자본에서 차감되는데 그 규모는 180억 원이다.

또 다시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 추진했던 400억 규모의 사모 후순위채 발행 시도가 무산된 이후 공모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900억 원 규모다. 현재 추진 중인 900억 원 후순위채 발행 성공시 RBC비율이 20%포인트 올라가게 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리스크가 2018년 6월 35% 가량 반영되고 나면 RBC비율은 다시 23% 가량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롯데손보는 끊임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마냥 후순위채에만 기댈 수 없다.

롯데손보_RBC비율_변화추이

◇1달러 딜 우려?…옛 알리안츠생명 전철 밟을까

자본 확충이라는 난제를 떠안은 롯데손보의 매각 시나리오는 예단하기 어렵다. 후순위채를 동원한 '임시방편'격 자본확충이 이뤄진다해도 퇴직연금 리스크가 단계적으로 반영되는 2020년까지 추가적으로 RBC비율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손보의 잠재적 원매자는 차후 발생할 자본 확충 비용까지 떠안을 여력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는 알리안츠생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중국 안방보험에 안긴 알리안츠의 당시 매각가격은 약 300만 달러, 한화로는 35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 마저도 주관사 수수료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하면 알리안츠 그룹 입장에선 '남는게 없는 장사' 였다. 심지어 매각 완료 전 알리안츠 그룹은 알리안츠생명에 추가로 500억 원을 증자했다. 당시 국내 생보시장 점유율 11위, 총 자산 16조 6510억 원 규모의 알리안츠생명이 실상 마이너스에 팔린 셈이다.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한 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안방보험은 유상증자 방식을 빌어 2180억 원의 자본을 투입했다. IFRS17(국제회계기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유상증자로 200% 수준이던 알리안츠생명의 RBC비율은 37%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단계적 규정 변화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자본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안방보험이 지불한 인수가격 35억 원엔 이 같은 비용도 포함된 셈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현재 퇴직연금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원매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기초제력을 얼마나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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