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강, 오치훈 개인회사 샀다…일감 몰아주기 해소 [격변기 중견 철강사]②100% 소유 '비츠' 年 31억 일감수혜, 올 초 인수 후 합병 '규제 탈피'
박창현 기자공개 2018-05-30 08:14:24
[편집자주]
철강은 '산업의 쌀'이라 불린다.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 중심에 이 쌀을 만드는 중견 철강사들이 있었다. 반세기 가깝게 산업의 텃밭을 지키며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글로벌 무역 마찰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고, 중국의 무차별 가격 공세로 수익성 확보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격변기 중견 철강사들을 둘러싼 각종 변수들을 살펴보고,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등 자체 경쟁력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8년 05월 25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제강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수합병(M&A) 카드를 꺼내들었다. 타깃은 오너 오치훈 사장의 100% 개인회사인 '비츠'였다. 대한제강은 비츠에 연간 30억원 대 내부 일감을 제공해 왔다. 이에 따라 대한제강은 오너일가 사익편취 의혹 해소 차원에서 비츠 경영권을 직접 사들였다. 내부 일감 수혜 사업을 내재화하면서 각종 규제에서도 자유로워졌다는 분석이다.대한제강은 2014년 전까지는 일감 몰아주기 논란의 무풍지대였다. 철강업 특성상 대부분의 매출이 제3자 거래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 거래 자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4년 3월 IT 전문기업 '비츠'가 설립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당시 대한제강 IT 담당 인력들은 기존 IT 아웃소싱과 유지보수 업무에서 솔루션, 모바일, IOT(사물인터넷)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꾀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별도 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 오너 3세인 오치훈 사장이 자금 지원에 나섰다. 오 사장은 100%개인회사인 비츠를 세우고, 해당 인력들을 고용, 사업 토대를 마련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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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츠가 대한제강 IT 유지보수 일감을 그대로 승계받으면서 수십억 원 규모의 내부거래가 생겼다는 점이다. 비츠는 설립 첫 해 대한제강으로부터 총 27억원 어치의 내부 일감을 제공받았다. 이듬해에는 일감 규모가 34억원으로 커졌다. 2016년에도 전년과 비슷한 35억원의 일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내부거래액이 2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최근 4년 동안 연 평균 30억원 대 일감 수혜를 받은 셈이다.
대한제강과 오 사장 개인회사간 내부 거래가 생겨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불거졌다. 당장 오 사장 개인회사에 일감 수혜 사업 부문을 넘겨 사익 편취 기회를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제강이 직접 자회사를 만들어 IT 사업을 추진하면 되는데, 굳이 오너 개인회사를 개입시킨 것 자체가 의도성이 있다는 논리다.
대한제강은 IT 사업 특수성과 사업 실패 리스크 등을 고려해 오 사장이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자금 지원에 나섰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결국 대한제강과 오 사장은 최근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비츠 인수합병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제강은 올 초 오 사장이 갖고 있던 비츠 지분 100%를 전량 인수했다. 주식 취득을 위해 총 13억원을 오 사장에게 지불했다.
다음 단계로 비츠를 또 다른 계열사인 대한네트웍스와 합병시켰다. 합병 거래로 비츠는 소멸되고 대한네트웍스만 남았다. 일감 수혜 사업을 내재화해 논란 자체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대한제강 관계자는 "초기 사업 추진 의도와 다르게 논란이 생기자 최근 비츠 지분을 인수해 대한네트웍스와 합병시켰다"며 "일감 몰아주기 해소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비츠 인력들은 100% 고용 승계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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