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8월 24일 08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MF 사태 발발 직후였던 1998년,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나섰다. 국가신용등급은 투자부적격으로 떨어졌고 아시아 국가들의 채권금리는 나날이 상승하고 있던 시기였다. 정부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4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 비어가던 외환보유고가 채워진 것은 물론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안감 또한 해소됐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2009년 외평채 30억 달러를 발행해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경제의 건실함을 입증했다. 정부가 나서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모습을 보이자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을 주저했던 국내 기업들도 자신감을 얻었다.
#2018년 정부는 다시 외평채 발행에 나섰다.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곳간은 넉넉하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한국물 투자도 활발하다. 윈도우(Window)가 없어서 발행을 못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기업들의 발행 의지도 높다. 외평채 발행의 가치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정부는 '벤치마크 금리'를 발행 이유로 꼽는다. 외평채를 통해 한국물의 벤치마크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부문에 지표를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수출입은행·KDB산업은행 등이 이미 벤치마크 금리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해 사실상 달러화 외평채를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도리어 이번 외평채 발행은 기업의 자금조달 길을 가로막고 있다. 외평채로 하반기 한국물 발행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10월 한 달이 전부다. 9월 외평채 발행을 전후로 3주 가량 기업들의 한국물 발행이 중단되는 데다 9월 말에는 추석연휴가 자리잡고 있다. 11월 첫 주 이후로는 135일룰(Rule)로 한국물 발행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135일룰은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OC)에 반영되는 회계 결산자료의 유효 시한을 135일로 못박은 규정이다. 반기 보고서에 대한 유효 시한이 11월에 만료되는 탓에 해당 기간 안에 프라이싱은 물론 납입까지 마쳐야 한다.
위기의 순간이면 항상 한국물 발행시장을 이끌었던 외평채가 기업의 조달을 방해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외평채의 존재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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