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09월 19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개'. 지난 2월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목표로 제시한 코스닥 상장기업 숫자다. 정 이사장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자리를 빌려 올해 코스닥 시장에 100개사 이상을 신규상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코스닥 상장 문턱을 낮춰 기업공개(IPO)에 도전할 수 있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코스닥벤처펀드 등으로 마련된 풍부한 유동성이 목표를 뒷받침했다.그러나 감리 문제가 부각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기업들은 거래소 상장 예심 문턱을 넘고도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감리 절차에 막혀 공모에 나서지 못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감리 장기화로 연내 상장을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하기도 했다.
감리 여파는 예심청구를 앞둔 기업으로 이어졌다. 감리가 엄격해지자 감리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정감사인 또한 철저해졌다. 지정감사가 사업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내는데 수일을 쏟자 기업들은 예심 청구조차 제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 사이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 열기는 식어갔다. 상반기 투자자 모집에 나선 기업들은 줄곧 희망 밴드 상단을 뛰어넘은 금액으로 공모가를 결정했으나 이제 투자자들도 기업 판단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올해 코스닥 최대어로 꼽혔던 크리스F&C는 싸늘한 투심에 희망밴드 하단부를 밑도는 가격으로 공모가를 결정하기도 했다.
상황은 바뀌었지만 한국거래소는 여전히 '100개'라는 공허한 목표를 꺾지 않고 오히려 더 채찍을 가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주 보도자료를 통해 연내 100곳 이상의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장이 확정된 기업 65개사와 심사 중인 기업 수를 감안했을 때 거래소 통합(2015년) 이후 최대치인 105개사가 상장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장의 관측은 다르다. 공모 절차까지 마쳐야 연내 상장이 마무리되는 만큼 105개사가 증시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코스닥 시장 호황으로 기업들이 앞다퉈 상장에 나섰던 연초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지정감사제도를 넘지 못해 예심 청구를 미루거나 예심을 통과하고도 감리에 가로막혀 증권신고서 제출이 요원한 기업들도 존재한다. 거래소의 강한 의지로 밀어붙였다가 투자자 모집 일정이 연말에 몰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거래소는 달라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이 거래소는 상장 예비심사 기관이다.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것은 물론 투자자 보호에 적합한 기업이 상장할 수 있도록 판단을 내리는 곳이다. 상장 기업 수가 아니라 상장 기업의 질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105개라는 자신만의 목표에 쫓겨 본질을 흐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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