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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텍' 포기한 박정호 사장의 안목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18-09-21 08:13:11

이 기사는 2018년 09월 20일 08:2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그룹에서 M&A(인수합병) 실력자로 익히 알려졌다. SK그룹이 2012년 인수한 SK하이닉스가 박 사장의 대표작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싸이클에 힘입어 그룹의 최대 캐시카우가 됐다. 이외에도 박 사장은 2010년 신세기통신 인수와 지난해 도시바메모리 투자, 올해 ADT캡스 인수 등을 주도했다.

M&A 성공 사례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과감한 포기다. 박 사장은 의욕적으로 M&A를 추진하다가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미련 없이 포기할 줄도 알았다. 덕분에 박 사장은 올해 '독 든 성배'를 마실 뻔한 상황을 피했다. 박 사장이 '톱텍'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올해 초 철회한 것은 '신의 한수'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톱텍 인수를 추진했다. 톱텍은 공장 물류자동화 설비(FA, Factory Automation) 전문기업이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제조에 필요한 FA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박 사장은 톱텍을 SK그룹의 '스마트팩토리' 사업에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톱텍은 SK텔레콤이 인수를 추진할 당시만 해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뛴 상태였다.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대형수주를 따내 지난해 연간매출이 1조1384억원으로 전년(3926억원) 대비 세 배 폭증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매물로 나온 톱텍 경영권 지분 46.1%를 인수하려면 5800억원 이상이 필요했다. 5800억원은 SK텔레콤이 톱텍 인수설을 조회공시를 통해 인정한 올 1월 16일 종가(3만4950원)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이다.

SK텔레콤은 인수설을 인정한지 하루만(1월17일)에 돌연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인수검토 과정에서 인수가격이 활용도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내부 반대의견이 적잖았다. 박 사장은 하루만에 인수 철회 판단을 내렸다.

톱텍은 올해 삼성디스플레이 수주를 거의 받지 못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올 상반기 매출은 2069억원으로 전년 동기(8971억원)의 4분의 1 수준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톱텍은 이달 14일 기술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악재까지 발생했다. 톱텍은 삼성디스플레이 OLED패널의 전매 특허라 할 수 있는 엣지(곡면) 디자인 패널용 FA설비인 3D라미네이터 제작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톱텍은 검찰조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고객사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 됐다.

두 가지 악재 탓에 톱텍 주가는 현재 1만4000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경영권 지분 46.1%의 가치로 2300억원 규모로 줄었다. 박 사장이 톱텍 인수를 강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박 사장 M&A 역사에 톱텍이 첫 오점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SK의 M&A는 혜안에 더해 운까지 따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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