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0월 10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데이터 규제를 풀어주려는 기조라 은행·카드를 다시 합칠 유인이 더욱 줄었습니다."KB금융 전·현직 관계자들로부터 요즘 떠도는 은행·카드 합병설을 얘깃거리 삼아 꺼냈다가 생각지 못한 말을 들었다. 최근은 아니고 수년 전 KB금융 내에서 국민은행과 KB국민카드의 재합병 시나리오에 대한 검토가 있었다고 한다. 다만 요즘 흘러나오고 있는 합병설과는 결이 달랐다. 논의 배경이 카드업 수익성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활용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987년 카드부문(KB국민카드)을 독립시켰다가 2003년 카드대란으로 존립이 어렵게 되자 흡수 합병한 바 있다.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서 2011년 다시 분사했다. 그러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카드론 규제 △제로페이 출시 등 악재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사업재편이 필요해졌다는 게 최근 합병설의 골자다. 이는 KB뿐만 아니라 신한, 하나, 우리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이슈다.
처음에는 데이터 활용과 은행·카드 합병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쉽게 이해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수수께끼는 의외로 농협에서 풀렸다.
세간의 이미지와 달리 농협은행은 은행권의 디지털 강자로 꼽힌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가상계좌도 농협은행 모델이 채택됐다. 타 은행들은 농협은행이 농협카드(NH카드분사)를 사업부로 둔 게 디지털 경쟁력을 빠르게 키운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신용정보법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은행계 카드사들은 계열사 간 데이터 공유가 어려운 반면 농협카드는 농협은행의 사업부문이라 정보제공이 자유롭다.
KB금융 역시 이런 형태의 은행·카드사 간 데이터전략을 고민했던 것이다. 고객의 소비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카드사 결제정보는 굉장히 유용한 자원으로 꼽힌다. 상점에서 결제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카드를 쓰는 게 흔한 일이 되다보니 고객의 재무수준과 씀씀이, 취향·기호와 관심사, 자주 가는 장소 등이 모두 카드데이터에 담겨있다.
이 같은 양질의 정보를 은행 등 그룹 계열사들이 활용할 경우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무궁무진하다. 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 전무(CDO)가 국민은행 데이터전략본부장과 KB카드 데이터분석임원을 겸직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건은 규제의 벽이다. 현행법으로는 금융지주 계열사 간 데이터 공유가 쉽지 않다. 다행스런 점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금융데이터정책과를 신설하는 등 금융부문 데이터 신(新)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다른 정부부처와 함께 데이터 활용을 지나치게 규제한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들의 통과 및 실행여부에 따라 KB금융 내에서 카드사의 존재감이 달라질 전망이다. KB카드가 수익성 부진한 골칫거리가 될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데이터 보고(寶庫)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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