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광약품 오너 일가에 400억원 안겨준 안트로젠 [제약사 오너의 투자 방정식]2세 김상훈 사장 등 2008년부터 10년간 투자…원금 13억원으로 410억원 회수
강인효 기자공개 2018-10-31 08:26:04
[편집자주]
제약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국내외 바이오 벤처에 투자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약사 오너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인맥을 동원해 벤처 투자에 나서는 점이 흥미롭다.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오 산업에서 제약사 오너가 선택한 투자 기업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0월 30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안트로젠이 설립 초창기부터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던 부광약품으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기에 나선다. 안트로젠은 지난 2000년 부광약품 상무였던 이성구씨가 창업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업체다.안트로젠은 부광약품을 비롯해 부광약품 오너 일가가 설립 당시부터 투자해왔다. 지난 2016년 안트로젠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부광약품 오너 일가는 엑시트에 나섰고, 이들이 안트로젠 투자로 벌어들인 돈만 400억원에 달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안트로젠 최대주주는 이달 초 부광약품에서 이성구 대표로 변경됐다. 앞서 부광약품은 지난 8월 24일 이사회를 열고 3개월 안으로 장내 매매 또는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안트로젠 주식 40만주(전체 발행주식 대비 5.03%)를 처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부광약품은 이 결정에 따라 지난 8월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보유 중이던 안트로젠 주식 40만주를 장내서 처분했다. 이로써 부광약품의 안트로젠 보유 주식수는 기존 160만171주(지분율 20.12%)에서 120만171주(14.22%)로 감소했다. 부광약품은 이 기간 동안 안트로젠 지분 처분으로 377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현금화했다.
부광약품 측은 "지난 8월 안트로젠 창업자인 이성구 대표가 전환사채(CB) 20만주를, 이 대표의 특수관계인인 김미형 공동 대표도 CB 1만주를 양수한 뒤 전환청구권을 행사함에 따라 안트로젠의 최대주주는 당사에서 이성구 대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부광약품은 안트로젠의 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광약품 상무였던 이성구씨가 지난 2000년 안트로젠을 설립할 당시 부광약품과 부광약품 오너 2세인 김상훈 사장도 설립 자본금에 투자했다.
부광약품 상무였던 이성구 대표는 당시 안트로젠 창업 계획을 회사 측에 알렸고 당시만 하더라도 생소한 줄기세포 치료제에 미래 가치가 있다고 보고 부광약품이 투자에 나섰다. 당시 이 상무가 부광약품 측에 여러 차례에 걸쳐 안트로젠의 성공 가능성을 적극 어필해 부광약품의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안트로젠은 지난 2012년 '크론성 누공'을 치료하는 자가 지방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큐피스템'으로 국내 허가를 받으며 상업화에 성공했다. 큐피스템은 2014년에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 중 처음으로 건강보험보장 항목에 포함되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받아 출시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8종에 불과하다. 아울러 안트로젠은 다양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총 23건(수행 중인 4건 포함)의 임상 개발 트랙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트로젠은 이성구 대표의 창업 아이디어를 듣고 부광약품이 이 대표와 함께 설립한 회사"라며 "당시 부광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일환으로 선제적으로 연구개발(R&D) 투자처를 찾고 있었는데, 이 대표의 안트로젠이 이같은 니즈를 충족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트로젠(당시 3월 결산법인)이 설립 이후 최초로 공시한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부광약품으로 2008년 3월말 기준 200만171주(지분율 37.73%)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광약품에 이은 2대 주주는 창업자인 이성구 대표(101만7073주, 지분율 19.19%)였고, 3대 주주는 부광약품 오너 2세인 김상훈 사장(31만7240주, 지분율 5.98%)이었다. 부광약품과 김상훈 사장이 보유한 안트로젠 지분만 40%가 넘었다.
김상훈 사장은 안트로젠이 코스닥에 상장되기 이전인 2014년 이 회사 주식 6만주를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김 사장의 안트로젠 보유 주식수는 기존 31만7240주에서 25만7240주로 감소했다.
부광약품과 김 사장은 안트로젠을 통해 막대한 투자 수익도 거뒀다. 김사장 등 오너 일가는 안트로젠에 13억원을 투자한 뒤 이를 410억원에 되팔았다.
지난 2016년 2월 안트로젠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될 당시 공시한 내용을 보면 부광약품 오너 일가는 안트로젠의 주식을 1주당 2410원에 취득했다. 부광약품 오너인 김동연 회장이 7만9400주, 김 회장의 부인인 백정순씨가 14만1800주, 김동연 회장의 장남인 김상훈 사장이 25만7240주, 김 회장의 장녀인 김은주 부광메디카 이사와 차녀인 김은미씨가 각각 3만900주를 보유 중이었다. 부광약품 오너 일가 5인은 안트로젠 주식 총 54만3330주를 약 13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광약품 오너 일가 5인의 안트로젠 엑시트는 지난해말부터 시작했다. 김동연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올해 1월 24일까지 총 8차례에 걸쳐 보유 중이던 안트로젠 주식 전량을 장내 매도해 41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백정순씨도 올해 1월 24일부터 사흘간에 걸쳐 보유 중이던 안트로젠 주식 전량을 장내서 처분해 98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마련했다.
김은주 이사와 김은미씨도 지난해말부터 지난 7월까지 각각 10차례, 8차례에 걸쳐 보유 중인 안트로젠 주식 전량을 장내 매각했다. 김 이사와 김씨는 매각 대금으로 각각 약 22억원과 18억원 가량을 손에 쥐었다.
부광약품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안트로젠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김상훈 사장도 지난 9월초 엑시트를 완료했다. 25만7240주의 안트로젠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해 231억원을 현금화했다. 2017년말 4만원대에 불과하던 안트로젠 주가는 올해 4월 19만7700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부광약품 오너 일가 5인은 올들어 안트로젠 주가가 크게 상승함에 따라 보유 지분 전량을 410억원 가량에 처분하면서 약 397억원의 매매 차익을 거뒀다. 특히 김상훈 사장의 안트로젠 주식 매매 차익은 225억원에 달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안트로젠 창업자인 이성구씨는 2004년부터 2013년 부광약품 대표에서 물러날 때까지 안트로젠 대표도 겸임했고, 현재도 계속해서 안트로젠 대표직을 맡고 있다"며 "부광약품과 마찬가지로 부광약품 오너 일가도 FI로서 회사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은 채 이 대표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안트로젠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결과, 10년 만인 올해 400억원에 달하는 투자 수익을 거두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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