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생태계 만드는 펀드 투자 [제약사 오너의 투자 방정식]셀트리온 1500억 펀드, 동아 엔에스인베, 대웅 건기펀드…오너 주도 아래 VC PE 설립 활발
서은내 기자공개 2018-11-14 08:14:22
[편집자주]
제약업계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국내외 바이오 벤처에 투자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약사 오너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인맥을 동원해 벤처 투자에 나서는 점이 흥미롭다. 옥석 가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한 바이오 산업에서 제약사 오너가 선택한 투자 기업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9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업계는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을 표어로 내세우며 바이오 분야로의 연구개발(R&D)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바이오벤처 투자 창구로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를 만드는 제약사들도 많아졌다. 특히 이같은 창업투자사나 펀드에는 오너가의 자금이 주로 투입되는 모습이다.대형 제약사 및 바이오 업체의 펀드 투자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만드는 데 한몫하고 있다. 펀드 조성 초기 단계의 경우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소기의 성과를 거둔 제약사들은 다시 투자금을 바이오 스타트업에 쏟아선순환하는 생태계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오너가 대규모 바이오 펀드 조성을 지시한 사례다. 지난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손잡고 양사 공동으로 대규모 펀드를 만들었다. 서 회장은 박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의 주도 하에 셀트리온은 '바이오 생태계 조성' 목적의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투자조합 1호'를 결성했으며 현재 투자사 발굴이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셀트리온신성장투자조합 1호는 총 규모 1500억원 펀드이며 셀트리온이 750억원을,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캐피탈이 각각 675억원, 75억원을 3년간 점차적으로 나눠 출자하기로 했다. 올해 반기 기준 셀트리온은 250억원을 투입한 상태다. 셀트리온이 만든 펀드 규모는 제약사들이 형성한 바이오 펀드 투자 규모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 향후 투자 패턴에 따라 바이오 생태계에 대규모 지원이 가능할 전망이다.
동아쏘시오그룹에서는 엔에스인베스트먼트가 바이오투자에 총대를 멨다. 엔에스인베스트먼트는 강정석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이 2016년 개인적으로 설립한 업체다. 그룹 사업과는 별개로 유망 바이오업체에 FI로 투자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최근 메리츠종금증권과 함께 290억원 규모의 바이오전문 조합을 결성했으며 항암제나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 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건강한삶기술창업벤처PEF(이하 건기펀)이라는 펀드를 만들어 유망 바이오업체에 투자 중이다. 대웅은 건기펀을 상생펀드로 명명하며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및 사회공헌 차원에서의 펀드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총 펀드 규모는 50억원이며 대웅그룹 재단인 석천나눔재단과 대웅제약이 각각 25억원 규모를 계획으로 출자하기로 했다. 현재 대웅제약은 그 중 15억원을 출자한 상태다. 석천나눔재단은 윤영환 대웅그룹 명예회장이 대웅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재단이다.
건기펀은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 큐라미스, 닥터다이어리, 팀 엘리시움에 투자 및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큐라미스는 세포융합기술을 이용해 루게릭병, 근이영양증 등 희귀 난치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닥터다이어리는 모바일 당뇨병 관리 서비스 앱을 개발 중이며 이 어플리케이션은 환자들이 혈당이나 체중, 음식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처방받도록 돕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팀 엘리시움은 3D카메라를 통해 CT 영상을 MRI로 전환하는 AI 프로그램과 근골격계 가동범위 측정 솔루션을 연구개발하는 업체다.
종근당도 바이오기업 투자 창구로 CKD창업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CKD창업투자는 1997년에 만들어진 투자사로 업력이 오래된 만큼 다른 제약사에 비해 다양한 투자 사례를 남겼다. 씨젠(수익률 237%), 에이엔바이오(수익률 30%), 케이엠에이치(수익률 397%), 바이오톡스텍(수익률 61.3%) 등이 대표적이다. 종근당홀딩스가 CKD창업투자 전체 지분의 56.29%를 들고 있다.
CKD창업투자는 특히 바이오베터 전문기업 알테오젠, 분자진단 기술 업체 씨젠 투자로 성과를 봤다. 2010년 CKD 3호 조합을 통해 알테오젠에 10억원을 투자한 이후 알테오젠이 상장을 하면서 CKD창업투자는 약 2000%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2009년 32억원을 투자한 씨젠은 237% 수익률을 안겨줬다. 그밖에도 현재 퇴행성질환 등 난치성 질환 신약개발 업체 머젠스나 인공와우 개발사 뉴로바이오시스, 광우병조기진단 키트 개발업체 피플바이오도 현재 투자 진행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스타트업의 상장 성공 사례가 잇달아 나오고 있으며 대형제약사들의 벤처캐피탈을 통한 바이오벤처 투자는 직접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뛰어드는 것과는 별개로 잠재적인 가치 창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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