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최대 실적' 이면엔 무한경쟁 '영업사원' [수입차 법인 분석]③딜러사 동원, 프로모션 경쟁…누적판매량별 수수료 책정
고설봉 기자공개 2018-11-26 10:24:00
[편집자주]
'수입차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입차의 가격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 정비망도 잘 갖춰지지 않아 차량 결함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도 끊이질 않는다. 어떤 브랜드의 차량을 어떤 영업사원을 통해 사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이다. 이 같은 혼란은 촘촘하지 않은 수입차의 판매망과 정비망에서 비롯된다. 더벨이 수입차 국내 법인 및 판매·정비 네트워크를 집중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2일 17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는 매년 국내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지배력을 넓힌 결과다. 매출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하고, 수익성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그 이면에는 벤츠 영업사원들의 무한경쟁이 있다. 벤츠코리아 및 딜러사들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차량 판매에 따른 수수료에 연동한 급여체계를 만들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조2664억원, 영업이익 1486억원, 순이익 72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6년 대비 매출은 12.64%, 영업이익은 30.01% 각각 늘었다. 순이익은 일부 세금 이슈가 불거져 소폭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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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완성차를 수입해 국내 딜러사 11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중개·판매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단순한 사업구조 때문에 벤츠코리아는 이렇다할 판촉활동을 크게 벌이지 않으며 사업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변화를 꾀한다. BMW에 밀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등으로 추락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벤츠코리아가 선택한 방법은 '프로모션'이다. 차값을 할인해 경쟁사 대비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이에 따라 벤츠코리아는 딜러사들과 프로모션 비용을 배분했다. 벤츠코리아와 딜러사가 각 차종별 할인가를 미리 정하고, 전체 프로모션에 들어가는 비용 중 각각 얼마씩 부담할 지 결정했다.
본격적으로 벤츠가 강력한 프로모션 정책을 쓰며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기 시작한 2015년부터 서서히 BMW를 따라 잡았다. 2016년에는 시장점율을 25.01%로 늘리며 BMW를 누르고 수입차 시장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벤츠코리아도 타격을 입었다. 같은 기간 수익성은 악화했다. 영업이익률은 2014년 5.54%에서 2015년 3.54%로, 2016년 3.02%로 각각 하락했다. 이에 따라 벤츠코리아는 프로모션 비용 부담 규모를 소폭 줄였다. 그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48%로 소폭 상승했다.
벤츠코리아의 수익성이 3%대 중반으로 고정되는 와중에도 벤츠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했지만 비용부담은 벤츠코리아에서 각 딜러사로, 다시 딜러사에 소속된 영업사원들에게로 전이됐다. 벤츠 판매망의 말단에 위치한 각 딜러사 영업사원들은 이 즈음부터 무한경쟁에 내몰렸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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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코리아와 각 딜러사들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소위 '비공식 할인'이 고착화 했다. 이 할인은 영업사원이 개인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리베이트'다.
영업사원들은 각 딜러사에 정식 고용된 정규직원이다. 그러나 급여는 낮다. 세전 월급여는 평균 120~150만원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업사원들은 차량을 판매할 때마다 차량가의 최대 2.4%까지 수수료(Commission)로 수령한다. 그러나 판매에 따른 수수료를 모두 급여로 가져가는 영업사원은 거의 없다. 이 수수료에서 고객에게 할인을 더 해주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이 비공식 할인을 내세워 차량을 팔수 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량 1대를 팔면 최저 수준의 수수료를 주지만 3대, 7대, 10대로 판매량이 늘면 늘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진다. 매달 일정수준 이상 차량을 팔면 억대연봉도 가능하도록 구조가 짜였다. 급여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은 영업사원들의 경쟁을 부추기는 촉매 기능을 했다.
벤츠 영업사원 A씨는 "1대를 팔면 사과 3개를 준다고 치면, 10대를 팔면 사과 50개를 준다"며 "무조건 차를 많이 팔아 실적을 내야 생활할 수 있는 수준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업사원들의 과당경쟁을 방관하는 경우도 많다. 벤츠를 사기 위해 소비자가 여러 영업사원들을 돌며 견적을 받는 것을 각 딜러사나 벤츠코리아는 묵인했다. 심지어 A딜러에게 가계약을 하고, B딜러에게도 가계약을 한 소비자가 최종 C딜러에게 차량을 구매해도 벤츠코리아 및 각 딜러사들은 이를 제재하지 않았다. 영업사원들 간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이런 복수 가계약건들이 올라와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일은 없었다.
벤츠 영업사원 B씨는 "영업사원들이 차량 재고 등을 알아보기 위해 가계약건을 올리는 사내 앱이나, 밴드 등이 있다"며 "여기에 똑 같은 차량, 똑 같은 옵션의 중복 가계약이 올라와도 딜러사나 벤츠코리아는 이를 묵인하고, 판매만을 독려했다"고 설명했다.
벤츠 관계자는 "각 판매사의 영업 조직 관리 및 커미션 구조에 대한 결정은 판매사 고유의 권한이며, 당사에서 강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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