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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한농, '전방위 M&A' 구조조정 빛볼까 [농산업 리포트]①'자본잠식' 세실·팜화옹 등 청산, 환경복구·재고관리 비용 선제 반영

심희진 기자공개 2018-12-07 08:54:42

[편집자주]

농산업은 오랜시간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져온 생명분야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거듭될수록 중요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농산업계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팜(smart farm) 구축, 고부가 모델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전진과 퇴보의 갈림길에 서있는 국내 농산업체들의 현주소와 생존전략 등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18년 12월 03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팜한농이 LG화학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몸집 줄이기에 전념하고 있다. 유일한 해외거점인 중국법인을 제외하고 모든 자회사를 매각·청산·흡수합병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골자다. 2010년대 들어 전방위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확장했지만 시너지 창출 실패,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이번 체질개선을 통해 실적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팜한농은 1953년 4월 한국농약으로 출범했다. 1956년 인천에 작물보호제 공장을 설립해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1977년에는 한정화학을 설립해 피제로(Pyzero), 피안커(Pyanchor) 등 작물보호제 원제 생산 시장에도 진출했다. 1980년대 들어선 한농종묘를 설립해 종자 육성분야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팜한농이 변화를 맞은 건 1995년이다. 그해 5월 팜한농은 동부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동부화학, 동부한농종묘, 동부일렉트로닉스 등과 합병됐다. 이 과정에서 독립회사였던 팜한농은 2007년 동부하이텍의 농업부문으로 편입됐다.

2010년 물적분할을 통해 팜한농은 다시 별도법인으로 재탄생했다. 이때부터 사세 확장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해 10월 살충제, 농약 등의 제조 브랜드를 하나 더 론칭하기 위해 아그로텍을 설립한 것이 첫 행보였다. 이듬해엔 팜세레스를 만들어 농산물 유통시장에 진출했다. 유리 온실을 활용한 작물 재배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팜화옹 지분도 32.1% 확보했다.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 작업 역시 병행됐다. 2011년 한해에만 천적곤충 개발업체인 세실에 이어 가정용 살충제 제조업체인 팜바이오텍, 채소 종자 전문업체인 대농종묘, 가락시장 내 농산물 경매업체인 동화청과 등을 차례로 편입시켰다. 이듬해 7월에는 바이오 소재사업을 위해 일본기업과 손잡고 팜피에프아이를 설립했다. 곧바로 팜흥농을 인수해 화훼작물 재배시장에도 발을 디뎠다.

팜한농의 활발한 투자활동은 외형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2010년까지만 해도 28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2011년 6800억원, 2012년 8500억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자산총액도 1조원에서 1조3000억원대로 불어났다.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입어 수익성도 개선됐다.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첫 해 팜한농은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후 2011년 353억원, 2012년 4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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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3년 팜한농의 영업이익은 다시 적자전환했다. 매출액도 7800억원대로 전년대비 8% 줄었다. 이듬해 영업이익이 100억원으로 반등했으나 매출액은 2011년 수준인 6780억원으로 회귀했다. 한때 5%까지 상승했던 영업이익률은 1%대로 하락했다.

빠른 속도로 덩치를 불린 것이 도리어 발목을 잡았다. 2013년 동화청과를 뺀 나머지 자회사들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중복사업이 많았던 데다 기존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창출에 실패한 것이 뼈아팠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는 팜한농이 만드는 비료와 농약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수백억원을 투자했지만 상업생산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빚만 쌓인 자회사들이 등장했다. 아그로텍, 세실, 팜바이오텍 등은 수년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팜한농이 반등 기회를 잡은 건 2016년 LG그룹에 편입되면서다. 그해 4월 LG화학은 팜한농 지분 100%를 인수했다. 동시에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팜한농에 3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키도 했다.

새 주인을 맞은 팜한농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먼저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해 부채가 쌓인 팜흥농부터 흡수합병했다. 이어 팜피에프아이, 팜세레스 등을 청산했다. 팜바이오텍은 2017년 2월 대일제약에 매각했다. 팜화옹과 세실도 주요 자산을 모두 매각한 뒤 청산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말 아그로텍 흡수합병을 끝으로 팜한농에는 중국 헤이룽장성 법인 정도만 남았다.

자회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 탓에 팜한농의 실적은 더욱 나빠졌다. 2016년 팜한농은 5680억원의 매출과 1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환경복구, 재고자산 관리 등에 유동성이 투입된 결과다. 순손실은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1000억원대를 기록했다. 무형자산 손상차손, 충당부채 등이 반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선 2년여간 체질개선을 통해 잠재 부실까지 모두 털어낸 만큼 경영 정상화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농약·비료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해외 판매기반 확대, LG화학과의 시너지 창출 등이 더해지면 수익창출력이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팜한농은 오랜 업력에 기반한 소비자 인지도와 판매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다"며 "㈜LG화학의 농화학 사업 육성 의지,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사업 역량이 제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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