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쇄신'에도 굳건한 현대·기아차 '재무라인' 재무통 '이원희·박한우 사장' 체제 유지…판매감소 악재 속 '관리 능력' 인정
고설봉 기자공개 2018-12-14 08:21:00
이 기사는 2018년 12월 13일 15: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 내 대규모 인적 쇄신이 단행됐지만 '재무' 출신 전문경영인들은 오히려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룹 내 대표 재무통으로 꼽리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구상한 미래 전략에 '재무라인'의 역할이 더 커질 전망이다.현대차그룹이 지난 12일 단행한 인사에서 부회장단 및 사장단 등 대규모 퇴진이 이뤄졌다. 그러나 윤여철 부회장처럼 장수하는 전문경영인도 나왔다. 전문성을 갖춰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경우 나이와 직급에 관계 없이 계속해서 중용될 수 있다는 인사 원칙이 잘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박한우 기아차 사장의 대표이사직 유지는 이번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인사 원칙이 잘 반영된 사례로 꼽힌다. 두 사장 모두 각각 현대차와 기아차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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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사장은 2016년 3월 현대차 등기임원에 올랐다. 현대차의 기업전략, 사업관리, 국내영업, 재경 등을 두루 담당하는 총괄 대표이사다.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로 아직 연임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인사의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 수석부회장이 조직 재정비를 위해 큰 폭의 인적 쇄신을 단행한 만큼 또다시 대규모 고위급 인사가 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이 사장이 장수할 수 있는 이유는 재무분야 전문가로 현대차의 곳간을 지키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현대차 재정팀장, 국제금융팀장, 미국법인 재경담당 상무를 거쳤다. 2010년 현대차 재경본부장에 올라 2016년까지 '곳간'을 지켰다. 기획실, 국내영업, 해외영업, 마케팅, 재경 등을 두루 담당하며 사실상 그룹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 사장은 2013년 3월 기아차 등기임원으로 최초 선임된 뒤 2016년 3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또 다시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인사에서 변동이 없었던 만큼 향후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오히려 올해 1월 이형근 기아차 대표이사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기아차 단독 대표이사로 입지를 한층 더 굳혔다.
박 사장 역시 현대차그룹 내 대표 재무통으로 꼽힌다. 박 사장은 현대자동차서비스(현대캐피탈의 전신)로 입사한 뒤 현대차그룹에서 30년 이상 재무분야에서 근무한 재무 전문가이다. 현대차 인도법인 재경담당 임원을 거쳐 인도법인장 겸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10년 가까이 인도법인에서 일한 인도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사장과 박 사장이 현대차와 기아차에서 각각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시기는 다르다. 하지만 각 법인의 수장으로 발돋움한 시기는 2014년으로 동일하다. 2014년 8월 이 사장이 현대차 사장으로 승진하고, 그해 11월 박 사장이 기아차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당시 두 사람의 사장 승진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았다. 주로 영업·생산 출신이 대표이사를 맡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례가 깨졌기 때문이다. 재무 전문가인 두 사람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대표이사에 오르며 파격적이란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당시 현대차그룹이 재무라인을 현대차와 기아차 대표로 중용한 것은 위기 돌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2014년 현대차그룹은 환율 하락 등으로 고전했다. 차량 판매가 증가하는 시기였지만 실제 수익성 극대화로 잘 연결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내실을 다지기 위한 '숫자 관리'가 필요했다.
또 당시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중심의 후계구도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의 승계와 계열사 재정비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야 하는 만큼 재무라인을 경영 전면에 전진 배치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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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두 사람이 키를 잡은 뒤 현대차와 기아차는 판매 감소에 따른 악재 속에서도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며 내실을 다졌다. 현대차의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2014년 12월말 147조2251억원에서 2018년 9월말 현재 179조7724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83% 포인트 상승한 데 그쳤다. 보유현금은 2014년 12월말 11조990억원에서 2018년 9월말 현재 17조9352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아차도 양호한 재무구조 개선세를 보였다.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2014년 12월 말 41조442조원에서 2018년 9월말 현재 52조832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7.91% 포인트 상승했다. 보유현금은 2014년 12월말 5조9374억원에서 2018년 9월말 현재 7조6206억원 수준으로 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전문성, 실적 등 종합평가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현대차와 기아차 외에도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대표이사가 그대로 유지되는 법인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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