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2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폐지 위기를 맞은 중소제약사 경남제약이 얼마 전 급하게 보도자료를 냈다. 주주와 임직원, 회사 문제로 혼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는 이 글에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상폐) 결정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과 경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경남제약 주식은 지난 3월부터 시장에서 약 9개월 넘게 거래가 정지돼 온 종목이다. 2010년대 들어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태에서 실적 하락과 함께 주가도 내림세를 탔다. 올초 갑작스럽게 주가가 오르더니 과거 이희철 전 경남제약 회장의 회계 부정을 이유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경남제약을 지켜보는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건 오너십의 부재였다. 이는 국내 다른 중소중견 제약사들이 수십년간 단단한 오너십 아래 지배권을 다져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들어서도 경남제약은 수차례의 경영권 분쟁과 잦은 최대주주 교체 시도가 이어졌다. 주주 구성만 봐도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최대주주에 오른 마일스톤KN펀드 지분율이 12.4%로 10%를 약간 웃돈다. 그 다음으로는 회계 부정을 일으킨 이희철 전 회장 지분 보유 비중(11.84%)이 가장 높다.
막판에 소액주주들이 연대를 꾸려가며 마일스톤KN펀드와 믿을 만한 전문경영인 영입에 직접 뛰어들며 노력했지만 거래소 결정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경영권의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걸려 상폐 위기를 맞아야 했다.
아직 상폐 전 마지막 기회는 있다. 내년 1월 코스닥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사일까지 17일여가 남았다. 곪았던 부분이 완전히 드러나고 오너 리스크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상폐 여부를 떠나 경남제약에 이번 일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진정성 있게 회사를 끌고 갈 수 있는 경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잠깐 주가를 높여놓고 이익만 챙겨 빠져나갈 투기 세력이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확고한 경영 체제와 오너십을 만들어야 한다. 그간 회사 경영권을 인수하려했던 불투명한 M&A 세력과의 관계 청산도 과제다. 주주, 채권자, 고객의 신뢰를 얻을 기회를 잃지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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