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8년 12월 21일 0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9일 SK하이닉스가 이천 본사에서 진행한 M16공장 기공식은 여느 때와 달랐다.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전례 없이 참석했다. 최 회장 뿐 아니라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성욱 SK그룹 ICT위원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 등 최고위층 임원들이 총출동했다.최 회장 등의 참석은 내부 직원들도 이례적으로 느낄 정도였다. 기공식은 공장 건축의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다. 통상 기공식보단 공장 생산 매출이 본격화되는 준공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에 과거 복수 공장들의 기공식은 SK하이닉스 내부직원들 끼리 조용히 진행했다. 언론 등 외부에 굳이 알리지도 않았다.
최 회장도 SK하이닉스가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이후 진행한 증설관련 행사 가운데 준공식만 챙겼었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이천 M14공장과 올해 10월 청주 M15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당시 준공식은 정부에서도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중요했다. M14와 M15 준공식엔 각각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최 회장이 기공식을 처음으로 챙긴 이유는 뭘까. 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짐작이 가는 대목이 있다. 최 회장은 수감생활을 하다가 2015년 8월 14일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출소 당시 최 회장은 국가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회장은 출소 후 십여일 만인 같은 달 25일 SK하이닉스 M14 공장 준공식에서 무려 46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투자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향후 10년 동안 M14를 포함해 총 3개 공장을 국내 구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국내 경제에 일조하겠다는 약속을 바로 이행한 셈이다.
이후로도 계획은 착실히 이행됐다. 올해 준공된 M15는 마스터플랜에서 밝힌 두 번째 공장이었으며, M16은 마지막 공장이다. 최 회장이 M16 기공식에 특별한 의미를 둔 것은 자신이 약속한 계획의 마지막 단추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M16은 2020년 10월 완공될 예정이다. 이후 시황에 맞게 생산 품목과 규모를 책정해 순차적으로 장비투자가 시작된다. 최 회장이 약속한 10년간 46조원 투자는 기한이 2025년까지지만 조기에 달성될 수도 있다.
반도체 슈퍼싸이클은 올해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하강국면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이익(6조4724억원)을 기록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대로 감소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불안한 시장 전망에도 SK하이닉스는 M16 기공식을 진행했다. 시장 수요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 투자다. 불안한 시장 상황에서 최 회장은 마지막 약속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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