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vs 한진家]'14년 장기' 펀드, 예측해본 '실패' 시나리오⑧분쟁 정례화 '리스크'…'실적·재무' 확실한 개선 없으면 투자자 이탈
고설봉 기자공개 2019-01-31 13:00:00
[편집자주]
별다른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고 '정중동'하는 듯 보이는 한진그룹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연이어 터진 갑질 사태, 국민적 공분, 주요 권력기관의 잇따른 수사, 그리고 "너희들 문제가 많아 행동에 나서겠다"라고 말하는 듯 지분을 매집하고 달려든 한 펀드. 동시에 불붙은 '한국형 주주행동주의' 흐름과 국민연금의 주주관여 움직임. 한진그룹 수뇌부는 비상상황에 있다. 강성부 펀드라고해서 느긋하진 않다. 경제적 이슈를 넘어 정치적 관심사가 됐고 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분쟁이 어디로 가고 있고 분쟁 당사자들의 전략은 무엇인지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29일 09: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펀드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잣대는 당연히 수익률이다. 펀드를 설립하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수익을 얹어 되돌려 주는 것이 펀드의 속성이다. 'G행동주의 펀드(Governance Activist hedge fund)'라도 이런 본질을 외면할 수 없다. 강성부 대표의 생각과 전략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향후 KCGI 내부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투자자들은 '사회정의 실현', '낙후된 기업 경영문화 개선' 등에 동의할 수도, 동의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들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펀드에 묶어둘 수 있는 고리는 '수익'이다. 손실을 예상하면서도 펀드에 자금을 태우는 투자자는 없다.강 대표의 실험은 14년의 장기 프로젝트다. 그런 만큼 현 시점에서 미래의 일을 예단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하다. 하지만 펀드의 성패를 예상해 볼 수는 있다. 기업이 존속하고, 경기가 꾸준히 성장하고, 항공산업이 지속적으로 순항한다면 아마도 주가는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14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 화폐 가치의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강성부 펀드'의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강 대표의 성공은 한진칼과 ㈜한진의 주가에 달렸다. 주가가 올라도 14년 뒤에 이를 현금화 할 수 있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그래야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
특히 주가 부양이 강 대표의 생각처럼 쉽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KCGI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를 경영 일선에서 배제하고, 전문 경영인을 한진그룹 각 계열사에 배치해도 한진칼 및 각 계열사들의 가치는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까지의 추이로 보면 '오너일가 전횡'과 '실적'은 무관하다. 더불어 이러한 급격한 경영진 교체가 오히려 기업의 경영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쳐 실적 및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한쪽의 일방적 승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가운데 '3월 주총 표대결'은 매년 반복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속적이고, 정례화된 '분쟁'은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3월 주총 '표대결', 일방적 승리 없어…매년 '분쟁' 발생 가능성
다가올 3월 주총에서 KCGI가 조 회장 일가의 측근들을 이사회에서 몰아내고, 더 나아가 조 회장 일가를 경영진에서 제외 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KCGI는 한진칼과 ㈜한진에 주주명부 열람·복사 가처분신청을 냈다. 주주명부에 담긴 주주의 이름과 주식수를 파악하기 위한 시도로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표 대결까지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분쟁은 앞으로 KCGI가 14년 동안, 매년 3월 겪어야 할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당장 이사회 및 대표이사 등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다 해도 강 대표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총 표 대결에서 져도, 조 회장 일가의 한진칼 보유 지분율은 변함 없이 28.95%이기 때문이다. 또 조 회장 일가가 보유 자금을 총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집중 매집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분쟁의 씨앗은 오히려 더 커진다. KCGI와 조 회장 일가는 매년 3월마다 피 튀기는 주총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년 주총때마다 최대주주들 간 이전투구로 기업 경영권이 뒤바뀐다면 오히려 한진칼 및 대한항공 등 각 계열사의 경영 환경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KCGI가 언제든, 어떠한 조건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확실한 자기지분 및 우호지분 50%+1주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분쟁은 끝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오히려 KCGI는 매년 '실험'을 거듭하다 실패를 맛 볼 수도 있다.
특히 분쟁으로 '내우'를 겪는 동안 대규모 전염병, 유가 폭등 등 '외환'을 맞는다면 대한항공은 한번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KCGI는 큰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확실한' 지배구조 개선을 하지 못하는 이상, 분쟁이 장기화 하면 오히려 '내우회환'으로 한진칼 및 계열사들은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 지배구조가 불안정하고, 실적 및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주주들은 언제든 KCGI로부터 등을 돌릴 것으로 예견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지배구조 개선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지 못하면 투자자들(펀드 및 주식)은 강 대표를 외면할 수 밖에 없다"며 "'투자'한 자본의 이익을 따라가는 것이 투자자들의 속성이고, 당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오너일가' 사태에도 '호황', 여론 악화와 실적은 별개?
한진그룹의 핵심은 항공산업이다. 한진칼의 29.96% 자회사인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여객, 화물 등 항공운송 사업이 진행된다. 이외 많은 수의 한진칼의 자회사들이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티켓 판매, 지상 조업, 항공기 정비 등의 항공산업과 연계된 사업을 벌인다.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는 곧 여타 계열사들의 동반 부실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는 것은 한진그룹 전반의 계열사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땅콩 회항', '갑질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조 회장 일가의 전횡이 한진그룹 경영을 악화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있다. 대외적 이미지 및 신인도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며 그룹 안팎의 경영 환경을 얼어 붙게 만들었다. 강 대표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이러한 전제를 기반으로 논리를 쌓았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잘못된 기업경영'을 걷어내는 것이 곧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정비례 하지 않는다. 단편적으로 대한항공의 실적을 놓고 보면 '오너일가의 전횡'이 실적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한항공 실적은 '오너일가'와 상관 없이, 유가 및 전염병 등 외부 이슈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두 차례에 걸친 조 회장 일가의 전횡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경영 성적표는 꾸준히 '우수'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직후인 2015년 1분기 대한항공의 실적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사건이 터진 2014년 12월 5일 이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했다. 이러한 상황은 장기화 했지만 오히려 대한항공의 장사는 훨씬 더 잘 됐다. 대한항공의 2015년 1분기 매출은 2014년 1분기 대비 0.89%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87.38% 늘었고, 순손실 규모는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88% 포인트 상승했고, 매출원가율과 판관비율은 각각 5.81%와 0.06% 포인트 감소했다. 이외 기타영업외수익이 83.81% 늘었고, 금융비용은 줄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갈질'은 2018년 4월 12일 발생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대한항공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한항공의 2018년 3분기 매출은 2017년 3분기 대비 9.46%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3.02%, 317.69%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0.36% 포인트 상승했다. 매출원가율이 0.09% 상승했지만 판관비율은 0.45%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기타영업외수익도 14.92% 증가했다. 금융비용이 19.84% 늘어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를 놓고 보면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오너일가의 일탈로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도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대한항공이라는 대체 불가한 국적기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메르스, 사드사태, 유가 등의 외생변수에 의한 실적 하락이 오너 이슈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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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심자산 매각=신용등급 상향"…신평사에선 "글쎄"
한진칼과 ㈜한진의 다른 주주들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강성부 대표의 믿음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의 가치는 그 기업의 실적에 가장 크게 좌우된다. 결국 강 대표가 성공하려면 투자자들에게 '지배구조 개선=기업가치 상승'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단기간 수치로 확인시켜 줘야 한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배당 확대를 통해 꾸준히 투자자들을 자기 편으로 묶어둘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이 기업이나 펀드에 바라는 것은 '주가 상승'과 '배당' 등 '주주이익'이다.
KCGI는 한진칼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및 한진그룹 경영진들에 크게 3가지 요구를 했다. 이 가운데 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구는 '기업가치 제고방안'이다. KCGI는 '신용등급 상향'을 제안했다. 차입금 의존도와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인 골자다. 이를 위해 KCGI는 '항공산업과 시너지가 낮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이를 차입금 상환 및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받는 방안도 추가했다.
그러나 KCGI의 이러한 요구와 대한항공의 장기 비전에 대한 신용평가 업계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당연히 재무구조 개선은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이지만, 차입금을 상환한다고 등급이 바로 올라가지는 않는다"며 "재무구조 개선한다고 유휴자산을 매각했는데, 그게 크지 않으면 신용등급에 영향을 못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얼만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KCGI의 요구는 워낙 원론적이고 (자산 매각, 차입금 상환 등의 일정이)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항공산업은 비행기 등 투자부담이 큰 산업인데, 과도한 배당 등의 이유로 투자 여력이 없다면 신용도에 오히려 부정적"이라며 "유휴자산이라는 게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데, KCGI가 항공산업과 직접 관계 없는 것을 대상으로 매각을 한다고 밝혔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 안 할 수 있고, 이러한 자산이 오히려 투자를 단행할 때 담보 등으로 제공되면서 항공산업을 꾸준히 성장 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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