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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벤처, 심사역 지위 남용했나... 내부통제 도마위 [올룰로 카피캣 분쟁]①퇴사 후 동일업종 창업, 경쟁사 자료활용 등 도덕성 시비

배지원 기자공개 2019-01-31 07:59:16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0일 15: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이하 소프트뱅크벤처스)의 전 심사역이 투자를 검토하던 업체와 동일한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경쟁사의 사업 내용을 확보하고 데이터도 활용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심사역으로서 지위를 남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해당 심사역이 법인 등록을 마친 뒤, 늦게 이를 파악해 내부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심사역이던 김 씨는 작년 12월 말 전기스쿠터 공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김 씨가 창업한 회사는 그가 소프트뱅크에서 직접 투자심사를 담당했던 업체 '올룰로'와 닮은 꼴이었다. 그는 초기 투자검토 단계에서 올룰로의 '킥고잉(KICKGOING)' 비즈니스에 대한 사업계획서 등을 열람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김 씨의 창업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 씨는 지난 2일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창업을 위해 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작년 12월 21일 종무식 이후 연휴기간을 활용해 법인을 설립한 뒤였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관련 내용을 파악해 2일 오후 윤리위원회를 열었고 이중취업 금지 규정을 이유로 김 씨를 권고사직 처리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뒤늦게 김 씨의 창업을 만류하고 나섰지만 이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김 씨의 행위가 '베끼기 창업' 등으로 문제가 확산될 것을 미리 경고했다. 올룰로 측에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씨는 올룰로 대표와 나눈 개인적인 메시지를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에게 공개하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가 올룰로 대표와 만나 직접 입장을 확인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올룰로 측에서는 미팅을 두 차례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김 씨가 이미 재직중이었던 작년 12월 28일 법인 설립을 마쳐두고 앤젤투자자까지 확보한 상태였기 때문에 퇴사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의 또다른 애널리스트도 함께 창업하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내부적으로 회사의 승인없이 자기 사업체를 영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면서 얻은 모든 마케팅, 비즈니스 계획이나 고객데이터 등 정보를 개인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기밀유지 규정이 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관계자는 "심사역 개인의 일탈행위를 사전에 통제하지 못했지만 기밀유지 규정 등 내부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던 문제는 아니다"라며 "차후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관리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가 실제 올룰로의 기밀정보를 얻어 창업에 활용했는지는 법적 공방을 통해 사실을 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벤처투자 심사역으로서 지위를 남용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씨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사역 지위를 유지했다. 심사역으로서 경쟁 스타트업(올롤로)에 사업 내용을 질의하고 사업계획서, 내부 자료 등을 검토했다는 데 대한 윤리적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올룰로 측은 김 씨가 설립한 회사가 자사의 데이터를 투자자 참고자료로 쓰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법적 대응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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