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에 이례적 반대표 폭탄…올해는? 2018년 주총서 10건 중 5건 반대…제일모직 합병 논란 확산에 상징적 반대
김장환 기자공개 2019-02-12 08:15:14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1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이 올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올해 역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올해 주총에서도 적극적인 반대 의사 표시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인다.국민연금은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 과정에선 백기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나자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반대 의사 표시에 나섰다. 경제적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 소위 반대표 폭탄을 던졌다. 주총에 올라온 총 10개 안건 가운데 절반인 5건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5% 이상 주요 주주로 올라선 이래 주총 안건 반대 의결 행사는 이때가 처음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원 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가 집중됐다. 최치훈 이사회 의장과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 이영호 건설부문 사장과 이현수·윤창현 사외이사 연임안이었다. 윤 의원의 감사위원 선임안도 이를 근거로 반대했다.
정작 주총 표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삼성물산이 올린 이사 선임 안건을 국민연금 외 대다수 주주가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연임을 반대했던 이사들은 모두 오는 2021년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국민연금은 사실 삼성물산 주총 안건 통과에 독자적으로 영향을 미치기가 어려웠다. 주요 주주라고는 하나 삼성물산 보유 지분이 5.67%(현 5.96%)에 불과했다. 이사 선임 등 주총 보통결의 안건은 주주 절반 이상 찬성시 통과된다. 찬성주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이면 된다.
국민연금의 주총 안건 반대는 실효성보다 상징적 의미로 더 크게 다가왔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찬성 의사 표시를 했던 국민연금이다. 그랬던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더욱이 반대 의사 표시를 명확히 했던 것이다.
국민연금은 당시 이사 선임 반대 근거로 의결권 행사지침 세부기준 28·29조를 삼았다. 28조는 △관련 회사 혹은 중요 관계회사에서 5년 이내 상근 임원직 역임 자 △이사회 참석률 75% 미만인 자 △재직연수 10년 초과 자 △법률·경영자문 등 회사 이사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자 등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9조도 이에 준하는 지침이다.
핵심 반대 사유로는 '감시의무 소홀'을 들었다. 이들 이사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이사회에서 승인한 인물들이란 점을 문제 삼았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으로 당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고 있었다. 박근혜 정부가 이재용 부회장 등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삼성가(家) 승계를 돕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 양사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건 이처럼 안팎의 잡음을 고려할 때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잡음을 차단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7월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작성한 채준규 전 주식운용실장을 해임하기도 했다.
올해 3월 열릴 삼성물산 정기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의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7월부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가 도입되면서 국민연금은 올해 투자 기업들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보다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지난해는 투자사들의 주총은 이를 미리 실험해본 자리가 됐다.
한편 삼성물산의 이번 정기 주총에 등기임원 선임 안건은 올라오지 않을 전망이다. 권재철 사외이사(감사위원)는 내년 주총까지, 나머지 등기임원은 오는 2021년 주총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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