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거버넌스 개선 '모범생' 될까 [이사회 분석]염재호 고려대 총장 합류시 사외이사 최대 5인, 구성도 '가지각색'
박기수 기자공개 2019-02-22 11:35:33
[편집자주]
지배구조 개선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내부통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천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 경영에 관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사회는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더벨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주요 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1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총수이자 지주사 SK㈜의 대표이사인 최태원 회장이 SK㈜의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알려지면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는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사진)이 거론되고 있다.
|
국내 주요 대기업 일부에서는 이미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이 주요 사례다. 이번 SK그룹의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사회적 가치와 ESG 등을 중시하는 SK그룹치고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라고도 말한다.
눈길이 쏠리는 점은 향후 SK㈜의 사외이사 숫자다. 사외이사의 단순 총량이 지배구조 개선 정도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외이사의 역할이 사내이사 감시를 포함해 외부자 입장에서 기업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임을 고려했을 때 사외이사 인원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
이미 SK㈜의 이사회 7인 중 4인이 사외이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의 사외이사진은 현재 △하금열 △이용희 △이찬근 △장용석 사외이사로 구성돼있다. 다만 이는 상법을 어기지 않는 최소한의 조건에 불과하다. SK㈜는 자산총계 2조원 기업이기에 상법상 전체 이사회 중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염재호 총장이 사외이사진에 합류하면 사외이사는 5명이 된다. 지금까지는 법을 어기지 않는 수준에서 사외이사진을 꾸려왔다면 이제부터는 독립적인 이사회 경영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셈이다. 혹은 올해 3월 말까지로 임기가 예정돼있는 이용희 사외이사 대신 염 총장이 합류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 숫자는 기존대로 4명이 된다.
사외이사 숫자가 4명으로 유지돼도 염 총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은 상징성이 있다. 염 총장은 고려대학교 교수 시절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면접 등을 이유로 수업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할 때 '수업에 참석하지 않으면 학점을 줄 수 없다'며 원칙을 강조하는 '원칙주의자'다. 거버넌스 업계 관계자는 "(염 총장이) 독립성이 요구되는 이사회 의장 역할을 잘 소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염 총장 합류 후 사외이사진 구성도 눈여겨볼 점이다. 이용희 사외이사가 연임하고 염 총장이 가세할 경우 SK㈜ 사외이사진은 더욱더 화려해진다. 이미 SK㈜의 사외이사진은 언론계와 관료 출신, 금융권과 교수 출신까지 이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다음 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용희 사외이사는 관료 출신으로 현재 SK㈜ 사외이사진 중에서 사외이사 경력이 가장 길다. 2013년 3월 말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행정고시 14회 출신인 이용희 이사는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 김대중 대통령실 국민경제 자문회의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30여 년 간의 관료 생활 끝에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상임감사위원을 거쳐 NICE신용평가정보 부회장직을 역임했다.
하금열 사외이사는 기자 출신이다. 2009년 말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에 올랐던 하 이사는 2011년 말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실 실장 자리도 역임했던 바 있다. 이후 2015년부터 SK㈜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에 재선임되면서 하 이사는 2022년 3월 말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이용희·하금열 사외이사가 포진한 가운데 염 총장이 가세한 SK㈜의 사외이사진은 관(官)계와의 접점이 많아진다. 염 총장은 고려대 교수 소속으로 있으면서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우정사업운영위원장,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평가단장 등을 겸임하기도 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6대 대통령선거 TV 합동토론 당시 사회를 맡아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던 경험도 있다.
이외 이찬근 사외이사는 투자은행(IB)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 UBS 한국대표와 골드만삭스 한국대표를 지낸 이 이사는 2007년 하나IB증권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2010년부터 2013년까지 KB국민은행 부행장으로 일했다. 2018년 3월 선임돼 임기는 2020년 3월 말까지다.
장용석 사외이사는 현재 SK㈜의 사외이사진 중 유일한 교수 출신이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를 거쳐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경력이 있다. 2017년 3월 말 사외이사로 선임돼 2021년 3월까지 사외이사직을 수행한다.
SK㈜는 내달 5일 열릴 이사회를 통해 향후 이사회 청사진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이사회 구성에 대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
염 교수 혹은 새로운 사외이사가 합류함에 따라 이사회 산하 위원회 구성의 변화도 주목할 점이다. 현재 SK㈜는 이사회 산하에 세 곳의 위원회(△감사위원회 △거버넌스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두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이용희 △이찬근 △장용석 사외이사가, 거버넌스위원회는 네 명의 사외이사가 구성하고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이사회 중심 경영 원칙을 실행하고 주주권익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위원회다. 각각의 장(長)은 이용희 사외이사와 장용석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추위의 장은 하금열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SK㈜의 사추위에는 사내이사인 장동현 사장이 포함돼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 다른 대표이사였던 최태원 회장은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실제 이사회 중심 경영이 이뤄질지는 두고봐야 하지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는 분명 지배구조 상 개선점"이라면서 "최근 기업 거버넌스 개선에 사회적으로 요구치가 높아지면서, 이런 분위기에 SK그룹이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