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유료방송 재편 대응…극강 신용도 흠집내나 [발행사분석]티브로드 합병, 2위 싸움 서막…딜라이브 인수시엔 재무부담 증가
이경주 기자공개 2019-02-25 16:04:09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5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의 급격한 재편이 SK텔레콤 신용도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며 유료방송시장 2위 사업자로 떠오르자,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SKB)를 티브로드와 합병시켜 LG유플러스를 턱밑 추격하고 있다.업계에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양사가 향후 2위 자리를 두고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열이 정리되기 전까진 양사 비용 지출이 커질 우려가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를 압도하기 위해 잠재 매물인 딜라이브를 추가 인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경우 SK텔레콤은 신용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유료방송 시장 '빅뱅'…SKT 현금흐름에 부정적
SK텔레콤은 신용등급이 AAA로 최고 신용도를 자랑한다. 영위하고 있는 통신서비스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부의 규제를 받고 있는 과점 시장인데다, 주력인 이동통신(무선)사업의 경우 SK텔레콤이 시장의 절반(18년 말 기준 47.2%)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등급 비결이다. 즉 매년 안정적으로 현금이 창출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주도적 지위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크레딧업계에선 SK텔레콤 신용도 변화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통신서비스산업의 또 다른 축인 유료방송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탓이다. SK텔레콤은 100% 자회사 SKB를 통해 IPTV 사업을 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이달 14일 이사회를 열고 케이블TV 1위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재편에 불씨를 당겼다. SK텔레콤은 일주일만인 같은 달 21일 태광그룹과 양사의 자회사들인 SKB와 티브로드를 합병시키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시장 재편의 큰 구도는 상승세에 있는 IPTV사업자(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들이 하향세에 있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을 인수하는 것이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모두 덩치가 있는 케이블TV를 흡수하게 됐다는 점에서 양사 모두 사업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점유율이 엇비슷해졌다는 것이다. M&A전에는 SK텔레콤(SKB)이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14%로 2위, LG유플러스는 11.7%로 4위였다. CJ헬로비전은 12.8%로 3위, 티브로드는 9.4%로 5위다. M&A 후에는 LG유플러스(CJ헬로비전)가 24.5%로 2위, SK텔레콤이 23.4%로 3위가 된다. 양사 점유율 차이가 1% 미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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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양사가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번 시장 지위가 정해지면 쉽게 변하지 않는 시장 특성 탓이다. 유료방송은 이동통신과 결합상품 등으로 묶여 있는데다 소비자들이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한번 가입을 하게 되면 수년 동안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양사는 모두 보강된 가입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혹은 또 다른 M&A에 나설 수도 있다.
결국 크레딧업계에선 이번 M&A 이슈가 SK텔레콤 현금흐름에 득보단 실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초대형IB 팀장은 "결과적으로 2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진 국면"이라며 "사업 역량 강화에도 현금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텔레콤은 당장 재무적으로는 큰 영향은 받지 않는다. 티브로드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SK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지출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 딜라이브 인수로 한방 싸움 가능성…신용도에 하방압력
SK텔레콤은 향후 LG유플러스와 격전이 현실화돼 비용지출이 늘어난다 해도 신용등급이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해부터 약화되는 추세긴 하지만 현금흐름이 여전히 건전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015년 3조9387억원, 2016년 4조1369억원, 2017년 4조2012억원으로 지속 상승해 왔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EBITDA가 2조9173억원으로 8.4%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EBITDA마진율이 32.9%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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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지출도 4G투자 일단락에 따라 줄어드는 추세다. 카팩스(CAPEX, 자본적지출)의 경우 2016년 2조2542억원에서 2017년 1조9459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카팩스도 1조326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557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이에 잉여현금흐름(FCF)도 지난해 3분기까지 3458억원으로 플러스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이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딜라이브는 유료방송 점유율이 7.2%로 6위 사업자다. SK텔레콤이 딜라이브를 추가 인수할 경우 점유율이 30.6%가 돼 1위(KT 31.1%)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가격만 적정선에서 제시되면 SK텔레콤이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SK텔레콤 내부적으로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재무적 부담은 확실히 가중된다. 딜라이브 대주주는 95.29%를 보유한 국민유선방송투자로 MBK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그러나 SPC가 딜라이브 인수를 위해 끌어쓴 인수금융이 상환에 실패하며 채권단이 경영권을 넘겨 받은 상태다. 채권단이 투자한 원금은 현재 1조3000억원 규모다. 이 금액이 채권단이 희망하는 몸값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 눈높이를 고려하면 가격이 9000억원 안팎으로 떨어져야 거래가 성사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SK텔레콤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고 차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은 현금흐름은 건전하지만, 순차입금은 최근 수년 동안 4~5조원대로 높게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SK하이닉스 인수 당시 차입이 크게 늘어난 이후 현재까지 크게 줄지 않았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순차입금은 4조6601억원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EBITDA 배율은 1.2배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7000억원대 ADT캡스 인수거래를 단행했기 때문에 지난해 말 기준으론 재무 부담이 더욱 가중됐을 수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SK텔레콤은 2012년 SK하이닉스에 이어 지난해 말 ADT캡스 M&A까지 인수주체로 나서며 재무부담이 가중된 상황"이라며 "여기서 딜라이브와 같은 기업을 인수해 추가로 재무가 악화될 경우 신용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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