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열 재정비' 현대차, '엘리엇' 정면돌파 할까 지배구조 개편 목전, 전선 형성…'정의선 체제' 안착 자신감
고설봉 기자공개 2019-02-28 10:07:52
이 기사는 2019년 02월 27일 14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엘리엇과 확실한 전선을 구축했다. 엘리엇의 고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요구에 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체제를 더 공고히 다졌다.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엘리엇과 명확히 선을 그으며 정면 돌파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현대차그룹은 지난 26일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소집결의 및 공고를 공시했다. 이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후보를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더불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추대에 대한 이사회의 결정도 공시했다.
더불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현금배당 및 이사회 내 소위원회 설치 등에 대한 내용도 공시했다. 투자자 등 시장 관계자들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했다. 별도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주주친화 정책을 본격 실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 전략과 투자 확대에 대한 선제적인 방향성 제시, 국내·외 투자설명회 등 개최, 중장기 경영·재무 전략 방향성 제시 등 투자자와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이처럼 현대차는 공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친(親) 시장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사실상 정의선 체제가 현대차그룹 전반에 걸쳐 확대된 점을 외부로 첫 공개하면서 주주친화적인 정책들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적극 반대하며 현대차그룹과 대립각을 세운 미국계 헤지펀드이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3%와 2.6%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각각 주당 2만1967원, 2만6399원을 배당하라고 제안했다. 배당 총액 기준 현대차는 우선주를 포함해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또 엘리엇은 현대차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John Y. Liu) 베이징 사범대 교육기금 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Robert Randall MacEwen) 빌라드파워 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Margaret S. Billson) CAE 이사를 제안했다. 현대모비스의 사외이사로는 로버트 앨런 크루제(Robert Allen Kruse Jr.)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Rudolph William C. Von Meister) 2명을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반대 의사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엘리엇과 분명한 전선을 형성하고, 엘리엇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엘리엇의 요구를 모두 반대한 것은 아니다. 엘리엇이 요구한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엘리엇의 요구 중 타당한 부분은 수용하면서 주주권익보호 앞장서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쟁사에 있는 분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것은 이해관계 충돌로 볼 수 있어 엘리엇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배당에 대한 주주제안도 사실상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총 약 8조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일회성으로 배당하면 신차 개발 등 회사의 미래는 꿈도 꿀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엘리엇에 대한 분명한 반대 의사 표명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 안착에 대한 자신감으로 비춰진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와 이후 있을 각 사의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이 부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잇따른 신차 출시와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의 기술력 확보 등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점도 이번 발표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해 한차례 실패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엘리엇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엘리엇은 공개서한, 홈페이지 개설,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적극 반대했다. 현대차는 별도 대응을 하지 않고,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다 개편안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한 대형증권사 선임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엘리엇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는 대신, 일반 투자자와 국내외 기관투자자 등에 대해서는 유한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전, 피아를 확실히 구별하고 전선을 명확히 설정해 지난해 실패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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