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나스닥 상장 포기한 배경은 코스닥 바이오주 고평가 분위기에 미국 높은 상장유지비 부담…성과 가시화로 IPO 적기 판단
서은내 기자공개 2019-03-28 08:19:13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7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이 국내 증시 입성에 착수하면서 그간 논의돼온 온 나스닥 상장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해 초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가 나스닥 상장 계획을 언급하면서 나스닥으로 무게가 실린 바 있다.SK바이오팜은 국내시장 IPO 가능성도 열어놓고 상장 방안을 검토해왔고 이번에 한국거래소로 최종 선택을 했다.
SK바이오팜이 한국 거래소를 선택한 것은 미국 나스닥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주 붐이 일면서 나스닥 상장에 비해 바이오업체에 대한 공모가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이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것보다 상장 유지비용이 덜 든다. 최근 미국 FDA에서 신약 승인을 받은 SK바이오팜으로선 현재가 상장 추진에 최적기로 손꼽힌다.
2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국내IB를 대상으로 RFP를 발송하고 상장 주관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연내 상장이 목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코스피가 될지 코스닥이 될지는 앞으로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이 나스닥이 아닌 국내 상장으로 타겟을 굳힌 것은 최근 IPO 시장의 밸류에이션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바이오업계로 투자금의 공급이 몰리면서 바이오업체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고평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쫓아 미국 등 해외 바이오벤처들도 국내 증시 입성을 꾀하는 상황이다.
SK바이오팜은 글로벌 임상을 진행하며 해외를 주 무대로 사업하고 있는만큼 나스닥 진출을 검토했다. 하지만 코스닥 등 한국거래소로 상장하는 것이 밸류에이션 면에선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IB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팜이 나스닥에서는 원오브뎀(one of them)일 뿐이지만 한국에서는 메이저 업체가 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스닥의 높은 상장 유지비용을 감당할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와 달리 나스닥의 경우 1년에 수십억원씩 상장 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적인 비용 뿐 아니라 법무법인을 통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법적 비용 등이 만만치 않다. 국내 업체의 나스닥 입성 사례가 드문 이유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나스닥은 기관투자가 중심의 시장으로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IR을 해나가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현재 SK가 100% 주주로 외국계 펀드 주주도 부재한 상황이어서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유지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시장에의 미련이 남는다면 국내 증시에서 우선 인정받고 난 후 달러화표시 자본증권을 발행해서 미국으로 진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은 1년 전부터도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그동안 주관사 선정 등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이번에 서둘러 거래소 상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시기 상 지금이 상장 적기란 판단에서다. 20년 넘게 공들여온 신약개발 노력이 기술수출 및 FDA 승인 등을 통해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어 상장을 추진할 동력이 생겼다.
SK바이오팜은 자체개발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오는 11월 미국 FDA의 신약 승인을 앞두고 있다.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없이 SK바이오팜이 독자로 승인까지 신청한 드문 케이스다. 세노바메이트의 유럽지역 권리 계약으로 선계약금 1100억원을 받아 대규모 회계상 매출도 인식한 상태다. 또 최근 수면장애 신약물질 솔리암페톨이 파트너사를 통해 FDA 승인을 받아 약 3개월 뒤부터 실제 시판 매출도 기대된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나스닥이 아닌 국내 IPO를 결정짓게 된 데에는 물론 밸류에이션 평가 요소도 중요한 부분이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며 "각 시장마다 유불리를 판단해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곳을 택한 종합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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