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1세대 밸류파트너스, 서한→연대 '작전변경' [행동주의 헤지펀드 분석]①국내 최초 행동주의 헤지펀드 설정…소액주주 연대로 소규모지분 극복노력
구민정 기자공개 2019-04-18 13:00:00
[편집자주]
투자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확산으로 행동주의 펀드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덩치가 크지 않지만 국내 사모 헤지펀드들도 액티비스트(Activist)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더벨은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고 있는 국내 헤지펀드 하우스의 운용철학과 전략, 핵심인물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0일 1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국내 1세대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오래된만큼 전략상 변화도 있었다. 초기엔 펀드들이 가치투자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 업계 행동주의가 전무했다. 밸류파트너스운용도 대상기업을 상대로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타깃기업에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전략만 구사할 수밖에 없었다. 기업 반응에 따라 타깃 대상을 공개하기도 하고 또는 비공개를 병행해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하지만 미미한 지분율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근 몇년 사이 확산되고 있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밸류파트너스에게 천운의 기회를 주고 있다. 소액주주의 행동주의가 본격 대두되면서 '연대전략'으로 작전 변경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주주서한 발송뿐만 아니라 '위임 권유'에 나서며 다른 주주들과 본격적으로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변모한 셈이다.
◇국내 최초 행동주의 사모펀드, '서한 발송'에 집중된 한계
지난 2012년 12월 현직 시절 가치투자를 지향하던 윤종엽·김봉기 두 대표는 각자 회사에서 나와 밸류파트너스투자자문을 세웠다. 가치를 뜻하는 밸류(Value)와 동반자를 의미하는 파트너스(Partners)를 합친 사명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가치투자 실현에 힘을 실었다. 지난 2013년 3월 투자일임업 등록을 완료하고, 2016년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국내 최초로 행동주의 헤지펀드를 설정했다. 2016년 4월 설정한 '밸류파트너스 Good&Cheap주식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다. 해당펀드 수탁고는 현재 143억원이며, 올해 수익률은 7.33%다. 이후 2016년 5월 설정한 '밸류파트너스Good&Cheap주식혼합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2017년 5월에 설정한 '밸류파트너스 행동梅주식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을 같은 전략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들 펀드들 모두 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을 쌀 때 사서 오래 보유하는 장기가치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주주 행동주의가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일찍이 행동주의 헤지펀드 운용을 시작한 점이 돋보인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은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직원들은 자체 가치투자원칙에 따라 투자 대상기업을 선정한다. 회사탐방, 과거 5년·10년 재무제표 분석, 경쟁사, 공급망, 고객 등을 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심층분석(in-depth research)을 실시한다. 이중 영업투자활동은 양호하나 재무활동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는다. 과다한 유보금을 현금으로 쌓아두고 투자활동에 쓰지 않는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다.
초기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이렇게 선정된 기업을 상대로 주주서한 발송에 집중했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 의견을 제안한 투자기업이 반응이 없으면 공개적인 서한을 보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반대로 대상 기업에 주주가치 제고 관련 의견을 보낸 뒤 적극 동조하거나 고려하겠다는 회사 측 의견이 오면 기업 측과 '비공개'로 적극 의사소통을 한다.
밸류파트너스운용이 보낸 공개 주주서한을 받은 기업은 현대홈쇼핑(지분율 0.14%), KISCO홀딩스(1.26%)·한국철강(0.15%), 아트라스BX(1.40%) 등이다. 하지만 지분율이 미미하다보니 시장의 관심과 별개로 실질적인 소득이 없었다. 회사 설립 초반인 2012년 당시 국내 행동주의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와 관심이 저조해 외로운 행동주의 길을 걸어 왔다. 때문에 주주총회에서도 홀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긴 역부족이었다.
◇스튜어드십코드와 함께 떠오른 '연대전략'…소액투자자·기관 참여 '성과 가시화'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지난해부터 핵심전략을 변경키로 했다. 비로소 '연대전략'의 가능성을 봤다. 작년 국내 스튜어드십코드가 본격 도입되면서 행동주의가 대두됐고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가치투자를 실현해 온 밸류파트너스운용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17년 코스닥 상장규정 개정으로 아트라스BX 자진상폐 위기설이 돌았을 때 회사 측이 적극 대응하지 않자 바로 임시주총을 제안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아트라스BX 지분 12만8462주, 1.40% 지분을 보유중이다. 2017년 첫 임시주총 제안 당시 지분 확보가 절실했던 당시 밸류파트너스운용은 개인 소액주주 28명과 함께 아트라스BX에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작년 10월에도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임시주총을 열었고 회사 측이 추천한 감사위원 선임건을 부결시키기도 했다.
올해 밸류파트너스운용은 주주서한 발송에 더해 적극적으로 위임 권유에 나서며 연대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KISCO홀딩스·한국철강이 지난해까지 도입했던 전자투표를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소액주주들에게 올해 주총에서 의결권을 자신들에게 위임해 대리행사하게 해달라는 '위임 권유'에 나섰다. 작년 KISCO홀딩스, 아트라스BX 주총에서 시작된 위임 권유는 올해 현대홈쇼핑·한국철강 주총에까지 확대됐다.
지난달 주총 집중 기간 KISCO홀딩스·한국철강 소액주주들 지분 위임이 상당히 이뤄졌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밸류파트너스운용 행동주의가 알려지면서다. 해당 기업이 올해 전자투표를 철회하면서 밸류파트너스운용을 통한 소액주주 연대는 더 활발해졌다. 일부 기관투자자들까지 밸류파트너스운용 측 의견에 동참하면서 향후 연대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종엽 밸류파트너스운용 대표는 "지분을 유의미하게 확대할만큼 자본력이 넉넉치 않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자진상폐 절차가 가시화되면서 주주가치가 더 떨어지고 있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대전략을 확대하고 난 뒤 위임장을 들고 회사를 직접 찾아오는 주주들도 있었고, 전화문의가 많이 왔다"며 "거래소 공시 전이라 자세하게 밝힐 순 없지만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부 기관투자자들도 우리 의견이 적극적인 동조 의견을 밝혀와 향후 연대전략을 적극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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