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1, 파생상품에 출렁이는 손익구조 [전환기 맞은 정유업]①해외 트레이딩 사업 평가손익에 좌우, 사업 다각화 성과 아직
구태우 기자공개 2019-04-16 08:38:08
[편집자주]
종합석유화학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정유업체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저유가 때문만이 아니다. 2010년대 들어 '환경' 중심으로 바뀐 세계경제 패러다임에의 적응, 비정유사업 투자 재원 확보, 에너지 산업의 혁명적 시프트(Shift) 시대 준비 등 불확실한 미래 과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작년말 유가 하락으로 실적 쇼크를 경험할 정도로 외생변수 변화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산업 전환기 기로에 선 정유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5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민연료인 LPG(액화천연가스) 생산·판매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2%를 넘기 어렵다. 국내 LPG 유통업체인 SK가스와 E1의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각각 1.5%, 0.2%를 기록했다.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정유사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국내의 LPG 유통업은 규제장벽으로 인해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LPG 수출입업을 하려면 내수 판매 계획량의 30일 분에 해당하는 양을 저장할 시설을 갖춰야 한다. 안정적인 과점 체제에도 높은 원가율로 인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LPG 유통업체의 사업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중동 등에서 원료를 수입해 저장, 국내외 유통해 수익을 얻는다. 석유정제 과정에서 소량의 LPG가 얻어지지만,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LPG 유통사는 수출 비중이 60%로 내수보다 높다. 국내 LPG 소비량은 LPG 등록 차량의 감소와 가정·산업용 수요 감소로 둔화되는 추세다. LPG 유통사는 해외 트레이딩 사업에 눈을 돌려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등락폭이 커 수익성은 변동폭이 큰 실정이다.
E1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401억원 늘어난 4조152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같은 기간 동안 6.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93억원(91.1%)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원가율이 같은 기간 3.4% 포인트 오르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E1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은 96.2%다. 100원의 매출을 내기 위해 영업활동과 법인운영에 96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제조업의 평균 원가율이 80%대 중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LPG 유통업은 원가부담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LPG유통업의 수익성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영업이익률이 아닌 당기순이익을 봐야한다. 영업이익(매출 - 매출원가·판매비) 항목에는 해외 트레이딩 사업의 평가손익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E1은 국내 LPG 시장의 둔화로 해외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저가에 LPG를 구입, 해외에 직접 판매하는 중계무역을 통해 수익을 낸다. E1과 KNOC 등 해외 업체는 LPG 원료인 프로판과 부탄 가격 변동에 대비해 선도계약을 맺고 있다. 일정 시점에 미리 가격을 정해 LPG를 거래한다. 가격 변동으로 인한 손실 위험이 적다. 이후 LPG 거래로 인한 수익은 '파생상품 거래·평가 이익' 계정에, 손실은 '파생상품 거래·평가 손실' 계정에 반영된다.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가격변동으로 인한 손실 위험이 적은 게 장점이다.
국내 LPG 유통사는 파생상품 거래로 인한 수익이 손실보다 커야 실적이 개선된다. 지난해 E1의 파생상품 거래·평가 이익과 손실은 각각 6181억원, 5264억원이다. 평가 이익과 손실을 계산하면 917억원이다. 지난해 E1의 영업이익은 793억원 줄었다. 실적 악화에도 917억원의 평가손익이 합쳐지면서, 순이익은 예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93억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0.2%를 기록했는데, 평가손익으로 인해 1.5%의 순이익률을 낼 수 있었다. 해외 트레이딩 사업이 실적 악화를 보완한 완충장치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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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흐름은 이전에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2011년과 2013년 그리고 2014년 당기순이익률은 1% 이하였다. 파생상품 평가 이익보다 손실이 커지면서 순이익률을 끌어내렸다.
이 같은 사업구조로 인해 E1의 현금흐름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운전자본의 변동에 따라 큰폭으로 널뛰기한다. 파생상품 평가 손익은 현금흐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2017년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31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운전자본이 평년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현금흐름이 회복됐다. 지난해 E1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902억원으로 전년보다 3219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현금흐름은 1847억원이다. 매입채무가 1년 동안 454억원 증가하면서 현금흐름이 소폭 악화됐다.
E1은 LPG 유통업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는 브랜드 사업과 유통업, 임대업으로 확대됐다.E1의 자회사는 △신발(프로스펙스) △의류(엠비케이코퍼레이션) △수입차(토요타) △자전거(바이클로) △모터싸이클(1290 SUPER DUKE)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자회사의 총 매출은 8782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153억원을 기록했다. 사업 다각화에도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0.3%를 기록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0.2%인데, 자회사의 실적을 합쳐도 영업이익률은 0.1% 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정부의 LPG 차량 규제 완화로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해외 트레이딩 사업의 손실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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