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4월 18일 10: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 M&A(인수합병)를 담당하는 실무진이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인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하면서 "구주(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 가격을 더 높게 쳐 줘야 가점을 준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 사태와 이후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사건을 예의주시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고민하던 해당 업체는 산업은행 실무진의 상식 밖의 거래 구조를 듣고 인수전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더 높게 쳐준다는 말의 의미는 '구주(금호산업 회수)+신주(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로 지불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의 인수대금이 금호산업(박삼구 전 회장)으로 더 많이 돌아가고 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 금액은 더 줄어든다는 뜻이다. 인수 매력도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에서 책임자급 업무를 보고 있는 M&A 실무진이 아시아나항공 원매자를 상대로 사전 수요조사에 나서면서 A기업의 담당 실무진에게 인수전 참여 여부 가능성을 물으며 "이번 딜은 프라이빗딜로 금호산업이 주체가 돼 진행되겠지만 산업은행은 그 과정을 함께 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알아보고 있다"며 "구주 가격을 더 높게 쳐줘야 가점을 받을 수 있는데 얼마나 구주 가격을 대략적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시아나항공의 현황과 적정 가격, 과거 아시아나항공 히스토리 등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이 직원은 "왜 구주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하느냐, 신주 가격이 높아야 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에 더 좋은 것 아니냐"고 그 이유를 물었다. 구주 가격이 더 높으면 반대로 신주에 지불되는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피인수기업(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 효과는 그만큼 떨어지게 돼 인수 매력도는 감퇴한다.
이에 산업은행 실무진은 "이번에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는 결단을 했으니 배려를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고 A기업 관계자는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매력도를 스터디 차원에서 보고 있던 A기업은 이 전화 통화 이후 참여 의지가 꺽이고 있다. A기업 한 관계자는 "상식 밖의 딜 구조 제안에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영 실패를 야기한 대주주를 왜 배려해야 하는지, 지금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가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닌지, 이런 구조면 어떤 원매자가 거래에 뛰어들지 우려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산은이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A기업의 사례는 산업은행이 시중에서 거론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군을 상대로 비슷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추측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러 기업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전 조사 차원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 구조는 최종 확정된 바 없다. 큰 틀에서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동시에 진행해 인수자로부터 총액 형태로 받는 그림만 그려져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 실무진이 자세한 매각 구조를 짜고 있을 뿐 매각 방식, 매각 주관사, 자본확충의 형태, 매각 이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플랜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산업은행 실무진과 원매자 실무진간 '구주 가격 가점 부여 방침' 대화는 현재 산업은행 내부와 금호아시아나그룹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거래 구조의 일면을 내비친다.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최대한 많은 매각 대금을 취해 아시아나항공에서 손을 떼게 하거나, 아니면 인수 매력도를 낮춰 이번 거래를 지연시킬 전략일 가능성이다.
실제 하루 전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아들)은 한 매체와 만나 "(이동걸) 회장께서도 확실히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라고 하셔서 저와 그룹이 책임지고 해보려 한다. (인수 의향이 있는) 좋은 분들이 계시면 좋겠다"며 "제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다"고 말했다.
매각 주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점을 못박은 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기자들에게 "매각 주체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다. 채권단과 긴밀 협의한다. 우리와 긴밀 협의할 수 있는 장치는 다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매각 작업의 실무를 박세창 사장이 맡는다면 아시아나항공 신주 대금보다 금호산업이 취할 구주 매각 대금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산업은행은 매각 작업의 주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 하더라도 금호측과 긴밀히 협의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투입될 자금 규모를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실제 산업은행 실무진은 이동걸 회장의 의지와 정반대의 시그널을 시장에 주고 있는 셈이다.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수자금 전체가 회사 밖으로 유출되는 게 아니라 회사 안에 유입되서 정상화 활용되기 때문에 인수자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투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산은에서 구조조정 기업 매각할 경우에 많이 썼던 방법이 구주 홀드하고 신주 참여하는 방법으로 해서 인수대금 전액이 회사에 활용되도록 했던 거 아실거다"고 말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앞 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겉과 달리 산은이 또 금호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산업은행 전직 고위 임원은 "사실 여부를 파악해 보겠지만 아직 딜 구조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만일 사실이라면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해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관련 부서에서 그런 내용을 전달받은 적은 없고, 순서 상으로도 금호그룹과 채권단이 MOU를 맺은 뒤 매각 절차가 개시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M&A 관련해서 따로 추진하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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