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구주매각에도 신용도 개선 '미지수' [아시아나항공 M&A]M&A 이슈로 가격 거품, 할인 가능성…계열 지원 부담 증가
이경주 기자공개 2019-04-17 12:38:00
이 기사는 2019년 04월 17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이 자회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신용도에도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크레딧업계에선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계열 지원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주매각으로 인한 현금 유입이 이를 상쇄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할 경우 신용도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이달 말 양해각서(MOU)를 맺은 뒤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아시아나항공 공개매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15일 금호산업은 △구주매각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자구계획을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채권단이 자구계획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매각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금호산업은 지분 전량을 매각(구주매각)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이탈, 그룹 지원 부담 상승
금호산업은 구주매각으로 현금 유입이 기대되지만 신용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계열사였던 아시아나항공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부정적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중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유동성 위기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이 회사들을 재인수하는 과정에서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이에 지배구조 상단에 있던 회사들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에 의존해 열위한 재무상태를 보충했었다.
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말 기준 6000억원 규모(장부가 기준)의 금호산업 지분을 채무에 대한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전체 담보제공 자산 1조2400억원의 절반에 해당되는 규모다. 금호산업은 다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담보로 빚을 졌다. 전체 담보제공 자산 3421억원 중 2988억원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증권 담보다.
이에 신용평가사들은 그룹에 대한 재무지원 가능성을 각 회사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재무상태가 열위한 그룹에 대한 지원 가능성이 신용등급에 반영돼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기업어음에 대한 신용등급(서신평 평정)이 A3-(부정적)이다. 회사채 등급으론 BBB-급이다. 회사채 등급은 워크아웃 이후 소멸돼 없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이다.
때문에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이탈로 그룹에 대한 지원 부담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금호고속이 위기에 처할 경우 계열지원을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273.4%. 차입금의존도는 29%다. 같은 기간 금호산업 부채비율은 234.9%, 차입금의존도는 15.8%다. 금호산업도 재무적 여력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구주매각 가격 관건…거품 논란, 제값 못 받을 수도
금호산업이 현 신용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구주매각으로 계열지원 부담을 상쇄할만한 현금유입과 재무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 가치를 3058억원(장부가액)으로 계상해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구주매각으로 3000억원 이상 현금이 유입돼야 재무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시장가로만 매각할 수 있다면 재무개선이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M&A 이슈로 최근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한 상태다. 지난달 말 3000원 초반대였던 주가가 이달 16일 종가기준 8450원으로 보름여 만에 두 배 이상 치솟았다. 16일 기준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는 5804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매각가는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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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에선 시장가 매각이 힘들 수 있다고 관측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 상태로는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중론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3조4402억원, 단기성차입금도 1조3197원에 이르는 등 재무상태가 열악한 것이 이유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원매자로 나서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인수주체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구주매각 대금까지 실제가치보다 부풀려진 가격으로 지불해야 한다.
채권단은 공개입찰이라는 방식을 통해 표면적으론 금호산업이 매각작업을 주도하는 모양새로 진행하고 있다. 시장가로도 사겠다는 원매자가 나타나면 문제가 없다. 반면 여의치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채권단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시장성 조달이 불가능한 상태다. 채권단이 검토 중인 영구채발행과 원매자 유상증자 대금으로 올해 안에 단기성차입금 상환 부담을 해소해야 된다.
전문가들은 채권단이 MOU에 매각 마감 시한을 걸어둘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해진 시기까지 공개입찰에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거나 가격협상이 불발될 경우 매각주도권을 채권단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시장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 구주매각을 할 수 있고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은 분명 공개입찰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장치를 해둘 것"이라며 "채권단이 매각주체로 나서는 상황이 오면 금호산업 보유 지분은 상당한 할인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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