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정도원의 선택, '장남보다 전문경영인' [시멘트업 리포트]③1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꿔, 경영 정상화 시급 판단
박기수 기자공개 2019-05-10 13:12:00
[편집자주]
국내 시멘트 시장은 치열하면서도 변동이 없는 역설적인 시장이었다. 7개의 업체들이 경쟁하면서도 이 구도가 30여년동안 깨지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모펀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M&A 1라운드가 마무리 된 현재, 각 업체들이 처한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각 업체들의 재무 상황과 지배구조 이슈 등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09일 10: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삼표시멘트의 유의미한 변화 중 하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과감한 변화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작년 초 장남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부사장)에 앉혔다. 그러다 올해 돌연 정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대신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나게 했다. 동시에 정 사장 포함 각자 대표 3인으로 구성돼있던 대표이사진을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 1인 체제로 바꿨다. 정 회장의 결심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1년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에 오른 정 사장을 둘러싸고 업계는 본격적인 3세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고 바라봤다. 더불어 새로운 그룹 핵심으로 거듭난 삼표시멘트의 대표이사가 되면서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가 열렸다고도 평가했다. 더구나 삼표시멘트는 그룹 내에서 외부 투자자의 진입장벽이 낮은 유일한 상장사이기도 하다.
대표이사에서는 물러나면서 승진이 되는 경우는 업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정 사장의 미묘한 행보는 '3세 승계'로도 해석된다. 어쨌든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표이사직 반납에 방점이 찍힐 경우 해석이 애매해진다.
정 사장의 '대표이사' 경험은 삼표시멘트가 처음은 아니다. 1977년생인 정 대표는 2006년 삼표에 과장으로 입사해 2013년 삼표기초소재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2015년 삼표레일웨이의 대표이사와 함께 삼표시멘트의 영업본부장을 겸하기도 했다. 일선에 나서 경영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감각이 없는 인물은 아니었던 셈이다.
|
업계는 지난해 국내 해운사인 명성기공과의 분쟁 과정이 정도원 회장의 결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표시멘트의 전신인 동양시멘트는 명성기공과 용선 계약을 맺어 시멘트 운송 작업을 해왔다. 그러다 인수 이후 삼표그룹이 운송권을 넘겨받지 않겠다고 하자 명성기공이 소송을 제기했고, 끝내 법원은 명성기공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소송 패소 여파로 삼척항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면서 영업이익이 700억원대에서 작년 7억원으로 수직 하락했다. 하필 정 사장이 대표이사였던 작년에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의미로 올해는 삼표시멘트가 예년 수준의 영업이익을 회복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정 회장의 우선순위가 '장남의 경영능력 검증'보다는 믿을만한 전문경영인을 통한 실적 회복이 되지 않겠느냐는 업계의 예측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올해 2월 삼표시멘트는 한라시멘트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문종구 고문을 사장으로 데려왔다.
1년 사이 변화한 이사회의 단면을 봐도 삼표시멘트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확고해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과 비교했을 때 사내이사진이 4명에서 올해 6명으로 늘었다. 작년 삼표시멘트는 3인의 대표이사(정대현·이성연·최돈창 부사장)와 1인의 사내이사(정도원 회장)로 구성됐다. 올해는 1인의 대표이사(문종구 사장)와 5인의 사내이사(정도원 회장·정대현 사장·이종석·이재현·송종식 전무)가 사내이사진을 이룬다.
관리부문장과 재무본부장인 이종석 전무·이재헌 전무가 사내이사진에 합류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회사 경영의 중심이 되는 이사회 내 각 부문별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더욱 커진 셈이다.
|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기업집단 톺아보기]'적자 늪' 빠진 대한유화, 불황기 현금흐름 관리법은
- [유동성 풍향계]10조 또 푸는 삼성전자, 3년전 특별 배당과 비교하면
- [유동성 풍향계]사업은 잘되는데…경영권 분쟁에 현금 마른 고려아연
- [LG의 CFO]여명희 전무, 36년 LG유플러스 '한 우물'
- [LG의 CFO]이노텍 LED 역사의 '산 증인' 김창태 LG전자 부사장
- [기업집단 톺아보기]대한유화, 'KPIC코포'의 옥상옥은 어떻게 탄생했나
- [비용 모니터]K-배터리 감가상각 역습, 캐즘과 맞물린 과투자 상흔
- [유동성 풍향계]LG그룹, 작년보다 현금흐름 일제히 악화…투자도 위축
- [IR 리뷰]LG엔솔·전자, 돋보이는 IR의 '디테일'…주주 소통 '진심'
- [2024 이사회 평가]롯데정밀화학 이사회, 100점 만점에 '7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