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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잃어버린 3년]실적 복원 시급…위상제고 언제쯤④감사 부문 반등 예상…인력난 해소 장기 과제

최익환 기자공개 2019-05-21 08:04:23

[편집자주]

자본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한 지 3년여가 흘렀다. 그 사이 신외감법을 비롯해 회계업계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회계 투명성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지만 이슈의 중심이었던 딜로이트안진은 여전히 혹독한 겨울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난 3년간 딜로이트안진 내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총 네편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5월 2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부실감사 논란은 딜로이트안진의 경영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타격을 줬다. 그간 삼정KPMG와 번갈아가며 매출 2위를 수성했지만 딜로이트안진의 2018년 3월까지의 매출규모는 만년 4위에 머물던 EY한영에게도 역전당한 상황이다. 신규 감사업무 수주 제한이 매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리그테이블에서의 하락세도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에서 가장 눈에 띈다. 2015년 더벨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 회계자문 1위(완료기준)를 차지했던 딜로이트안진은 3년이 지난 2018년 4위(완료기준)를 차지하는 데에 그쳤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과 도시바메모리 M&A 등 큼직한 일감을 가져간 EY한영에게 더 높은 순위를 헌납해야했다.

매출과 리그테이블 등 수치적으로도 위상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향후 신 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감사 업무에서의 매출증대는 확실시되지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 자문업무 등에서도 과거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온다.

◇ 매출규모 '빅4' 중 꼴찌로…감사업무 제한 영향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와 부실감사로 2017년 4월부터 1년간 ‘신규 감사 업무 제한'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기존에 딜로이트안진이 감사인으로 선정됐던 법인은 지속적인 감사업무 수행이 가능했으나 2017년 1분기에 수주했던 신규 감사계약이 모두 취소되며 매출도 역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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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처음으로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한 딜로이트안진은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2016년까지 매출 규모를 키웠다. 그러나 2017년 매출이 다시 2919억원으로 줄어들면서 만년 4위에 머물던 EY한영에게까지 밀리는 처지가 됐다.

같은 기간 다른 대형 회계법인들은 모두 매출성장을 이뤄냈다. 회계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로 영업정지를 받은 딜로이트안진의 일감을 가져간 덕분이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자문업무에 대한 강화를 시도해온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감사업무와 자문업무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자문업무에서 갖는 강점은 어느 누구보다 기업의 재무현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딜로이트안진은 감사업무가 제한된 기간 동안 회계법인만이 가지는 강점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의 손실로 인한 이미지 손상 역시 매출 감소에 일정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딜로이트 글로벌 본사가 파트너십(Partnership) 해약을 검토했던 사실 역시 고객들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곳에 자신의 회사 매각자문이나 중요한 거래자문을 맡기려는 고객은 없을 것"이라며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던 딜로이트안진이 자문분야에서도 수익이 감소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리그테이블 순위도 하락세…산은 업무 재개에 희망

M&A 자문 서비스 실적을 가늠할 수 있는 리그테이블에서도 딜로이트안진은 하락세다. 2014년과 2015년 더벨 인수합병(M&A) 리그테이블 회계자문 분야 1위(완료기준)를 기록했던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4위까지 순위가 내려왔다. 최근 3년간 다른 대형 회계법인은 순위의 등락을 반복하는 추이를 보였지만 딜로이트안진의 하향세는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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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딜로이트안진에게는 LG전자의 ZKW(ZKW Holdings GmbH)인수를 자문하며 올린 1조4356억원의 실적이 가장 큰 자문 실적이었다. 작년 딜로이트안진의 거래 자문 건수는 26건, 금액은 7조4834억원에 그쳤다. 다만 딜로이트안진은 2018년 발표 기준으로 2위에 올라 반등의 여지는 남아있다.

시장에서는 딜로이트안진의 반등을 기대하면서도 산업은행과의 관계복원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논란으로 산업은행과의 관계가 악화된 데다 구조조정 업무에서 산업은행과 합을 맞추던 구조조정(RS)팀이 대거 EY한영으로 적을 옮겼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주도해온 굵직한 구조조정 거래에서 지난 3년간 딜로이트안진은 사실상 배제돼 왔다"며 "아무리 큰 거래를 수임한다 해도 산업은행이 가진 거대 자산들의 매각자문을 못하는 것은 딜로이트안진 내부적으로도 배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딜로이트안진과 산업은행의 관계에서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부실채권(NPL) 매각자문사로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한 데에 이어 동남아시아 진출에 관한 컨설팅 자문 역시 딜로이트안진 재무자문본부(FAS)에 맡겼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길기완 재무자문본부장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NPL 매각주관사 멘데이트를 따기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산업은행과의 관계를 복원해야만 대형 거래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외감법 수혜에 기대…인력난 해결은 숙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태가 촉발한 신 외부감사법과 감사인등록제의 도입이 오히려 대형 회계법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올해 초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기업이 속출하며 대형 회계법인의 입지가 보다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빅4'에 포함된 딜로이트안진 역시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분식회계 방조라는 잘못을 저지른 대형 회계법인에게 오히려 일감이 몰리는 지금의 신 외감법과 감사인등록제는 제도 도입의 배경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게 사실"이라며 "회계개혁을 촉발한 딜로이트안진 역시 감사부문에서 과거 이상의 실적을 낼 가능성이 충분해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형 회계법인들은 감사업무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도 10% 내외의 안정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감사업무 제한이 해제된 딜로이트안진 역시 실적 부진을 털고 매출이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력난 해결은 딜로이트안진에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말 기준 공인회계사 수 957명에 머무른 딜로이트안진은 삼일PwC(2003명)와 삼정KPMG(1560명)는 물론 EY한영(1032명)에게도 숫자 면에서 밀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최근 딜로이트안진의 1년차 주니어 회계사까지 타 법인으로 이직하려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가십거리로 돌았다"며 "인력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법인 차원의 명확한 비전제시와 처우개선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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