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로 아시아나항공 5000억 선지원…주식물량 부담 커진다 [아시아나항공 M&A]27일 임시주총서 주식수 발행한도 확대…'유동성 지원' 대가 일반주주 부담 커져
고설봉 기자공개 2019-06-19 08:24:07
이 기사는 2019년 06월 18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자금지원안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을 보면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5000억원 자금지원이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기 전 유동성을 지원해 미리 '몸'을 만들어 놓겠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CB 발행을 통한 자금지원은 주식 행오버(물량 부담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 부담을 일반 주주들에게 지우는 일이다. 또 경영정상화 속도에 따라 자금을 지원한 산업은행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방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18일 재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연다. 안건은 총 3가지다. 1·2호 안건은 지난 4일 중도 사퇴한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후임자를 뽑고, 그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것이다. 이날 임시주총의 핵심 안건은 정관을 일부 개정하는 3호 의안이다.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늘리고, CB 발행한도도 상향하는 내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총 4억주였던 발행할 주식의 총수를 이번에 6억주로 늘린다. 또 전환사채(CB) 발행한도도 총액 5000억원에서 7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보통주 자본확충 한도 확대와 자금 조달 한도 확대"라고 정관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CB 발행한도를 상향해 산은으로부터 총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기로 했다. 영구채는 실제 차입금이지만 재무제표에 자본으로 반영된다.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재무구조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지난 4월23일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영구CB 4000억원 발행을 의결했다. 같은날 산은 등 채권단은 자금 지원 명목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총 5000억원 규모 영구CB를 모두 인수하기로 확정했다.
당시 발행한도가 문제였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1000억원의 CB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은은 발행한도 5000억원을 감안해 지난 4월29일 1차로 영구CB 4000억원만 인수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발행한도가 상향되면 곧바로 아시아나항공은 1000억원의 영구CB를 발행하고, 산은이 이를 전량 인수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전 '몸' 만들기를 완료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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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산은의 영구CB 인수를 두고 재계 및 시장에서는 우려가 크다. 총 5000억원 규모의 CB가 향후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은 등 채권단이 인수하는 아시아나항공 영구CB는 유사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정해진 조건에 따라 출자전환을 하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최대 30%가량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총 발행할 주식수를 기존 4억주에서 6억주로 늘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전환청구기간을 1년 후부터 가능토록 한 만큼 내년 상반기 말 이후 산은은 아시아나항공 주요 주주로 들어올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이달 말 실사를 마치고, 7월 초 입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다. 1년 뒤에는 새로운 주인이 아시아나항공을 경영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조기 정상화가 가능하다. 항공기 운항을 위한 리스 관련 차입금을 제하면 순수 차입금은 2018년 말 기준 2조2560억원이다. 매각 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일반 차입금을 상환하고 현재 수준의 영업력만 유지해도 정상화가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영업활동을 통해 연간 꾸준히 6000억원 이상 현금을 창출한다. 이자비용 등 영업외손익을 줄인다면, 순이익 달성도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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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매각 뒤 유상증자 등을 거쳐도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현재보다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수준의 매출이 유지되고, 차입금을 더 줄여 수익성을 높인다면 주가는 더 상승할 수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차입금을 좀 구분해야 하는데, 항공기 리스 외에 차입금이 2조원 수준으로 이를 해소하면 큰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산은이 CB를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발행주식수는 늘어나게 된다.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고, 매각 뒤 새 주인이 1조원을 유상증자한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의 발행주식수는 현재 2억2123만5294주에서 4억2123만5294주로 늘어난다. 여기에 산은의 CB물량이 더해진다면 발행주식수가 5억2123만5294주까지 늘게 된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할 주식수를 6억주로 늘리는 이유는 이러한 상황을 모두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렇게 되면 일반주주들만 피해가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주가가 상승해도, 유상증자 및 CB의 주식 전환 등이 이뤄지며 행오버 이슈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또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 새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기업도 부담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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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향후 새로운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을 경영하게 되면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산은은 그 자체로 부담스러운 존재"라며 "산은이 현재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확보할 수 있는 전환청구권을 가져갔고, 그렇다고 금리를 싸게해서 경영정상화에서 조금 더 많은 도움을 준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꼭 영구채가 아닌, CB형태로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CB 이자율이 2년 뒤부터는 10% 이상으로 오른다. 산은이 이자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도 있고, 새로운 주주가 등장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면 주식으로 전환해 막대한 차익늘 남길 수도 있다"며 "그야말로 산은이 꽃놀이패를 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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