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vs 한진家]델타항공은 누구의 백기사일까…보도자료 재해석강성부 펀드 "한진그룹 우군 아니다" 불구 "조원태 회장이 투자유치" 인정
고설봉 기자공개 2019-06-25 10:31:46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4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와 강성부 펀드(KCGI)의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등장했다. 대한항공과 협력관계를 구축한 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했다고 공개했다. 또 향후 10%까지 지분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를 두고 한진그룹 안팎에서는 '델타항공은 백기사'란 주장이 나온다. 반면 KCGI는 '백기사는 항간의 소문'이라는 반론을 펴며 대응에 나섰다.델타항공은 세계 1위 항공사로 탄탄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추가 매입 하는데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한진칼 지분율이 28.93%이고, KCGI는 15.98%인 만큼 델타항공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냐에 따라 향후 경영권분쟁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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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계 및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델타항공은 홈페이지 및 언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가 계속적으로 조인트벤처의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이 투자가 우리의 관계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고위 관계자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백기사라는 부분은 우리로서도 알 수 없고, 확인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며 "델타항공이 사전에 우리와 교감을 하거나, 지분 매입에 대해서 언질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백기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뭐라 평가하기가 어렵다"며 "델타항공과는 20여년의 협업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은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델타항공은 한진그룹 백기사'라는 분석이 제기되자, 지난 21일 오후 KCGI는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진화에 나섰다. KCGI는 "투명한 기업지배구조에 관해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공유하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장기적 성장가능성을 인정해 한진칼에 투자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 KCGI는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백기사가 아니라 KCGI의 우군이라는 뜻으로 읽히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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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KCGI는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서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문구를 적시해놓았다. 이는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라는 분석을 믿고 싶지 않고, 믿지도 않으며, 항간의 소문일 뿐이라고 애써 부인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문구다. 델타항공의 명분을 훼손시키면서 KCGI의 지분 매집 명분을 정당화시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KCGI는 "한진그룹의 총수일가 중 일부는 밀수, 탈세 등 다양한 불법적인 행위들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에 있다.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규정(compliance)을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KCGI는 아울러 보도자료에서 "델타항공에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해나가자고 요청'한다"고 밝히고, 또 델타항공이 KCGI와 '동일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KCGI는 행동주의 펀드인 만큼 기업 지분 매집 및 다른 투자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확장성이 일반 기업들보다 크다. 단순히 주총에 표를 규합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의 논리에 동의하는 투자자는 함께 행동하자'는 실행력을 보였다. 실제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KCGI는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여러 투자자들에게 '함께 하자'고 손을 내밀었고, 일부 우호지분을 모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KCGI의 보도자료는 KCGI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KCGI는 최근 계속해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세를 불리며 지난 3월 주주총회 패배 이후 가라앉았던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 일가가 확실한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의결권의 약 40%에 육박하는 지지기반을 모았다는 사실이 시장에 퍼지면 KCGI는 힘을 잃게 된다. 이런 가운데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의 여론이 한진그룹에 우호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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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CGI의 이러한 '진화'는 오히려 '델타항공은 한진그룹 백기사'라는 점을 더 분명하게 시장에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믿고싶지 않고, 믿어서도 안되는 상황을 부인하면 할수록, 오히려 KCGI 스스로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KCGI의 상황인식은 보도자료 말미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난다. 보도자료 마지막 문단은 "KCGI는 이번에 델타항공 투자를 유치한 조원태 회장의 역할을 존중하며, 빠른 시일내에 한진그룹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델타항공 최고 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끝을 맺는다.
KCGI는 델타항공의 투자를 '조원태 회장이 유치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델타항공이 한진그룹의 백기사라는 점에 대해서는 보도자료 전체를 통해 부인했지만, 델타항공의 투자를 유치한 쪽은 조원태 회장이란 점을 분명히 한것이다. KCGI 스스로 주장과 사실을 구분해 보도자료를 작성한 대목이다. 델타항공도, 한진그룹도 확정적으로 '누구의 백기사다'라는 점에 대해서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다. KCGI는 확정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일부의 주장'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하지만 '델타항공의 투자를 누가 유치했느냐' 하는 사실에 대해서 KCGI는 앞선 주장과는 확연히 다른 서술을 하고 있다. 실제 KCGI는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집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또 사후에도 KCGI 및 강성부 대표가 델타항공 경영진 등과 의견을 나누거나 교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점은 KCGI가 '델타항공 최고 경영자인 에드 바스티안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보도자료의 내용을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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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벨은 일본에 있는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본부에 KCGI라고 하는 한국에 있는 행동주의 펀드가 델타항공이 한진그룹(대한항공)의 백기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델타항공 아시아태평양 홍보 총괄은 "질문을 정확히 이해를 못했지만, 우리는 한진칼 다른 주주들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잘 알지 못한다"며 "우리는 투자에 대해 아무에게도 사전에 협의하거나, 사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벨은 강성부 KCGI 대표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강 대표에게 '사전에 델타항공과 교감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을 문자로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와 별개로 KCGI 언론대응 관계자에게 '델타항공과의 사전 논의, 한진칼 지분 매입 뒤 의견 교환 등이 있었느냐'는 질의를 했다. 이에 대해 KCGI 관계자는 "보도자료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추가적으로 코멘트 할 부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KCGI 관계자는 "제가 아는 부분은 없고, 추가적으로 말씀 드릴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KCGI의 보도자료에서 밝힌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냐'는 질문에 "KCGI와 델타항공 간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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