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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벨로퍼 열전]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부동산산업 도약 선도""업계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도시재생 시장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19-07-01 15:20:37

[편집자주]

국내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의 역사는 길지 않다.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분양위험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당시만 해도 다수의 업체가 명멸을 지속했고 두각을 드러내는 시행사가 적었다. 그러다 최근 실력과 규모를 갖춘 전통의 강호와 신진 디벨로퍼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업계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그들 앞에는 쉽지 않은 길이 놓여 있는 상황이다. 더벨이 부동산 개발의 ‘설계자’로 불리는 디벨로퍼의 현 주소와 향후 전망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6월 28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디벨로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빗대 설명되기도 한다. 부동산개발사업은 토지 매입·금융·시공 등의 과정을 다뤄야 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이익이 걸려 있어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마치 복마전과 같은 상황에서 웬만한 사람은 냉정하게 사업을 이끌어 가기 힘들 수 있다. 결국 양보하고 타협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 과정에서 처음의 개발 계획을 지키는 일도 쉽지 않은데, 자신의 이상을 견지하는 하는 것은 더욱 어렵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흉년도 그를 죽일 수 없고, 덕을 추구하는 데 주도면밀한 사람은 사악한 세상도 그를 어지럽힐 수 없다(주우리자 흉년불능살 주우덕자 사세불능란·周于利者 凶年不能殺 周于德者 邪世不能亂)."

광교 앨리웨이에서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사장, 사진)를 인터뷰하는 동안 맹자의 구절이 뇌리를 스쳤다. 그는 디벨로퍼가 초심을 잃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험지와 같은 부동산개발업계에서 처음의 원칙을 지키면서 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지만, 디벨로퍼가 의지를 갖고 본연의 목표를 유지해야 오히려 사업의 성공과 업계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지호 대표

◇대우증권 M&A사업부 경험 소중, 반발짝 앞서야

손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고를 졸업했다. 그 후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사업을 꿈꿨다. 그는 사업하기 위해서는 돈의 생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증권사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졸업 후 대우증권에 입사해 IB사업부와 M&A사업부에서 일하면서 여러 기업의 탄생과 몰락을 지켜봤다.

그는 "대우증권에 근무하면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부터 M&A, IPO, 구조조정 등 기업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자문을 해 주는 것의 한계를 느꼈고, 작더라도 직접 위험을 떠안으면서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회상했다.

대우증권에 근무하는 동안 짬을 내 야간 대학원을 다녔는데, 그 때 부동산개발을 접하게 됐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금융과 마케팅 등 여러 분야가 망라된 사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디벨로퍼의 길을 택하고 서울 인사동 쪽에서 사업에 나섰지만 쓴 맛을 봤다.

손 대표는 "프로젝트를 할 때 처음의 계획을 온전히 수행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당시 인사동이라는 시장을 오버밸류해서 봤고 투입을 제한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에서도 버틸 힘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인사동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많은 깨달음을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손 대표는 당시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과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시장에서 너무 한두발짝 너무 빨리 가면 인정을 받기 힘들고, 반발짝 앞서야 한다는 것도 느꼈다.

◇부동산산업 발전 가능성 무궁무진, 도시재생 관심

최근 국내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부동산개발업계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부분이 몸을 사리면서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직격탄을 맞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 손 대표는 현재의 부동산 위기가 전체적인 경제 활력이 떨어진 탓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디벨로퍼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그는 실력을 갖춘 제대로 된 '진짜 디벨로퍼'라면 사업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봤다. 그리고 업계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과거 화장품을 만드는 사업은 제조업으로 분류됐고 시장 규모도 크지 않았지만 현재는 뷰티산업이 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며 "과거 부동산개발업은 건설의 아류 정도로 분류됐고, 현재도 이런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부동산개발업은 금융과 시공을 넘어 컨텐츠 개발과 운영 등이 포함된 사업으로 제대로 시장을 개척한다면 뷰티산업처럼 크게 확장될 수 있다"며 "네오밸류는 이런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시장은 도시재생이다. 이미 국내 부동산시장은 공공택지 개발이 한계치에 이르렀고, 도시재생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디벨로퍼가 도시 발전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시장을 이끌고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 대표는 "재작년 인천 도화지구에 주상복합을 약 2000가구가량 공급했는데, 당시 주변에서 다들 사업이 잘 안 될 것이라고 했다"며 "하지만 지난 7~8년간 인천 구도심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없으니 새집 수요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진행해 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시장이 개별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남들이 하지 않는 지역에 한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며, 남들이 하는 지역에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네오밸류가 미래 사업지로 선택한 서울 익선동 부지와 오산 쌍용제지 공장부지 개발이 도시재생 측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오산에는 그간의 네오밸류의 역량을 동원해 차별화 된 주거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익선동의 경우 개발 방향을 잡아 가는 단계다. 손 대표는 "익선동의 경우 느긋하게 시간을 두면서 천천히, 제대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뼛속까지 디벨로퍼, 일본 모리 롤모델

손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로 숫자에 밝다. 하지만 인터뷰 하는 동안 숫자보다는 디벨로퍼가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에 대한 설명을 할 때 눈이 빛났다. 그는 네오밸류가 '사람 중심의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어 가는 라이프스타일 디벨로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가격(Price)에 대한 고민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며 "네오밸류는 그동안 세상에 없었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돈을 벌기 위한 개발을 하지는 않을 것이고, 고객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제공이 가능할 때만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네오밸류가 뼛속까지 디벨로퍼가 될 것이며, 부동산개발 외에 다른 산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네오밸류는 '밀도(Meal˚)'를 인수해 베이커리 사업도 하고 있지만, 이는 진행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본의 모리와 같은 디벨로퍼가 되는 것이 꿈이며, 이 꿈이 실현되면 다른 사업을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개발한 상업시설에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것도 개발업이라는 본질을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장인 정신을 갖춘 곳들과는 언제든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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