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7월 10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이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후보물질(YH25724)로 또 한번 글로벌제약사와 1조원대 기술수출 딜을 성사시켰다.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과 최종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는 숱한 '트라이얼 앤 에러(trial & error)' 과정이 있었다. 과제 시작 이후 계약체결까지는 약 10년이 걸렸다. 유한 내부는 물론 외부의 많은 조력자들이 협력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9일 유한양행 관계자는 "YH25724는 유한에서 초기 당뇨를 타깃으로 개발을 시작한 물질"이라며 "유한이 바이오가 아닌 케미칼 R&D에 주력했던만큼 무수한 실패를 반복했고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여러 조언을 받아 물질 연구를 발전시켰고 비알콜성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과제의 스타트를 끊은 건 남수연 전 유한양행 연구소장이었다. 남수연 전 연구소장은 2010년 유한에 R&D 실장으로 합류하기 전 BMS에서 신약개발 전략, 연구, 임상을 담당했다. 남 전 연구소장은 BMS에 있을 때부터 당뇨병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유한에 온 초기 당뇨를 타겟한 YH25724 물질 연구를 시작했다.

남 전 연구소장이 프로젝트의 씨를 뿌렸다면 막판 계약의 성사에는 연구 개발 전 과정에 세세하게 참여하고 딜을 마무리한 김한주 전 유한양행 R&D BD팀장 이사 역할도 컸다. 김한주 전 이사는 남 전 소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2015년 유한에 영입한 임상 통계 전문가로 글로벌 빅파마에서의 신약 승인 경험을 토대로 유한의 실질적인 기술 이전 전략 및 실무에 깊이 관여했다.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베링거와 회사대 회사로 협력할 물꼬를 튼 건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 덕분이었다. 베링거와 대화를 이어온 기간만도 4년이 걸렸다. 개발 도중 당뇨가 아닌 NASH로 타겟을 변경 한 건 베링거인겔하임의(BI) 제안에 따른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이 사장이 BI와의 대화를 주선했다"며 "BI의 최고 임원 및 담당 실무진들이 유한의 기술에 관심을 갖게됐고 2년 전쯤 파트너링 과정에서 NASH로 바꿔 개발해볼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또 프로젝트 리더였던 김준환 유한양행 연구소 박사는 YH25724에 듀얼 전략을 입혔다. YH25724는 인슐린분비를 증가시키는 체내호르몬 'GLP-1'과 간에서 분비되는 당질 조절 물질인 'FGF21'을 이중으로 타깃하는 물질이다. 김 박사의 아이디어는 해당 물질의 가치를 높였다.

제넥신의 지속형 항체융합단백질 치료제 제조기술 'hyFc' 적용 역시 YH25724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hyFc는 체내에서 약효의 지속성을 늘리는 기술이다. 2015년 유한양행은 hyFc 관련 협력을 위해 제넥신에 200억원을 투자했다. 제넥신과의 기술도입 딜을 주관한 건 김재교 유한양행 전무(글로벌전략부문장)였다. 김 전무는 BD업무를 총괄, 전략 투자업무를 담당해왔다.

이번 베링거인겔하임 딜은 최근 1년 사이 유한의 기술수출 계약들과 마찬가지로 연구분야와 사업개발 분야간 완벽한 융합을 통해 가능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와 개발 조직이 글로벌 빅파마의 니즈를 중심으로 하나가 돼 서로 한 방향으로 초점을 맞춤으로써 최종 계약에 이를 수 있었다는 얘기다.

BI 기술거래에 참여한 관계자는 "YH25724는 오랜 기간 신뢰에 기반해 양사가 연구를 업데이트 해나갔고 적절한 시기에 우수한 데이터가 확인됐으며, 퍼스트인클래스(혁신신약)로 적응증의 확장성까지 높은 물질"이라며 "그렇기에 전임상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1조원 이상의 가치가 매겨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한양행 전경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