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시장 분석]보험업계, IFRS17에 타격…퇴직연금 축소 가속화?[업권별 분석]IFRS17 압박에 하락세…삼성생명 1위 지켰다
허인혜 기자공개 2019-07-31 14:01:00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6일 15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상반기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업계는 지난해 말에 이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여파로 장기성 보험을 늘리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인 데다 퇴직연금 수익률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보험업계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다.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24조원 이상의 압도적인 적립금을 유지하며 퇴직연금 시장의 왕좌를 지켰다. 뒤이어 '빅3'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모두 전 제도를 통틀어 수익률 2%대 중반을 넘긴 보험사는 없었다. 낮은 수익률 가운데서도 IBK연금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긍정적인 트랙레코드를 남겼다.
◇만년 1등 삼성생명, 적립금 '압도적'…의도적 축소 택한 보험업계
더벨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근로복지공단 제외)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보험업 사업자들은 총 54조5277억원의 적립금을 운용 중이다.
삼성생명이 전년대비 1000억원의 자금을 불리며 적립금 24조7184억원으로 은행·보험·증권업계 1위를 수성했다. 교보생명이 6조4752억원의 적립금으로 삼성생명을 멀리서 따라왔고 한화생명은 4조1220억원의 적립금을 기록 중이다. 삼성화재도 적립금 3조8335억원으로 전년비 292억원을 더 모았다. 손보업계 1위, 보험업계 4위다.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18개 보험사 중 삼성생명과 화재, IBK연금보험, 흥국생명, 신한생명 등 5곳만 적립금을 불렸다.
보험업계는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총량과 점유율을 모두 줄였다. 보험업계의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종합 점유율은 28.2%를 기록했다. 전년비 적립금은 2948억원, 점유율은 0.5%가 낮아졌다. 보험업계는 전 업계에서 유일하게 퇴직연금 점유율과 적립금을 축소했다. 전년비 은행업계가 적립금 3조9408억원을, 증권업계가 1조6090억원을 각각 늘렸다.
DB형에서의 잔액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삼성생명도 DB형에서는 2214억원의 유출을 겪었다. 교보생명에서 1259억원, 한화생명에서 1467억원의 적립금이 빠져나갔다. 올해 상반기 보험업계 DB형 잔액은 12조3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134억원 하락했다.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축소 흐름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을 팔면 팔수록 책임 준비금 면에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IFRS17의 영향으로 장기성 보험이 부채로 잡히는 데다 국내 감독회계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로 부채 듀레이션이 긴 상품을 권하기에도 난감해 졌다.
이때문에 보험업계가 저축성 보험 자체의 파이를 줄이면서 퇴직연금까지 함께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기류는 IFRS17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2022년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 변동성도 연금보험 판매에 제동을 건다. 연금보험은 타 보험상품보다 금리변화에 민감하고 역마진 문제도 여전해 금리가 요동치는 시기에 발행량을 늘리기에 적합하지 않다.
세제혜택이 축소되며 보험사 퇴직연금의 매력도 전보다 낮아졌다. 한 해 동안 보험을 얼마나 '잘' 팔았는 지를 가늠하는 지표인 초회보험료 부분에서 연금보험은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지난 6월 집계에 따르면 2018년 연금보험의 초회보험료가 2조2133억원으로 2014년 7조359억원 대비 70% 가깝게 급락했다.
◇IBK연금·롯데손보, 보험업계 '쥐꼬리 수익률' 사이 발군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특별한 성적표를 보여주지 못했다. DB·DC·IRP 전 제도에서 보험사들의 상위권 진입이 눈에 띄었지만 괄목할 만한 수익은 거두지 못했다. 퇴직연금 수익률 자체가 은행 예금에 견줄만큼 저조한 탓이다.
보험업계는 퇴직연금 상품 중 원리금보장형의 비중이 높아 수익률 상승이 쉽지 않다는 평이다. 보험업계의 퇴직연금 3분의 1 가량이 자기계열사 물량인 점도 수익률을 반등시키지 못하는 요소다. 지지부진한 수익률에도 일정 계약이 유지되면서 수익구조를 바꿔야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낮은 수익률 속에서도 '연금의 명가' IBK연금보험이 이름값을 했다. 2677억원의 적립금으로 DB·DC·IRP 각각에서 수익률 1~3위권에 들었다. DB형에서는 최근 1년간 수익률 1.94%로 롯데손해보험과 미래에셋생명에 이은 3위에, DC형에서는 같은 기간 1.38% 수익률로 최상단에 위치했다. 나머지 DC형 상위 보험사들은 적립금면에서 주목도가 떨어진다.
IRP형에서도 보험업계 2위를 기록해 의미 있는 수치를 남겼다. 원리금보장형에서 최근 1년간 2.17%의 수익률을 내면서 전체 수익률을 끌어 올렸다. IBK연금보험은 출범 이후 퇴직연금 수익률이 가무는 시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른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IRP에서는 신한생명이 보험업계 1위였지만 적립금이 86억원으로 적어 유의미하지 않았다.
롯데손해보험이 DB형에서는 유일하게 수익률 2%를 넘겼다. DB형 잔액이 2조2774억원으로 손보업계에서는 두 번째다.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인 운용을 한 덕을 봤다. 롯데손보에 이어서는 미래에셋생명(1.95%), IBK연금보험, 한화손해보험(1.90%), DB손해보험(1.90%)가 1.9%를 상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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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은 지급여력(RBC)비율의 부담감이 퇴직연금 운용 성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제도별 수익률이 0%대로 원금만 겨우 유지했다. 적립액도 DB형이 19억원, DC형이 7억원, IRP가 2억원으로 극히 적었다. KDB생명은 모회사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분량의 유상증자를 받는 한편 2억달러 상당의 신종자본증권, 22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고도 최약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성공보수까지 내건 상황이어서 장기성 보험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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