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판결 두고 해석분분…'안도 반 우려 반' 뇌물범위 확대 vs 재산국외도피 무죄 확정…'판단 근거 동일해 집유 가능성' 분석도
이정완 기자공개 2019-08-30 08:12:23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9일 18: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파기환송으로 인해 유무죄 여부가 2심에서 다시 가려질 전망이다. 대법원 선고 후 이 부회장에 대한 변호를 맡은 태평양 측 변호인은 가장 형량이 컸던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확정된 점에 대해선 안도감을 표했다. 삼성전자가 전달한 마필 자체가 뇌물로 인정된 것은 부담이지만 범죄 구성 논리는 2심의 틀을 깨진 않은 셈이다.법조계에선 이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에 대해서도 정상 참작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 입장에선 고등법원에서 법리 다툼을 다시 해야 하고 관련 혐의가 확정될 때 까지 또 다시 경영 행보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이후 이인재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이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하여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라면서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하여 무죄를 확정하였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재산국외도피죄의 혐의에 대해 1심에선 유죄를 2심에선 무죄를 인정받았다. 대법원에선 해당 혐의에 대해 2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은 재산국외도피 금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에서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을 위해 회삿돈 36억원을 최순실 소유의 독일 코어스포츠 계좌에 송금한 것을 유죄로 판단했으나 2심에선 재산국외도피 혐의 전부를 무죄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의 행위에 도피성이 없었다는 의미다.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인정하면서 재산국외도피 혐의에선 자유로워진 셈이다.
대법원 선고에선 뇌물 범위가 확대됐다. 마필 자체가 뇌물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가 크게 부담이 됐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2심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마필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마필의 무상 사용을 뇌물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정유라에게 지원한 말 세마리에 대한 구입액을 뇌물과 횡령으로 인정 받지 않았으나 이번 대법원 선고를 통해 구입액까지 뇌물에 해당됐다. 1심에서 선고됐던 뇌물액 72억원이 2심에서 36억원으로 줄어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는데 다소 유리해졌다. 대법원 선고에 따라 뇌물과 횡령액이 증액되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부담이 커졌다. 특경법에 따라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이 되면 5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 받는데 집행유예는 3년 이상의 징역에만 가능하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마필 자체를 뇌물로 확대한 것이 주요 쟁점인것처럼 부각되고 있지만 사건 본질에 영향을 미칠 부분은 아니다"며 "마필에 대한 무상사용이익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란 점에서 양형에 반영됐다는 2심 판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부정 청탁의 대상이 된 승계 작업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여전하다. 승계 작업은 대주주간 주식 증여 혹은 주식 매매를 통해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이면 족하다. 주식을 매매하고 증여하는 과정에서 세금의 문제는 발생하지만 정부 부처의 승인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허가를 받는 사안은 더욱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여부 정도만 해당이 되는 데 삼성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찬성 여부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에 대해 승계작업의 존재를 인정했고 이를 청탁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청탁했다는 내용에 대해선 특정짓지 않았다. 현안으로써 승계 작업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부정 청탁의 대상이 됐다고 본 셈이다.
법조계 전문가는 "무언가를 해달라는 청탁과 시키는 대로 하면 해코지를 당하지 않겠지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불법성이 다르다"며 "불이익의 회피 또는 선처에 대한 기대 수준의 청탁이라면 사건 본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파기 환송심 과정에서 양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국정 농단 인사들에 대한 형량이 확정된다.
삼성전자는 작량감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작량감경은 정상 참작의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부가 재량으로 형의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씩 감경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의 경우 뇌물 범위가 50억원으로 늘어나더라도 3년 이내 징역에 해당돼 집행유예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의 사례도 비슷하다. 신 회장도 면세점 특허를 청탁하고 70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됐지만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50억원 같은 기준점이 구속과 재구속을 가르는 척도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도 "재단 관련 뇌물죄가 무죄로 확정됨에 따라 삼성은 어떠한 특혜를 취득하지 않았다"고 설명하며 특혜나 이익을 얻은 것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항소심 판결전에 1년 여 가까이 수감생활을 했다는 점 등도 형량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위중한 가운데 이 부회장 형량에 대해선 정상 참작의 여지가 어느때보다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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