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를 움직이는 사람들]'가치투자' 전도사 존 리 대표…'꼴찌의 반란' 주역⑦부임 후 9개월만에 간판 펀드 수익률 1위… '가치주' 하우스 브랜딩 주도
정유현 기자공개 2019-09-23 13:06:00
[편집자주]
2011년 금융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메리츠금융. 그로부터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자산규모가 40조원 넘게 불어났다.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비효율에 대한 경계였다. 거침없는 구조조정에 이어 파격적인 보상체계를 접목해 메리츠만의 '성과주의 DNA'를 탄생시켰다. 그 변화를 주도해온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1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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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회장은 2013년말 메리츠증권 사장 시절 조정호 회장으로부터 자산운용사 대표 후보를 물색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조정호 회장은 복귀와 함께 금융 계열사 CEO 자리에 최고의 전문 인재를 영입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김 부회장은 월가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스타매니저 존 리 대표를 적임자로 봤고 영입을 추진했다. 마침 한국 자산운용사로 복귀하려고 준비 중이었던 존 리 대표와의 마음과도 맞아 떨어졌다. 타 운용사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존 리 대표는 결국 메리츠자산운용을 선택했다. 업계 꼴등이라는 점이 오히려 존 리 대표의 구미가 당겼다.
2014년 메리츠운용에 합류한 후 존 리 대표는 각종 테마펀드를 비롯해 번잡하게 진열된 상품을 정리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바꾸는 작업을 실시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자 기업을 탐방했다. 부임한 지 9개월 만에 메리츠운용은 꼴찌에서 수익률 1위의 회사로 우뚝섰다. 김용범 부회장은 메리츠에 합류해서 가장 잘한 일로 존 리 대표 영입을 꼽았다고도 알려졌을 정도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운용이 '가치주' 대표 하우스로 브랜딩하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낸 인물로 평가를 받는다.
◇ 스커더에서 15년간 코리아 펀드 운용…변곡점 맞은 메리츠운용 '합류'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존 리 대표는 대학 시절 대기업에 입사한 선배들의 삶을 엿본 후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30년 가까이 숨막히는 직장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1980년 자퇴서를 제출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무모하게 떠나 우여곡절 끝에 뉴욕대 회계학과에 입학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뉴욕대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전 세계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며 영어 실력을 키웠다.
졸업 후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KPMG에 취직해 7년간 일하며 투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회계 법인에 근무할 당시 같은 건물에 '스커더스티븐스&클락'이 있었다. 펀드 매니저를 꿈꿨던 존 리 대표는 스커더가 코리아 펀드를 운용한다는 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회계 법인을 그만두고 스커드의 문을 두드리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스커더는 존 리 대표에게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영향을 준 회사다.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논리를 일깨워줬다. 존 리 대표는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며 15년간 '더 코리아 펀드'를 운용했다. 이 펀드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의 뮤추얼 펀드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10년 만에 각각 140배와 70배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스커더가 도이치뱅크에 인수되면서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떠나 2005년 라자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이치뱅크에 인수되면서 투자 철학이 변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라자드에서 근무하던 존 리 대표는 한국 자산운용사로 들어올 마음을 품고 리스트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국의 펀드 마켓이 엉망이라 생각했고 투자 문화가 너무 단기적이었다. 스커더에서 배웠던 것을 한국에서 재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시 메리츠운용은 새로운 변화를 할 것인지 회사를 포기할 것인지 결정의 기로에 서있었다.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외국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을 수혈해 회사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용범 부회장이 존 리 대표에게 영입 제안을 했고 그도 제안을 수락했다. 성적도 좋지 않고 너무 특징이 없는 회사였기 때문에 선택했다. 꼴찌이기 때문에 절박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 사옥 이전 ·펀드 정리 전략 적중…업계 최초 타이틀 '적립 중'
존 리 대표는 메리츠운용에 합류하면서 사옥부터 북촌으로 옮겼다. 당시 메리츠화재 건물에 메리츠운용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투자자들이 떠날 수 있다고 봤다. 자산운용사가 독립되어있지 않으면 투자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상충할 때 회사의 이익을 선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펀드도 '메리츠코리아펀드'를 제외하고 과감하게 정리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2013년 설정된 이 펀드는 존 리 대표 부임 후 2014년 14.84%, 2015년 21.9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식 매매는 최대한 줄이는 대신 투자 대상 회사를 고를 때는 경쟁사, 하청회사까지 펀드매니저들이 만난 후에 투자를 결정했고 수익률이 이를 증명했다. 판매사들은 이 펀드를 앞다퉈 가판대에 올렸다.
하지만 2015년 하반기들어 수익률이 점차 뒷걸음질치더니 2016년에는 20%대의 손실이 발생했다. 2017년부터 회복되긴 했지만 과거의 명성을 이어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11일 기준 펀드의 5년 수익률은 -8.25%, 3년 수익률 8.48%, 1년 수익률은 -12.14%를 기록 중이다. 메리츠코리아펀드의 후속판인 메리츠코리아스몰캡펀드의 성과 역시 그다지 좋지 않다. 최근 3년간 -2.59%의 손실을 봤으며 1년간의 수익률도 -12.99%다.
간판 펀드의 저조한 성적이 이어지며 핵심 운용역 이탈도 이어졌다. 존 리 대표와 함께 메리츠운용에 합류했던 권오진 전무가 2018년 퇴사하며 흔들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권 전무의 퇴사를 염두해 1년간 김홍석 상무 중심의 운용 체제를 구축했고 메리츠운용만의 철학을 이어나간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냈다.
수익률 부진에 주춤하지 않고 존 리 대표는 지속적으로 업계 최초 타이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여성 친화기업 펀드인 '더우먼펀드'를 출범시켰고 펀드 직접판매와 선물하기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 2017년부터는 투자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전국에 강연에 나서고 있다. 유튜버에도 도전했다. 직접 영상을 녹화하고 올리며 대중에게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금융 문맹'국인 한국의 금융 지식 수준을 높이기 위해 본인의 투자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흥망성쇠의 순환이 빠른 업계에 몸 담은 만큼 존 리 대표에 대한 평가는 수익률 1위를 기록하던 취임 초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는 한결 같이 장기 투자 철학을 이야기 하고 있다. 존 리 대표의 철학대로라면 메리츠운용을 성장할 장기 기업으로 보고 합류했고 가치 전략을 전파하며 투자하고 있다. 현재는 주춤하지만 기다리면 가치가 오를 수 있는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리츠금융지주내에서 존 리 대표가 또 어떤 드라마를 써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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