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협력사 투자 성적표]'삼성가족'서 협력사된 아이마켓코리아삼성전자, 2011년 매각으로 730억 회수…남은 지분도 24배 상승
김슬기 기자공개 2019-09-20 08:16:02
[편집자주]
대기업-중소기업 간 상생 모델이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대기업과 협력사간 공동 연구를 하고 안정적인 공급 체인을 만드는 것은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이다. 더 나아가 대기업들이 협력사 지분에 투자를 하면서 관계를 더 공고하게 하는 모델까지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협력사 지분에 투자한 사례를 통해 상생 모델의 성적표를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9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태생부터 삼성그룹과 깊은 인연이 있다. 2000년 설립된 아이마켓코리아는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삼성전자 뿐 아니라 다수의 계열사에서 공동출자해서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삼성그룹은 MRO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2011년에 인터파크로 대주주가 변경됐고 삼성의 계열사에서 협력사로 변경됐다.아이마켓코리아는 대주주가 변경된지 1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에서 가져오는 매출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계열사 지분이 여전히 8%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시장에서는 삼성그룹의 매출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별 지분에 따라 수익률은 다르지만 삼성전자가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가치를 따지면 투자원금의 24배 이상의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19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 1.8%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수는 64만7320주이며 최초취득금액은 3억2400만원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가치는 76억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최초투자원금 대비 234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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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마켓코리아는 단순한 삼성전자의 협력사로 보기 어렵다. 아이마켓코리아는 2000년 12월 삼성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해서 만든 기업이기 때문이다. 당시 회사의 자본금은 130억원으로 이중 삼성전자가 19억원(38만주,14.62%)을 출자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계열사 지분이 85%였다. 당시 공동출자한 기업은 삼성물산, 삼성전기,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에버랜드, 제일모직 등이었다.
2002년에 한국산업은행이 유상증자를 통해 4.88%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자본금이 136억6700만원까지 늘어났다. 삼성전자의 지분은 13.9%였고 계열사 전체 지분은 80.85%로 내려갔다. 2004년에는 보통주 이익소각을 진행하면서 다소 지분율 조정이 있었고 삼성계열사 전체 지분은 78.31%로 내려갔다. 삼성전자 지분은 14.1%로 동일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그룹사 내부의 MRO(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서비스 대행을 위해 만들어졌다.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최적의 조건으로 소싱하는데 원부자재, 건자재, IT품목, 생산설비 등 산업용 자재부터 일반 자재까지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2001년 사업 첫해에는 83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2002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서면서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다. 2004년에 1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냈고 2008년 들어서는 1조원대의 매출과 2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분율에 큰 변화가 있었던 해는 2010년이었다. 그해 4월 주식분할을 통해서 주당 액면가액은 5000원에서 500원으로 변경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지분은 38만주에서 380만주로 늘어났다. 같은해 7월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서 900만주의 신주를 발행했고 공모가는 1만5300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10.6%였다. 2010년말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분가치는 1034억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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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1년 들어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했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아이마켓코리아 뿐 아니라 여타 대기업 MRO 회사들이 계열사에 대한 구매대행 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영업, 비계열 기업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에 삼성그룹은 MRO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 인터파크에 지분을 넘겼다. 인터파크는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삼성그룹 계열사가 소유한 1700만여주의 지분을 4200억원대에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가지고 있던 380만주 중 315만여주를 처분하면서 현재 가지고 있는 지분(64만여주, 1.8%)을 남겼다. 당시 1주당 처분단가는 2만3174원으로 삼성전자가 매각한 지분의 가치는 730억원 가량이었다. 사업 초기에 투자했던 19억원 중 15억7600만원의 지분가치가 46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지분 역시 59.58%에서 10.08%로 낮아졌다. 이후 2017년 코닝정밀소재가 특별관계자에서 빠지면서 삼성그룹 지분율은 9.34%로 낮아졌고, 올 상반기 삼성중공업이 가지고 있던 아이마켓코리아 지분(44만2903주, 1.23%) 전량을 장내에서 매각하면서 지분율이 8.1%까지 낮아졌다.
삼성그룹의 품을 벗어난 아이마켓코리아는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이는 삼성그룹이 2016년까지 매년 2조원의 매출을 약속했던 의무매입 확약 영향이 컸다. 2016년 매출은 3조4000억원까지 커졌고 영업이익도 600억원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꾸준히 매출액이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300억원대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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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했을 당시인 2011년 영업이익률이 2.5%였으나 이후 쭉 하락세를 보였다. 2016년 영업이익률은 1.8%였고 지난해에는 1.2%까지 떨어졌다. 이는 주가에도 여실히 반영됐다. 삼성이라는 든든한 매출이 보장되어 있을 때인 2015년까지만 해도 주가는 2만원대 후반을 유지해왔으나 2016년말 종가가 1만400원까지 떨어졌고 2017년말 9010원, 2018년말 6920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가진 해당 기업의 지분가치는 2014년 18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에는 67억원까지 내려왔다. 2017년은 58억원, 2018년은 45억원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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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서는 삼성그룹의 지분율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향 매출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주가가 1만원대까지 회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 시행 이후 삼성그룹 인력들이 본업에 집중하면서 해당 기업을 통한 MRO 구매대행이 증가했고, 비삼성 고객사 및 해외법인의 재정비를 통해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 입장에서는 아이마켓코리아의 매각은 잃을게 없는 장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지분매각으로 중소기업 영역 침범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났고, 매각으로 투자금을 수십배 이상 회수했다. 현재까지도 지분관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거래를 이어나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특별한 이슈가 있지 않는 이상 삼성전자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거래를 중단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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