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만나겠다는 공정위원장…이재용 화답할까 조성욱 위원장과 회동 가능성 거론…경영 활동 늘었지만 정치적 행보는 여전히 '부담'
김장환 기자공개 2019-09-23 08:16:13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0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령탑을 새롭게 맡은 조성욱 위원장이 재계 인사들과 만남을 조만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조 위원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도 향후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조 위원장에 앞서 공정위를 이끌고 있던 시절 이 부회장과 공개 회동을 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법적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던데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배구조 재편 등 직접 언급하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던 중이었다. 공식적인 회동을 할 만한 이유가 양측 모두 사실 많지 않았다.조 위원장의 성향을 보면 이번에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조 위원장도 재벌 개혁을 외치는 김 위원장과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과거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이사를 맡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두고 강경한 목소리를 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재벌 지배구조 전문가로서 취임과 동시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 계열사들도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문제들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과 조 위원장의 회동이 이뤄지더라도 이를 계기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기가 어려운 시점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는데 수조원이 필요한데 주도적으로 이를 해줘야 할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에 엮여 운신의 폭이 좁다. 이 부회장 역시 법적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여서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조 위원장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이번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경영 참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 뇌물·횡령죄를 두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는 취지의 파기환송을 지난달 말 내리면서 이 부회장의 경영 보폭이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달 11일 삼성 연구개발(R&D) 센터 방문을 시작으로 사우디 삼성물산 공사 현장 시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부총리와 면담을 벌이는 등 변함없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이 부회장의 최근 행보에는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왜 삼성물산 해외 현장을 첫 출장지로 삼았는가'에 먼저 눈길이 간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반도체 등 생산 현장을 찾은 적은 여러 번이지만 비전자 부문, 특히 해외 건설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현지에서 왕세자를 만났으며 사우디를 '기회의 땅'으로 지목했다. 사우디는 국가 차원에서 580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등 방안을 담은 '비전 2030' 계획안을 추진 중이다. AI와 5G 등 ICT 부문의 최대 강자이자 건설·토목 기술력까지 갖춘 삼성에게는 놓쳐서는 안될 기회다. 법적으로 곤란한 처지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총수로서 그 기회를 직접 잡기 위해 사우디로 발벗고 뛰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사업적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치적' 문제와 관련된 사안은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적 문제로 보면 삼성의 가장 시급한 숙제는 지배구조 재편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수조원대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이를 순탄하게 해결하려면 정부 당국과 적극적인 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현 시국에서는 시도조차 불가능해보이는 일이다.
재계 인사들을 만나겠다는 조 공정위원장의 러브콜에 이 부회장이 응하기 어려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인도 공장에서 만났을 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비판어린 시선이 있었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 이뤄진 만남이었던 탓이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양측의 공식 만남이 당분간 성사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인도에서 만났을 당시 시민단체 등에서 엄청난 공격을 했었다"며 "파기환송 결과가 명확히 나오기 전까지는 정계 인사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 지배구조 재편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일부를 유동화하지 않는 이상 시도조차 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어서 모든 법적 문제가 마무리된 후에야 결정할 수 있을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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