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인베스트먼트, 中 벤처 시장 꽃을 피우다 [VC 해외투자 열전]①2007년 진출 4년 연속 50위권 유지, 25곳 투자·7곳 회수
신상윤 기자공개 2019-10-22 08:07:56
[편집자주]
국내 벤처캐피탈이 잇달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을 의미하는 유니콘의 등장으로 글로벌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됐다. 수년간 계속되는 벤처투자 호황에 따른 안정적인 자산 운용 필요성도 해외 진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누비는 벤처캐피탈의 속살을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1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에서 한국 벤처캐피탈(VC)의 위상을 높이 세운 곳 중 하나다. 굵직한 투자와 회수 성과를 기반으로 치열한 중국 투자시장에서 2000여개 외국계 VC 가운데 4년 연속 50위권(상위2.25%)에 드는 성과를 기록했다. 연간 투자액의 30% 이상을 중국 등 해외 투자에 쏟겠다는 계획을 갖고 시장에서 꽃을 피울 스타트업을 물색하고 있다.LB인베스트먼트의 중국 진출은 10년이 훌쩍 넘는다. 당시만 해도 국내 투자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투자에 나선 것에 대해서 많은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 VC가 산업으로 질적인 성장하기 위해선 중국을 비롯해 해외 시장 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 사무소를 연 LB인베스트먼트는 출범 초기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같은 해 370억원 규모로 결성했던 LG차이나펀드1호는 중국 투자의 핵심이었다. LG차이나펀드1호 포트폴리오로는 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피피스트림(PPStream)'과 소셜 미디어 서비스 '북경육간방과기유한공사(6.cn)', 소프트웨어 기업 '유유춘(UUCUN)' 등을 담았다.
이 가운데 피피스트림과 유유춘은 2013년 중국 인터넷 포털 기업인 '바이두(Baidu)'에 인수합병(M&A)되면서 기념비적인 회수 성과를 기록했다. 두 회사는 바이두에 매각되면서 LB인베스트먼트는 3000만달러의 수익을 남겼다.
피피스트림과 유유춘을 비롯해 LB인베스트먼트는 중국 투자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을 M&A와 상장 등의 방식으로 회수했다. 플랫폼 개발기업 식스룸즈(6Rooms)는 중국 상장기업인 송성연예에 인수됐다. 57억원을 투자해 3년 만에 4배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탄탄(tantan)'은 2017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동종업체 '모모'에 인수됐다. 투자금의 3.5배의 수익을 올리며 잭팟을 터뜨렸다. 그 외 스프레드트럼(Spreadtrum)과 롱치어(Longcheer), 차이나크리스탈(China Crystal) 등 대표적 기술 스타트업을 미국 나스닥 또는 싱가포르, 코스닥 등에 각각 성공적으로 상장 시켜 큰 수익을 실현했다.
이 같은 성과는 LB인베스트먼트가 중국 투자에 힘을 쏟는 배경이다. 한국과 달리 기업 간 M&A 시장이 활발한 중국은 투자금 회수가 수월하고 일시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LB인베스트먼트가 200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총 12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 12년간 25개 기업에 평균 48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 분야가 주 투자처다. 성장 초기 단계에 평균 300만~500만달러를 투자한다. 최근에는 핀테크 업체 'AssetPro'와 공유경제 업체 'ChompCloud', 디지털 헬스케어 '91Health' 등을 포트폴리오로 갖추면서 중국에서 성장 중인 하이테크 및 공유경제 분야로도 투자처를 넓혔다.
중국 투자는 현지 상위 벤처캐피탈과 공동으로 진행하거나 주도적으로 이끄는 등 현지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중국계 VC 레전드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데 LB인베스트먼트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중국의 스타트업 협력 체계도 지원한다. 국내 당뇨 관련 의료기기 투자기업과 중국 의료 플랫폼 '91Health'가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왔다. 91Health는 중국 내 1억명이 넘는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8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기호 대표는 "중국에서의 성공적인 입지를 구축해 우수 투자 사례를 확보하고 성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에서 좋은 기업들에 대한 투자와 성장도 지원하겠지만 중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기록해서 국내 기업들과 사업 연계할 것은 이어주고, 매각하는 형태로 산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년 전체 투자금의 30%가량을 중국 등 해외에 투자해 산업의 역량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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