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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체코 원전 수주전 '롤러코스터' 한국-러시아 2파전… 판세 변화 지속

고진영 기자공개 2019-10-22 12:08:45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1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이 참여중인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 한층 속도가 날 전망이다. 주변 유럽연합(EU)국가들의 반발이 이 사업 장벽으로 남아 있었는데, 안드레이 바비쉬 체코 총리는 최근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원전을 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러시아가 유력 후보로 버티고 있어 수주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바비쉬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설령 유럽 법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원전을 꼭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화된 석탄화력 발전소를 반드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체코는 현재 원전 6기를 운영 중이며 두코바니와 테멜린에 각각 1000메가와트(MW) 규모의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을 지으려면 EU와의 협의가 필수적인 만큼 이웃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반대로 불확실성이 높았는데, 이번 바비쉬 총리의 발언에 따라 사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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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신규 원전 예정부지 테멜린 전경.

체코는 1200㎿급인 두코바니 원전을 먼저 진행할 계획이며 사업비는 약 5조~11조원 사이로 추정된다. 테멜린 사업은 아직 일정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수자력원자력(한수원)과 러시아 로사톰, 중국광핵집단(CGN), 프랑스 EDF, 프랑스·일본 컨소시엄 ATMEA, 미국 웨스팅하우스 등 6곳이 수주를 따내기 위해 경쟁 중이다.

대우건설은 이 프로젝트에 한수원과 '팀 코리아'로 함께 참여하고 있다. 팀 코리아에는 이 밖에도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이 포함됐고 대우건설은 시공을 담당한다. 4500MW급 원전을 짓는 폴란드 원전사업에도 이 컨소시엄이 참여하게 된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사실상 팀 코리아와 러시아 로사톰의 '2파전'으로 평가되지만 그동안 판세에 여러 차레 굴곡이 많았다.

작년에는 한수원이 강력 후보인 러시아를 제치고 우위를 점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체코 정부 산하의 자문기관이 안보 문제를 이유로 수주전에서 '중국 및 러시아 기업 배제'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한수원 및 팀 코리아 참여업체들이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친 덕분에 수주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발주처인 체코전력공사(CEZ)와 체코 정부가 재원 조달 방안을 두고 이견을 빚은 탓에 입찰 일정이 기존 2019년 3월에서 2021년으로 미뤄졌다. 팀 코리아가 이 때까지 여세를 몰아갈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설상가상 올해 4월 말 임명된 카렐 하블리첵 체코 산업부 장관이 "원전 프로젝트에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며 입찰에서 지정학적 요소도 고려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러시아가 강력 후보로 떠올랐다. 러시아는 체코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경제·역사적으로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현재는 정부와 체코전력공사가 자금 조달 방안에 7월 합의해 두코바니와 테멜린 원전 사업의 예비 승인이 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러시아가 유리한 형국이긴 하지만 한국 기술로 지은 첫 해외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의 가동이 얼마 안남았다"며 "건설시장에서 한국형 원전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간 만큼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지난 9월 24일 체코 로토비스 지역에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원전 기술력,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 계획을 발표하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건설 등 원전 수출 관련업체 직원들과 체코 현지에서 3년째 봉사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번 수주전을 주도하는 것은 한수원이지만 대우건설에도 의미가 작지 않다. 대우건설은 작년 6월 김형 사장의 취임 이후 해외 원전사업, 리비아 재건사업 등 수익성 위주의 사업 수주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NG 플랜트에 이어 원전이 해외사업을 강화할 잠재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우건설은 원자력사업 전 분야에 걸쳐 여러 포트폴리오와 실적을 겸비한 이 분야 강자로 평가받는다. 2012년에는 국내 종합건설사 최초로 '가동원전 설계기술 용역(Q등급)' 자격을 취득했다. EPC(설계·시공·구매) 일괄수출인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공사를 따내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이어 개발도상국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형 원전(SMART) 표준설계인가 획득사업에 참여해 기술력을 추가로 확보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원전 분야는 기본적으로 건설사가 단독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한수원 등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형태로 해외 원전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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