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오피스 비즈니스의 진화]뉴욕에만 50곳, 룩셈부르크 금융선진화 '효자'⑤국내 백오피스 벤치마크 '호주'..미성숙한 국내 시장, 인력난에 높은 업무강도 '대조'
허인혜 기자공개 2019-12-26 07:30:30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후선 업무를 담당하며 조명을 받지 못했던 백오피스가 '메인오피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문 백오피스 인력에 대한 수요가 치솟은 덕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부서에 그쳤던 백오피스는 최근 독립된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더벨이 국내 백오피스 업무의 현황과 해외 사례, 금융당국의 백오피스 기술 규제 상황을 들여다보고 백오피스 산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7일 16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백오피스 태동기를 갓 지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뉴욕에만 백오피스 업체 50곳이 성행할 만큼 백오피스 비즈니스가 자리를 잡았다.호주 백오피스 서비스는 긴 업력과 확실한 업무 분장으로 국내 백오피스 서비스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룩셈부르크의 국가적 백오피스 서비스 '맨코(ManCo)'는 유럽의 작은 농경국가를 세계 최고의 부호로 만들어냈다.
국내 백오피스 인력들이 높은 업무업무·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해외 백오피스 인력들은 탄탄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선진형 업무 환경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미국·호주·룩셈부르크·싱가포르…백오피스 전성기 맞았다
글로벌 자산운용시장의 대표적인 국가를 꼽아보면 미국과 호주, 룩셈부르크, 싱가포르를 들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자산운용사의 숫자도 1만 단위로 자산운용사가 300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그에 발맞춰 백오피스의 서비스 수준과 개별 업체의 규모도 크게 앞선다. 아예 백오피스가 자산운용사와 엎치락뒤치락 성장하며 자산운용시장을 키운 호주와 룩셈부르크 등의 사례도 적잖다.
룩셈부르크가 1인당 국민총소득(GNP) 부문 세계1위를 수성하기까지는 공모펀드의 기여가 가장 컸다. 그 공모펀드를 성장하게 했던 배경은 룩셈부르크 특유의 국가적 백오피스 서비스 '맨코'가 있었다. 룩셈부르크 내에 200여개로 쪼개져 운영 중인 맨코는 펀드의 운용과 등록, 판매를 총괄하고 규제 개선까지 지향하는 종합 백오피스 서비스다. 맨코와 접촉하지 않고서는 룩셈부르크 펀드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세계 4위 수준의 자산운용 대국 호주는 국내 백오피스 시장의 선생님으로 불린다. 금융투자협회가 2014년 도입을 시도했던 '셰어드 서비스'가 호주의 모델을 따랐고, 민간 독립 백오피스들도 호주식 모델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서비스 본부장은 "백오피스 셰어드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서도 발전해 나가는 중이지만 가장 바람직해보이는 모델은 호주"라며 "호주는 수동적인 미들·백오피스 서비스는 기본으로 하면서 마케팅, 고객과 시드 머니 유치, 투자자 연결 등의 수준 높은 지원 서비스도 함께 해 준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의 금융국가 미국에서는 뉴욕에만 자산운용사 백오피스가 50곳 이상 성업 중일 만큼 백오피스 시장이 활발하다. 하나의 인력이 포괄적인 백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법률과 회계, 자산운용컨설팅, 세무 등 해당 업무를 봐 주는 백화점식의 백오피스 서비스를 지향한다. 업무자동화 솔루션을 갖춘 '코스콤'처럼 아예 하나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백오피스 업체도 있다.
예를 들어 펀드 어카운팅과 백오피스, CFO 아웃소싱, 컨설팅과 세무 관리까지 지원하는 복합 백오피스 서비스 FFS(Fleming Fund Services)는 매니지먼트 팀과 프로페셔널 팀, 행정·IT팀으로 인력을 나눴다. 마치 펀드매니저처럼, 각 백오피스 인력마다 그간의 이력과 전문성을 설명하는 글을 게시해뒀다.
◇"국내 백오피스 인력 스트레스 취약…'로그' 강화로 관리해야"
해외형 분산 백오피스가 백오피스 인력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는 효과를 부른다는 분석도 나왔다. 1~2명의 책임자에게 문제가 집중되는 국내의 방식과 달리 외주 백오피스가 많아지면 그만큼 업무의 책임도 분산된다는 설명이다.
한 번의 사고가 큰 손실로 이어지는 자산운용사의 특성상 리스크 관리 책임이 소수인력에 집중되서는 안 된다고 자산운용사 관리자들은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와 국내 독립 백오피스들이 추종하는 호주식 모델도 우리나라와 비교해 업무가 항목별로 명확히 나뉘어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백오피스 인력이 하는 일들이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일의 부담은 많은데 티가 잘 나지 않는다"며 "업무가 잘 될때는 다른 부서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하다가 사고가 터지면 대형사고니 백오피스 인력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단순히 인력을 늘린다면 백오피스 인력의 연봉만 낮아지지 않겠느냐"며 "협회, 업계 차원의 시스템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책임 회피를 막기 위해서는 해외 사례처럼 자산운용사와 동등한 위치의 백오피스를 양산해 '로그(Log)'를 중심으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면 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백오피스 업계 관계자는 "백오피스 업무를 오래 하다보면 일의 일지, 즉 로그가 보인다"며 "이때 백오피스 인력이 업무 누락을 한 경우도 있지만 펀드 기획 단계부터 어긋나 리스크관리가 안되는 일도 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백오피스 인력이 덤터기를 쓴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는 셰어드 서비스가 정착되기 전 연착륙 과정으로 백오피스 인력 교육 프로그램이 신설됐다. 올해 초부터 백오피스 인력 확대에 나선 금융투자협회는 벌써 2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0만원의 교육비를 국비로 지원하고 펀드 개론과 자본시장법, 마케팅, 운용지원, 컴플라이언스 등 백오피스 업무를 120시간 이상 교육해 준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최근 도입한 백오피스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22명이 수료해 100%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호주식 백오피스 서비스를 목표점으로 삼아 잘 나아가고 있다"며 "펀드매니저가 각각 다른 전략을 사용하는 것처럼, 백오피스 시장에도 여러 장점을 갖춘 인력들이 진출해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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