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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벤처투자 다시보기]AI부터 반려동물까지…투자 영역 넓혀 미래 선도④CD펀드 등 다양한 시도, 차익실현 쏠쏠…싸이월드 투자 등 '아픈 기억'

윤필호 기자공개 2019-12-20 09:54:21

[편집자주]

삼성의 벤처투자는 20년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1999년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200억원을 출자해 만든 '삼성벤처투자'가 핵심 역할을 맡아 이를 견인해왔다. 그동안 투자 활동을 보면 의료, 반려동물부터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에 이르기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뒤안길로 사라진 사업군이 많지만 지금은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은 사업군도 상당수다. 삼성의 과거 벤처투자를 되짚어보고 미래 성장전략, 또 향후 핵심 사업은 무엇이 될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벤처투자는 지난 20년 동안 미래 기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투자했다. 투자 대상에 특별히 제약을 두지 않은 점은 다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관련 제조 및 소재 사업 부문 뿐만 아니라 영화 등 미디어, 반려동물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도 발을 뻗었다. 특히 바이오 산업의 경우 설립 초기부터 꾸준한 투자로 국내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주요 목적인 신규 기술 확보와 사업 진출을 위해 벤처기업과의 상생 투자 모델도 구축했다. 벤처기업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인수합병(M&A)에 참여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합작회사 신설, 정부 기관 등과 공동 출자 등 다각도 활동을 펼쳤다.

◇합작회사설립, 문화·정부산업 진출 '영토 확장'

삼성벤처투자의 공식적인 설립 목적은 선진 기술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유망 중소기업 신설 촉진과 신사업 발굴이다. 막대한 투자금으로 영향력이 높은 삼성전자가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만큼 IT 분야의 비중이 높다. 다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술 확보를 위해서라면 특정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설립 초기 상생을 중시하는 투자 철학을 내세웠으며 이는 투자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0년 휴맥스와 첫 협력 투자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취지로 풀이된다. 당시 삼성벤처투자는 삼성전자, 휴맥스와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 합작벤처 크로스디지털(Cross Digital)을 설립했다. 초기 자본금 200만달러 가운데 휴맥스가 51%인 102만달러를, 삼성이 49%인 98만달러를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는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맡았다. 삼성의 마케팅 능력과 벤처기업의 신속한 개발속도를 결합한 시너지 기대감이 높았다.

투자 대상은 IT부터 바이오, 영화 콘텐츠 등으로 광범위하다. 특히 초창기부터 미디어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영화 '싸이렌'과 극장용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 등 제작에 투자했지만, 이후에는 영화사 선우나 배급사 패스21엔터테인먼트 등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바이오 산업도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공을 들였던 분야다. 삼성벤처투자는 일찌감치 바이오메디컬팀을 신설했고 녹십자벤처투자 출신의 박민식 심사역을 스카우트하며 바이오 기업 발굴과 육성에 나섰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산업의 잠재력에도 관심을 보이며 소변검사 기기를 개발한 핏펫에 투자했다.

삼성 그룹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반도체를 포함해 IT 분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은 인공지능(AI)과 5세대(5G), 블록체인,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대세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에서 옥석가리기가 한참이었다. 특히 AI의 경우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경쟁에 뛰어들면서 가정용 로봇 개발 벤처기업 지보(JIBO)를 비롯해 비카리우스(Vicarious), 마인드멜드(MindMeld), 리액터랩스(Reactor Labs)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지난해 11월에는 500억원 규모의 AI 전용 투자 펀드를 조성했고 올해 미국 가정용 AI 의료 로봇 업체 필로헬스(Pillo Health)와 인도 스타트업 4개 회사 등에 투자를 이어갔다.

펀드 조성도 기존의 계열사에서 벗어나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으로부터 출자를 받는 방식으로 다양화를 꾀했다. 삼성벤처투자가 조성한 펀드는 대부분 영문 약자인 SVIC에 연번을 붙이는 방식으로 구분됐다. 하지만 2014년 조성한 CD 1호 펀드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CD 펀드는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목적으로 '창조경제'와 '대구'의 영문 이니셜을 합성해 만들었다. 박근혜 정권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 일환으로 조성돼 대구와 경북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당시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자(LP)로 참여했는데, 이는 삼성 계열사가 아닌 외부 자금을 받은 첫 사례로 남았다. 다만 펀드의 성격과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대구 지역에 기반을 둔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 인라이트벤처스에 운용 권한을 넘겼다.

◇차익실현 쏠쏠…싸이월드 투자는 안갯속

삼성벤처투자의 투자 목적은 차익보다 그룹사 차원의 성장동력 발굴·육성을 위한 전략적 판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자를 한번 결정하면 이를 장기간 유지하면서 협력 관계를 쌓아 올리는데 주력한다. 때문에 대부분 실적도 투자수익이나 지분법 평가 차익보다는 조합 운용관리·성과보수에서 나온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삼성벤처투자는 신규 조합 결성에 따른 관리보수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성과보수나 투자 차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럼에도 투자 과정에서 쏠쏠한 차익을 실현했다. 올해 6월 디알젬 지분 11.07%를 장내에서 134억원에 매도하면서 100억원 넘는 차익을 거둔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삼성벤처투자는 지난 2012년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디알젬에 30억원을 투자해 7년만에 성공적으로 엑시트했다. 2012년에는 보유하고 있던 비아트론 지분 203만여주 중 126만여주를 장외시장에서 240억원에 처분했다. 2002년 23억원을 투자해 10년만에 10배 이상의 자금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삼성벤처투자는 안정적이고 확실한 투자로 업계에서 높은 신뢰를 쌓았다. 하지만 이런 삼성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었다. 바로 싸이월드 투자다. 싸이월드는 2016년 에어라이브와 합병하고 프리챌 창업주 출신 전제완 대표가 인수하면서 재기를 노렸다. 이듬해 삼성벤처투자가 싸이월드에 50억원을 투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임금체납 문제로 임직원 30여명이 줄퇴사했고 한때 접속이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서비스를 복구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삼성벤처투자 포트폴리오 현황(출처=삼성벤처투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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