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현대·기아차, 중국시장 '미워도 다시 한번''사드 사태' 후 판매 타격, 제네시스 선봉 세워 돌파구 모색…올해 반전 기대
김경태 기자공개 2020-01-28 08:21:33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3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에게 중국시장은 애증의 대상이다. 2000년대 초반 첫 진출 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때만 해도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갑작스럽게 발생한 정치적인 이슈로 위기를 맞이했다.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현지 법인의 실적이 악화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현대차는 올해 신차 출시 등의 전략으로 다시 한번 중국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겠다는 목표다. 특히 제네시스를 선봉에 세우는 고급화 전략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 역시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중국시장에서 반전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식 속도전'에 제동, 정치 이슈에 '발목'
현대차는 2002년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시장에 진입하던 때부터 '현대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템포 빠른 결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베이징자동차그룹과 합작해 베이징현대차(북경현대기차유한공사, BHMC)를 만들기로 했는데 같은 해 5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9월에 정부 비준 획득, 10월에 회사설립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면서 '현대 속도'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진출 초기에 중국 정부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도 성공했다. 당시 베이징 당 서기던 자칭린 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은 합작에 관해 지원하면서 되도록이면 이른 시일 내에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것을 요청했다. 현대차는 순식간에 해치웠다. 합작법인을 만든 지 두 달 정도가 지난 2002년 12월에 한국에서 거의 완성된 자동차를 분해·수입해 EF소나타를 생산했고, 중국 관계자들을 흡족케 했다.
위기도 없지는 않았다.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생산량은 진출 후 2006년까지 매년 증가하다가 2007년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당시 일본을 비롯한 외국 브랜드에 밀리면서 입지가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이듬해부터 곧바로 반전을 이뤘다. 당시 현대차는 중국인들을 위해 맞춤형 모델을 만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고 전략모델 '위에둥'을 출시했다. 이를 기폭제로 다시 생산량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시점에 택시를 공급하기로 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는 판매량 증가, 품질 인지도 상승, 거미줄 같은 오프라인 네트워크 형성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현대차에 따르면 베이징현대차와 쓰촨현대(사천현대기차유한공사, CHMC)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판매량은 2016년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꺾였다. 2017년에는 100만대 선이 깨지며 81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작년에는 66만8105대로 2018년보다 16.7% 감소했다. 베이징현대차가 66만2590대로 전년보다 16.1% 줄었다. 쓰촨현대차는 5515대로 54.9% 급감했다.
판매가 부진하면서 베이징현대차와 쓰촨현대차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현대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의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은 6조95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0% 감소했다. 총포괄손익은 마이너스(-) 4956억원으로 적자다. 전년 동기보다 손실 규모가 5배이상 급증했다. 쓰촨현대의 실적은 감사보고서에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작년 3분기에 결손누적 등의 사유로 장부가액 1545억원을 전액 감액했다. 또 지분법적용도 중지했다.
◇럭셔리 '제네시스' 반전 선봉 내세워
현대차는 올해 중국에서 도매와 소매 판매 모두 반전이 가능하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올해 73만대로 작년보다 1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22일 열린 IR에서 "중국시장에서 공장 가동 최적화와 효율적인 인센티브 운영, 재고 관리로 판매 건전성을 회복할 것"이라며 "주력 차종의 순차적 신차 출시로 하반기 본격적인 판매 확대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현대차는 중국시장에서 고급화 전략을 통해 위기 돌파를 모색할 계획이다. IR에 참여한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장(부사장)은 현재 중국과 유럽에 제네시스 진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경우 작년 12월 마커스 헨네(Markus Henne)를 CEO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마커스 헨네 CEO는 벤츠를 비롯한 럭셔리 자동차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물로 제네시스 차이나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시장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진행한 뒤 세단, SUV,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제네시스 사업전략에 따르면 올해 GV80을 선보여 세단 라인업을 완성할 예정이다. 또 GV80에 이어 중형SUV인 GV70을 출시해 SUV라인업을 확대한다. 2021년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EV)를 내놔 총 6개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아차, 신차·현지 전략 차종으로 돌파
기아차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중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2016년 65만대였는데 이듬해 36만대까지 줄었다. 2018년에는 37만대를 기록하면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작년에는 28만대 수준에 그쳤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동풍열달기아기차유한공사, DYK)의 작년 3분기 매출은 2조84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4% 줄었다. 적자도 지속 중이다. 당기순손실은 59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배가량 늘었다.
기아차도 현대차처럼 올해부터 본격적인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신차 출시를 통한 판매량 회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셀토스와 K5를 내세우고 가격과 인센티브 구조 재정립으로 딜러 체질과 수익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 라인업을 효율화한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현지 전략형 차종의 역할이 커질지도 관심이다. 작년에 전체적인 판매량은 부진했지만 전략형 SUV인 즈파오(Zhipao, NP)와 이파오(KX1), 소형 승용차인 페가스(Pegas)의 판매량은 호조를 보였다.
즈파오는 8만5709대로 차종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전년보다 4.2% 증가했다. 페가스는 6만6191대로 두 번째로 많이 판매했고 전년보다 51.0% 늘었다. 이파오는 3만5618대로 72.2% 급증했다.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현지 전략형 차종의 라인업 확대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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