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분쟁]3자 연대, 조현아 '호텔' 딜레마성장 기반이자 경쟁력 갖춘 영역…KCGI 제안 받아들일 가능성 무게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05 08:29:0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4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사진)은 호텔을 잡을까, 놓을까.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그룹과 손을 잡고 ‘3자 연대’를 형성하면서 한진그룹 호텔사업의 미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텔은 수년째 적자를 면치 못해 KCGI가 대책 마련을 촉구해온 대표적인 저(低)수익 사업이다.하지만 호텔은 조 전 부사장이 독보적인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분야이자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그룹 내 기반이기도 하다. 조 전 부사장 역시 호텔에 각별한 애정과 욕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호텔사업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단 분석이 나온다.
3자 연대는 지난달 31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의 위기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향후 사업구조의 개선과 주력 사업의 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며 “그룹을 성장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주력 사업을 강화하겠단 부분이다.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진 않았으나 대표 사업인 항공업을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들이 선단식 사업구조로 덩치를 키워온 것과 달리 대한항공과 ㈜한진 등을 중심으로 수송 사업에만 집중해왔다. 그룹의 토대인 수송 사업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이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이 경우 가장 먼저 후보에 오르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호텔이다. 기존에 KCGI가 주장해오던 바를 살펴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호텔사업을 떠올릴 수 있다.
KCGI는 지난해 11월 입장문을 내고 “한진그룹은 과거 한진해운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수익성이 낮은 호텔사업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그룹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대한항공의 과도한 부채비율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 재무안정성을 제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호텔사업을 정리해 대한한공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재무구조을 개선하라는 요구였다.
실제로 한진그룹의 호텔사업은 아직 제대로 돈을 벌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진칼의 호텔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영업실적을 살펴보면 최근 6년째 매출이 정체돼 있다. 수익성은 더욱 심각하다. 2017년 이래 적자폭을 줄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흑자까지는 갈 길이 멀다. 영업비용과 금융비용의 증가로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은 탓이다. 칼호텔네트워크는 지난해 영업손실 32억원, 순손실 12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2.88%까지 개선됐으나 순이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두 자릿수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에게 호텔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신의 성장 기반이자 동생인 조원태 회장이나 조현민 전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문 분야다. 실제 조 전 부사장은 주요 경력이 호텔 관련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호텔면세사업본부에 입사하며 그룹에 발을 들였다. 이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거쳐 대한항공 호텔사업본부장,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을 잇따라 맡는 등 꾸준히 관련 이력을 쌓아왔다.
심지어 2018년 3월 ‘땅콩 회항’ 이후 3년 4개월만에 경영 복귀를 결정했을 때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돌아왔다. 이 같은 이유로 재계에서는 올해 한진그룹 임원인사에서 조 전 부사장이 회사로 돌아올 경우 호텔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조 회장이 "아버님 뜻에 따라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셋(삼남매)이 합의했다"고 밝혔을 때도 조 전 부사장의 몫으로는 자연스레 호텔이 언급됐다.
재계에서는 3자 연대가 추후 발표할 한진그룹 사업구조 개선안에 호텔사업을 매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KCGI의 제안을 받아들여 연합전선을 형성한 만큼 호텔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어느정도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조 회장이 제대로 회사를 경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호텔사업 정리를 촉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자 연대는 아직 사업구조 개선 방안 등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세 주주가 큰 틀에서 합의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관련해 우선적으로 논의한 뒤 추후 사업구조 개편 등에 대해 협의하겠단 입장이다.
3자 연대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 관계자는 “일단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 관련해 논의를 진행한 뒤 사업구조 등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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