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 KISCO홀딩스 압박 포인트는 '자회사' [스튜어드십코드 발동]자회사 한국철강 자사주 매수 요구…한국철강 이익잉여금 1300억대
정유현 기자공개 2020-02-10 08:10:04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7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코스피 상장사 KISCO홀딩스의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해 주목한 것은 자회사였다. 자회사 지분율 확대와 자회사의 자사주 매수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2018년 한국철강 등 주요 자회사들이 철근 가격 담합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된 후 업황 악화까지 겹치며 주가 회복세가 더디다. 자회사가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수 등의 노력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KISCO홀딩스 입장에서도 자회사 지분을 확대한다면 배당 수입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점에 초점을 맞춰 주주 제안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자로 KISCO홀딩스에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주주서한에는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배당성향 및 배당금 제고, 자사주 소각 뿐 아니라 자회사 지분 확대 및 자회사의 자사주 매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날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변경했다.
KISCO그룹은 동국제강그룹 계열사였던 한국철강을 중심으로 2001년 독립한 기업집단이다. 2008년 8월 한국철강이 지주사 'KISCO홀딩스'와 사업회사 '한국철강'으로 분할되면서 현재의 구조를 갖추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ISCO홀딩스 기업집단에는 총 11개의 국내 계열회사가 있다. 이중 상장사는 2개로 한국철강, 영흥철강이다.
하지만 주가가 수년째 1만원 대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지만 이같은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시기에 한국철강과 환영철강이 6개 제강사들과 담합을 벌인 일이 적발되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회사에 지속적으로 주주서한을 보내 배당확대 및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해왔다.
이번 주주서한에는 기업 가치 증대 차원에서 상장 자회사에 주목했다. 이 중 KISCO홀딩스가 지분을 40% 가량 보유한 한국철강은 주가가 4000원대로 시가 총액이 2000억원대지만 2019년 9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3244억9100만원(단기금융상품 포함)에 달한다. 자사주 매수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이익잉여금은 1318억원 수준이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요구대로 한국철강이 자사주를 매입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전체 주식수를 줄이면 주가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철강 가치가 오르면 한국철강의 모회사인 KISCO홀딩스의 가치도 동반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지주사 KISCO홀딩스는 자회사 지분을 확대하면 배당 수입이 늘어나 이익이 개선될 수 있다. 대주주가 자회사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자회사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윈윈 효과를 기대하며 주주서한을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같은 요구를 KISCO홀딩스가 경영 활동에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KISCO홀딩스에 경영진 면담과 비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만족할 만한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관계자는 "기존에 해왔던 수준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제고한다는 의미에서 주주서한을 발송한 것이다"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할 계획은 아직 없지만 향후 미팅 등의 상황을 더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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