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두산건설, '위축된' IR의 이유는3월 상장폐지 전부터 자료 미발표…필요시 재개할 수도
이정완 기자공개 2020-02-18 08:11:2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건설이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음에도 IR(Investor Relations) 자료를 발표하지 않으면서 상장 폐지 발표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번 실적 공개는 두산건설이 두산중공업 완전자회사로 편입 발표 후 처음이었는데 벌써부터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 기조가 위축된 것이다. 김진설 두산건설 관리본부 본부장(전무)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하나를 잃은 셈이다.최근 두산건설은 공시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통상 두산건설은 분기별 실적 공시를 할 때 회사 홈페이지에 손익계산서와 사업 부문별 신규수주 등을 IR 자료로 공개한다. 매년 2월에는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연간 실적과 내년 사업 계획을 발표해왔다. 올해는 사업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두산건설의 2020년 매출과 수주 계획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두산건설의 IR 자료 미발표는 회사가 현재 처한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두산건설은 2009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 미분양 사태 이후 누적된 손실을 극복하지 못해 두산중공업의 품으로 완전히 들어가기로 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자회사 두산건설 지분을 100% 확보한다고 공시했다. 두산건설은 3월10일 주식교환을 마치고 3월24일 상장폐지된다. 1960년 창립 후 1975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두산건설은 45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 시 일관성을 확보해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를 높이겠다고 밝혔는데 이에 따라 투자자 소통을 비롯한 재무정책 또한 양사가 의사결정을 공유하며 수립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양사의 주식 교환 발표 후 두산건설이 IR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김진설 전무가 재무현황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줄게됐다. 외부 IR을 강화해 투자자들과 소통을 늘리려 하는 타 기업 사례와 대비되는 경우다.
물론 두산건설이 어려운 재무상태를 공개해야하는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없는게 아니다. 김 전무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사내이사와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두산건설의 CFO로 일하게 됐는데 두산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동안 부정적인 정보 공개를 줄일 수 있게된 점은 긍정적이란 분석이다.
1965년생으로 한양대 영문과를 졸업한 김 전무는 두산그룹에서 오랜 기간 일하며 재무 전문가로 성장해왔다. 김 전무가 두산그룹맨이란 점은 CFO로서 앞으로 두산중공업과 소통하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이다. 김 전무는 2008년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관리총괄 재무관리부문 재무담당(Treasurer) 상무로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3년 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일한 뒤 2011년부터 두산건설 자금담당 전무, 2012년 재무담당 전무 등을 맡다 지난해부터 관리본부장을 맡게됐다.
두산건설은 토목사업본부·건축사업본부·플랜트장비(Plant Equipment)사업본부·관리본부 등 총 4개의 사업본부로 이루어져있는데 관리본부 본부장인 김 전무만이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등기이사다. 김진호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정도로 중요성을 인정 받는 자리다.
두산건설은 연간 IR 자료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IR 자료 공개를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상장 폐지로 인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정보 공개의 필요성이 다소 낮아진 상황이지만 필요에 의해 재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는 만큼 두산중공업 IR 자료에 두산건설 실적 내용을 포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은 아직 지난해 4분기 IR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다.
한편 두산건설은 지난해 매출 1조7819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으로 2018년 매출 1조5478억원, 영업적자 522억원 대비 매출은 15% 증가하고 영업손익도 흑자전환했다. 다만 당기손익은 마이너스(-) 752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2015~2017년 수주한 프로젝트가 공사 진행에 따라 매출로 반영되면서 토목과 건축사업부 전반에서 매출 성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인해 비용을 절감한 것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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